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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잿밥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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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2건 조회 501회 작성일 22-11-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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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밥에만

윤복순

 

12일 전국 여약사대회가 부산에서 열렸다. 코로나194년 만에 열리니 많은 약사들이 참여했다. 전북에서도 버스가 두 대 가기는 처음이다. 대부분의 약사가 토요일 근무를 한다. 나도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주말이라 교통체증이 있어 전주에서 출발시간이 30분 정도 지연되었고, 도착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늦었다. 좋은 가을 날씨와 단풍이 들기 시작한 자연이 아니었더라면 꽤 지루했을 것이다.

배도 고팠다. 매번 버스 안엔 먹을 것이 많았는데 올해는 물밖에 없다. 회장단이 바뀌니 가치관도 바뀐 것 같다. 행사장인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 도착하니 12부 행사는 다 끝나고 만찬 및 친교의 시간이다.

전북 약사 칸타빌레 합창단은 대한 약사회 합창단과 합동공연으로 친교의 밤 오픈 무대를 한다. 도착하자마자 드레스로 갈아입으란다. 드레스 차림으로 어떻게 밥을 먹는단 말인가. 안 신던 높은 구두로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어 밥을 먹을 수가 없다. 맨 앞자리 임원 회장단들이 앉는 자리로 가, 그들이 인사를 나누느라 자리를 비운 곳에 앉았다. 연어샐러드와 수프, 스테이크는 반절도 못 먹었는데 빨리 나오라는 합창단 단장의 연락이다.

이번 합창은 대한약사회팀이 주축이 되다보니 연습량이 많이 부족했다. ‘방해만 되지 않게가 내 목표다. 이럴 땐 무대에 서지 않는 게 맞다. 가사도 다 못 외운 상태에서 내 나라 내 겨레’ ‘돌아와요 부산항에푸니쿨리 푸니쿨라세 노래를 불렀다. 푸니쿨리 푸니쿨라는 이태리어로 불렀다.

약사 문인회 회원들이 여러 명 참석했다. 울산에서 온 젊은 약문회원은 밴드의 보컬로 우리 합창 바로 뒤에 무대에 올랐다. 특히 약문회장은 후배와 나, 울산 회원을 축하해 주기 위해 왔다.

서산에서 약국을 하는 동기 Y에게서 문자와 전화가 여러 번 와 있다. 장내가 시끄러워 밖에 나가 전화를 하니 안 받는다. 다른 팀들의 장기자랑을 구경하고 있는데 연락이 되어 충남 단체좌석으로 찾아갔다.

동기들 중에 그녀와 나 둘뿐이다. 젊었을 때는 인천에서 약국을 아주 크게 하던 M도 왔었다. M은 끼가 많아 혼자서 판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언제 부턴가 얼굴이 안 보였다. 우리 동기들은 동창회가 없다. 졸업 30주년이 되던 해 한 번 만났다. 그것으로 끝이다.

YJ 소식을 묻는다. J는 남원에서 약국을 했다. 합창단원 중 그곳에서 약국 하는 후배에게 그녀의 근황을 물었을 때, 아마 코로나19 전이었을 것이다. 많이 아프다고 했다. 무심하게도 J와 통화하지 못했고 찾아가 보지도 못했다. 4~5년이 훌쩍 지나갔다. 아픈 곳을 찌르듯 J의 소식을 묻는다. YJ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후배에게 연락처를 알아 같이 찾아가 보자고 하고 헤어졌다.

친교의 밤 행사는 무르익어가고 부채춤, 양희은 노래 메들리 합창, 젊은 약사들의 댄스 등등 여섯 팀의 열띤 무대가 펼쳐졌다. 그들의 열정과 끼가 유감없이 발휘돼 부럽기도 하고, 배우면서 얼마나 행복했을까, 없는 시간 내느라 마음고생 했을 동병상련의 박수가 절로 나왔다.

노라조라는 가수들이 나와 약사들과 그야말로 놀아줬다. 노라조(努喇鳥)는 나팔을 불기 위해 애쓰는 새 라는 말로 우리말 놀아줘와 음이 같다. 많은 약사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그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그동안 약국에서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터는 것 같았다. 나도 맨 앞에 앉았던 까닭에 쉽게 무대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모두들 흥에 달았는데 마지막 곡이라고 한다. 같이 사진을 찍으려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꺼내든다. 시간이 다 돼 그들이 떠나려 인사를 했다. 이때 내가 무대 위로 올라가 그의 팔을 잡았다. 때는 이때다 예 일곱 명이 올라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 웃는 내 모습이 고래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비위장이 좋았던가, 나도 놀랍다.

