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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섣달그믐의 세시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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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1건 조회 414회 작성일 23-01-17 20:43

본문

섣달그믐의 세시풍속


음력으로 섣달그믐날의 풍속 얘기이다. 본디 섣달그믐이란 음력으로 섣달의 마지막 날을 지칭했으며 대회(大晦)라고도 했다. 또한 이 날 밤 즉 섣달그믐날 밤을 제야(除夜)라고 호칭했으며, 이의 유의어(類義語)로서 분세(分歲 : 불교 선사에서 제야를 이르는 말) • 세제(歲除) • 제석(除夕) 따위가 통용되고 있다. 이 풍습은 분명히 음력의 섣달그믐날 행해지던 습속(習俗)이다. 그런데 현대에서 이르러 시부지기 양력 12월 31일 날이 꿰차고 앉아 안방마님 노릇을 하는 모양새로 바뀌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날 행해지는 풍습 몇 가지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수세(守歲)로서 다른 말로는 해지킴 또는 불밝히기이다. 이는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날 밤을 꼬박 새우던 습속을 뜻한다. 원래 수세풍속은 중국의 촉(蜀)에 연원을 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의하면 촉나라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 날 술과 음식을 장만해 잔치를 베풀며 여러 사람이 어울려 새해를 맞이했는데 이를 별세(別歲)라고 했다. 한편 이날 밤에 집안을 등불로 밝히면서 잠자지 않던 습속을 일컬어 수세(守歲)라고 했단다.


수세의 유래에 대해 두 가지 설(說)이 있다. 우선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수세란 경신수야(庚申守夜)의 유속이라고 하며, 이는 수경신(守庚申)을 모시던 유교행사라고 한다. 아울러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에 따르면 수세는 고려에서 국속(國俗)의 하나로 행해졌다는 내용이 적시되어있다는 전문 학자들의 귀띔이다. 또 다른 유래이다. 천상에서 내려오는 조왕신(竈王神)을 영접하기 위해 부뚜막에 환하게 불을 밝힌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에 적시된 바에 의하면 제야에 부뚜막의 불을 밝혀놓는 습속을 조허모(照虛耗)라고 한다. 그리고 민가에서 화롯가에 둘러 앉아 밤을 새우는 것을 수세라고 했다. 원래 중국에서 섣달그믐 날 밤에 조왕신을 위해 부뚜막과 솥에 환하게 불을 밝혀 놓는 습속이 있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조왕신이 지난 1년 동안 집안에서 발생했던 대소사를 옥황상제께 보고하기 위해 천상으로 갔다가 섣달그믐 날 밤에 부뚜막으로 강림하여 좌정한다는 믿음에서 그런 풍습이 생겨났단다. 이들 풍속이 수세의 기원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조선의 영조 때(1759년 영조 35) 대나례(大儺禮)*와 함께 경신일의 풍속은 폐지되었다. 어린 시절 회상이다. 섣달그믐 날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어른들의 말에 기를 쓰며 잠을 이겨내려 버티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가족들이 나를 보고 하얗게 눈썹이 셌다고 걱정을 하며 겁을 줘서 거울을 보니 오토통재라! 할아버지처럼 변해있었다. 그래서 울고불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기억이 어제 일 같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게 제야의 종이다. 예부터 절에서는 음력 섣달그믐날이나 대회일(大晦日)이면 중생들의 백팔번뇌를 없앤다는 의미에서 종을 108번* 쳤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편 섣달그믐에 궁중에서 큰 소리가 나는 대포를 쏴서 악귀를 멀리 쫓는 연종포(年終砲)가 있었다는 기록이 보여도 종(鐘)을 울리며 새해를 맞았다는 기록은 없다. 한편 조선이 건국된 뒤에 한양성을 축조하고(1938년) 4대문과 종로에 자리한 종루(현 보신각)가 완성 되고 나서 새벽 4시에 종을 33번치고 성문을 열었고, 저녁 10시에 28번 종을 치고 성문을 닫는 의식이 시작되었다. 한편 조선 후기에 종각이 보신각으로 개칭 되면서 정오와 자정에 타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1895년). 그 후(1908년) 포(砲)를 쏘는 것으로 대체했었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타종이 중단되었다가 경성방송국이 특별기획으로 정초(1929년)에 제야의 종소리를 방송했었다. 광복의 어수선함과 6.25 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소실되었던 보신각이 중건되었다. 그 해(1953년) 말부터 타종 행사가 다시 부활했다. 원래의 보신각종은 세조(1468년 : 보물 제2호) 때 만든 종을 사용했다(1984년). 그러다가 새로 주조한 현재의 종으로 바꿔 타종하며(1985년)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고 있다.


제야의 종은 33번 타종한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 새벽 4시에 보신각에서 사대문이 열리는 것을 백성들에게 알릴 때 33번 타종했던 관습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 처럼 매일 새벽 4시에 종을 타종하던 것을 파루(罷漏)라고 했다.


