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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우물물은 자꾸 퍼내야 고인다-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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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2건 조회 1,058회 작성일 20-03-3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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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와 긴급재난지원금, 가난한 머리로 생각할 때 

 

 

정부나 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서로 다른 생각과 말들이 난무한다. 심지어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이니 사회주의 정책이니 하는 비판도 쏟아진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동전의 양면성과 같은 성질이 있어서 보기에 따라 이런 비판도 일리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점 역시 아우성이다. 서점의 아우성은 우리 같은 출판사에게는 비명이 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도 위축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점조차 발길이 뜸해지니, OECD 국가 중 독서율 꼴찌라는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몇 권씩 들어오던 책 주문량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이때, 독서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건 메아리 없는 나의 바람일 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은 어느 독자가 인터넷으로 정가 1만 원의 책 한 권을 주문하였다면 어떤 분배 효과가 있을까.

맨 먼저 책을 쓴 저자의 인세가 있다. 그리고 저자에게 원고를 넘겨받아 교정을 보고 편집을 하여 유통하게 되는 출판사가 있다. 책을 인쇄하려면 먼저 제지회사에서 종이를 구매해야 한다. 본문 종이, 표지, 면지 등이 그것이다.

출판사에서는 완성된 편집파일을 출력실(알루미늄 인쇄 판대인 CTP 제작회사)로 넘기게 된다. 출력실에서 제작한 CTP인쇄 회사로 넘어가게 된다. 본문 인쇄 회사(1)와 표지 인쇄 회사(4)가 다를 수 있다. 책 표지는 일반적으로 후가공이라 하여, 이미지나 책 제목에 엠보싱(실크코팅)을 한다. 엠보싱 회사가 따로 있다. 본문과 표지 인쇄가 마무리 되면 제본소로 넘어가게 된다. 책 제작 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셈이다. 제본소에서 책이 완성되어 나오면 배본회사로 간다. 이 배본처(배본회사)에서 책의 보관과 유통을 맡는다. 배본처에서 모든 책을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제본소에서 배본회사로 신간을 보낼 때 별도 화물배송회사를 이용한다.

신간이 나오면 일정 부수를 배본처에서 서점으로 보내게 된다. 만일 독자가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게 되면 쿠팡 같은 택배회사를 이용한다. 이 모든 비용 발생 과정의 정점에는 출판사가 있다. 출판사가 참 여러 회사를 먹여 살리는 셈이다.

 

 

우물물은 자꾸 퍼내야 고인다

 

독자가 지급한 책값 1만 원은, 결국 저자를 비롯한 위 모든 회사로 나뉘게 된다. 이처럼 책 한 권이 만들어지고, 독자가 책 한 권을 주문하기까지 거치는 서점을 비롯한 회사 식구들을 생각하면, 책 한 권의 주문은 독자 자신을 위한 것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책 한 권 주문하는 독자, 이만한 애국자가 또 어디 있을까.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때, 아무리 가난한 머리로 생각해 봐도 긴급재난지원금은 무익한 정책이 아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한두 명도 아닌 해당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 줄 때, 이는 즉시 소비 효과로 나타난다. 소비가 촉진되면 소상공인을 비롯한 기업들이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예컨대 그동안 발길이 끊어진 식당이며 극장가 등으로 국민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몰릴 것이다. 물론 서점에도 왕창 몰리면 좋겠지만.

긴급재난지원금 10만 원을 받든 300만 원을 받든 그것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바로 소비해야 할 돈이지 쌓아둘 성질의 큰돈이 아닌, 푼돈이기 때문이다. 우물물은 자꾸 퍼내야 고인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나 자꾸 써야 새것이 생긴다는 뜻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비를 유도하여 코로나19 후유증을 치유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한 만일 국가에서 지원금으로 100조를 풀었다면, 국민의 소비를 통한 간접세나 부가세 혹은 소득세 등 국가 세수입으로 일정부분 다시 돌아오게 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면

 

여기서 우리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나비효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나비의 가만가만 한 날갯짓 같은 힘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 폭풍우라는 엄청난 결과를 유발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말하자면, 북경에서 살랑거리는 나비의 날갯짓에서 이는 바람이, 시간이 지나면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비 효과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멋진 말이다. 이는 미국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1979년 미국의 한 발표장에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 주에 발생한 토네이도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나비 효과란 말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로렌츠는 카오스 이론을 정립한 학자로서, 카오스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비 효과를 발견하였다.

 

카오스(chaos)는 혼돈 또는 혼란을 의미하는데 불규칙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만일 24시간 똑같은 기온의 똑같은 날씨가 매일 이어진다면 사람들은 미쳐버릴 것이다. 아니 지구 자체가 파멸할지 모른다. 따라서 세상의 그런 불규칙 가운데 희망과 꿈과 도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일 나비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다면 뉴욕에서 허리케인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바로 소비의 날갯짓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푼돈 날갯짓이 국가 전체에서 보면 경제를 활기차게 할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사는 경기도에서 도민에게 지급하려는 10만 원도 마찬가지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게 되거든 제발 도서 구매에도 좀 쓰시라는 것. 우리 해드림출판사 책도 구매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다는 것.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이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의 심각한 국면 큰 파국없이 슬기롭게 넘겼으면 좋으련만......,  바람처럼 조용히 지나갈 낌새보다는  녹록치 않을 조짐에 좌불안석으로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 두려워도, 정작 내 할 역할은 막막하네요. 국가든 광역이나 지자체든 지원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꽁꽁 얼어붙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마중물이 되길 빌어 봅니다.

벌써 며칠 째이던가? 끝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시내를 나가거나 누군가를 만난 적이 까마득한데......, 기껏해야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는 등산을 일수 찍듯이 매일 되풀이 하지만 되레 심리적으로 답답함과 짜증은 나날이 늘어가네요.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교수님, 저는 제 일상 자체가 사회적 거리두기형이라 별 불편함은 없습니다만 출판사가 외로워 합니다.^*^
오늘 점심 때는 직원들이랑 김밥 사서 인근 안양천으로 나가 막 피기 시작한 벚꽃 아래서 먹고 왔습니다.
여긴 모레 정도나 벚꽃이 만개할 거 같습니다.
교수님도 산책 자주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