숙소로 와 겨우 물을 한 잔 마셨는데 익산 회장의 호출이다. 광안리로 바다 구경을 가자고 한다. 나를 잘 챙겨주는 S후배와 한 방을 쓰니 그만 따라 다니면 돼 걱정이 없다. 마침 약문 회장도 오랜만에 만나 우리 방에 있었다.

광안리 해변은 조용했다. 여약사대회에 처음 참석하는 회장은 많은 회원이 참석해 기분이 좋다며 오늘 내일 마당쇠를 자처하며 뭐든지 다 들어주겠단다. 저녁식사가 소홀해 횟집에 갔다. ‘지금을 즐기자.’는 건배사도 했다.

회장이 어느새 폭죽을 사왔고 해변엔 우리밖에 없다. 괴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겅중겅중 걷고 팔을 벌리고 빙빙 돌고 참으로 어린아이가 되었다. 불꽃도 우리들 마음처럼 뻥뻥 소리를 내며 멋지게 퍼졌다.

분위기에 취해 노래방까지 갔다. 나는 노래도 못하고 술도 못한다. 처음부터 노래방 간다고 했으면 호텔에서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노래방에 갔고 나는 나이가 많으니 윗사람 대접을 받고, 음정 박자 다 틀려 듣는 사람이 괴로운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하네.” 노래까지 불렀다. 내가 살짝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춤까지 막~ 추었다. 호텔에 돌아오나 새벽 330분이다.

늦잠을 자느라 다음날 폐회식에는 참석도 안 하고 아침밥만 챙겨 먹었다. 벡스코 주변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린다고 사람이 많고 교통이 통제되니 오늘 일정도 차질이 생겼다.

해변열차를 탔다. 최근에 생겼는지 처음 타 본다. 좌석이 바다를 볼 수 있게 배치돼 있어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하며 미포 역에서 송도 역까지 갔다. 마라톤 대회가 아니었으면 다릿돌 전망대 역에서 내려 푸른 용을 형상화한 유선형 스카이워크에서 바다 위를 걷는 기분도 맛보았을 텐데...

오후엔 요트를 탔다. 이것도 처음이다. 부의 상징이고 보통 사람들의 로망인 요트를 탄다는 것만으로 흥분이고 자랑거리다. 한 대 빌리는데 35만원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날씨가 좋아, 약사 동료들과 함께 라서, 모두가 다 아름답고 최상이다.

집행부는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광안대교 남항대교 부산항 대교를 거쳐 가거도에서 좀 쉬었다. 그곳에서 일몰도 보고, 드라마 천국의 계단촬영장소에선 사진도 찍고, 바다도 마음에 많이 담았다.

이번 여약사대회 주제는 의약품 안전 사용 대한민국 약사와 함께!” 이다. 초청강연은 행복과 성공의 키워드, 관계를 말하다.”이다. 약사회의 현안이나 앞으로 대처방향 등은 듣지도 않았다. 염불에는 관심도 없고 잿밥에만 열을 올리는 나다.

얼마나 노래방에서 춤을 췄는지 집에 외서 파스로 해결되지 않아 진통제까지 먹었다. 내년 대회는 어디서 할까, 어떤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이 있을까, 우리 합창단은 공연을 할까, 대회다음날 여행은 무엇일까. 온통 놀고 즐길 생각밖에 없다.

 

2022.10.24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전문 직종 모임에 그런 행사가 있어 무척 좋으시겠습니다. 지난날 같은 일터에서 30여년 머물다가 물러났지만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던 분야라서.... 물론 매년 한 두 차례씩 논문 발표대회가 경향 각지에서 개최되어 자주 참여 했지만 꼴난 논문 발표하고 각자 개인 부담을 전제로 평소 교분이 두터운 몇을 만나 식사를 나누거나 맥주 몇 잔 나눴든데 고작이었지요. 듣기만 해도 무척 부러운 여행이었습니다.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샘, 재밌게 노셨으니 파스 붙이는 것도 진통제도 괜찮아요. 놀 때는 신나게 다음 날은 아파서 끙끙
그래서 신나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