요즈음 요원의 들불처럼 번지는 해넘이 행사 얘기다. 해넘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해질녘 • 해질물 • 일몰(日沒)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해넘이는 해돋이에 대비되는 말로서 해거름보다 한 발 늦은 시각을 뜻하기 때문에 해가 사산마루 또는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시각을 의미한다. 이런 견지에서 저녁 때 해의 아랫부분이 서산마루나 지평선에 닿는 순간부터 점점 사라져 완전이 자취를 감추는 순간까지를 이르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무리가 없다. 따라서 해넘이나 해돋이의 시각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장관(壯觀)의 지는 해를 보며 바쁘게 살아온 한 해를 돌아보고 자성과 성찰에 이르러 새해의 소망을 진솔하게 비손하는 경건한 모습은 더 할 수 없이 진지하고 정겨워 미소가 절로 번지게 마련이다. 이런 모습에 비해 요즘 시끌벅적하게 떼를 지어 불원천리 달려가 기념사진 몇 장 촬영해 여기저기 사이트에 올리기에 급급한 해넘이는 왠지 탐탁하지 않다. 올곧은 기원 해위라기보다는 관광 목적이 크다는 생각에 덥석 동의하기 어려움은 꼰대스러움 때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오늘이 바로 까치 까치설날이다. ‘동요에서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설날은 오늘이래요.....’라고 하지 않았던가. 깜빡하고 까치들에게 안부를 전하지 못하는 결례를 범했다. 그런데 오늘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떡국 한 그릇이라도 챙겨 먹었는지 모르겠다. 옛날엔 국조(國鳥)로 추앙받았던 그들이 세월이 바뀌면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해로운 새의 상징으로 낙인 찍혀 심하게 배척당하는 옹색하고 서러운 처지이다. 그래도 지난날 아끼던 이웃이었기에 평소 꽁꽁 닫아 걸었던 마음의 빗장을 활짝 풀어버리고 말부조일지라도 진솔하게 전하는 게 도리이지 싶다.


두 주일 전쯤이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글쟁이들이 내일 아침 마산의 변두리인 광암해수욕장 주변의 데크 로드(deck road)를 걸으며 해돋이를 맞으려는데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았었다. 하지만 선약 때문에 불가하다고 정중히 거절했었다. 이런 사태를 예견했던 선경지명이었을까. 요즘 감기가 무척 심해 3차례 병원을 오가며 링거 주사를 맞는 법석까지 떠는 주접을 부리고 있다. 때문에 내일 기묘년 원단의 선약도 취소했다. 게다가 오늘 해질녘 동네 뒷산에 해거름에 올라가 조용히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맞으려 했던 해넘이도 아쉽게도 접어야했다.


=====


* 대나례(大儺禮) : 고려와 조선 시대 섣달그믐 전날 밤에 잡귀(雜鬼)를 몰아내기 위해 궁중에서 벌였던 의식. 악귀를 쫓고 정결하게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대궐 안을 정갈하게 청소한 뒤에 역신(疫神)을 쫓기 위하여 붉은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소년이 4개의 황금 빛 눈을 가진 가면과 검은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고 곰의 가죽을 뒤집어 쓴 방상씨(方相氏)와 싸우던 의식을 행했다는 전언이다.


* 108번의 타종 : 불교에서는 인간의 모든 번뇌를 제거하는 의미로 여겼고, 1년은 12달로서 24절기이며, 각 절기마다 3후(초후(初候), 중후(中侯), 말후(末候))로 나뉘기 때문에 24 ⨉ 3 = 72기후를 합하면 108(12달 + 24절기 + 72후)이 된다. 이는 불교의 백팔번뇌(百八煩惱)와 결이 다른 개념이다.


불교에서 이르는 백팔번뇌에 대한 셈법에는 대충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셈법이 있는 것 같다. 그 첫째로 불교에서 육관(六官 : 耳(소리) • 目(색깔) • 口(맛) • 鼻(냄새) • 心(뜻) • 體(감각))이 상호작용해서 발생하는 온갖 번뇌가 ‘좋고(好) • 나쁘고(惡) • 좋지도 싫지도 않은(不好不惡) 평등(平等)’의 3가지 인식작용을 하는데 이것이 곧 18(3 ⨉ 6)가지 번뇌이다. 여기에 ‘탐(貪)과 불탐(不貪)’이 있어 36(18 ⨉ 2)가지가 된다. 또한 이를  ‘전생(前生) • 금생(今生) • 내생(來生)’의 3세를 적용시키면 108(36 ⨉ 3)이 되는데, 이것이 백팔번뇌이다. 또 다른 백팔번뇌의 셈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견혹(見惑) 88가지에다가 수혹(修惑) 10 가지를 합하면(88 + 10) 98가지가 된다. 여기에 탐심(貪心)과 진심(嗔心) 그리고 치심(癡心)의 근본에서 발생하는 10가지 부수적인 번뇌를 합하면(98 + 10) 백팔번뇌라는 견해이다.


2022년 12월 31일(섣달그믐날) 토요일 

댓글목록

김춘봉님의 댓글

김춘봉 작성일

이따금씩 느껴지는 가슴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어제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습니다.
왼쪽 유두가 오른쪽 유두보다 현저하게 컸고, 주변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를 제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자들도 유방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기 때문에 놀라는 저에게, 의사가 말했습니다. 
“심장과 관련이 있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인한 질환일 수도 있고, 식도염이나 위염 약을 많이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질환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처방해 준 약을 먹으면서 경과를 지켜봅시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삶의 지혜와 교훈이 담긴 말씀 계속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