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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세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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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553회 작성일 22-10-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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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여행

윤복순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린다. 예보는 오후부터 내린다고 했는데. 포도농사를 마무리 하고 처음 맞는 일요일이다. 기차도 타고 싶고 안 가본 곳도 가고 싶다. 비 때문에 멀지 않은 곳을 찾다보니 세종이 제격이다.

딸이 11시 까지 시간이 없다 해서 서대전역으로 마중 나오지 말고 세종에서 만나자고 했다. 대전에서 지하철을 타려는데 전화가 왔다. 저희 집에서 가까운 유성온천지하철역으로 나오겠단다. 대전의 지하철은 서울과 달리 토큰이 나온다. 신분증만 올려놓고 500원을 넣지 않았는데 나왔다. 그 토큰으로 카드를 사는 줄 알고 아무리 읽어봐도 모르겠다. 한참을 기다려 차표 사러 온 아저씨께 물어보니 그 토큰으로 바로 탄다고 한다. 집밖만 나서면 모르는 것 천지다.

사위와 딸만 나왔다. 큰 애는 중간고사 준비로 둘째는 학원 숙제가 있고 셋째와 쌍둥이는 시골 할머니 댁에 갔단다.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강아지에게 빠져 거의 매주 간다고 한다. 손자손녀들이 안 오니 허전하다. 같이 여행하며 애들 눈높이로 돌아가려 했는데.

세종까지 가는데 도로 중앙에 일반 도로에서는 볼 수 없는 태양광 모듈이 쭉 있다. 자전거도로라고 한다. 중앙분리대가 자전거도로인 셈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양쪽으로 수많은 차가 쌩쌩 달리는데 매연이며 소음이며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 전, 군산 금강하구둑부터 대청댐까지 금강 자전거도로를 걸어서 종주했다. 그때 세종은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걷는 동안 자전거 타는 사람을 많이 만났는데 아마도 대전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이 태양광도로를 이용했을까. 비가 내리니 자전거 타는 사람은 없다.

금강보행교인 이응다리부터 갔다. 길이는 한글날을 선포한 해와 같이 1446m. 다리가 반듯한 게 아니라 O자 형이다. 발상이 독특하고 참신하다. 2층 다리로 아래층은 자전거도로이고 위층은 도보다리다.

걷는데 곳곳에 화단이 있고, 사진 찍을 곳도 많고, 쉴 곳도 많다. 전망대는 계단으로 오르는데 내 무릎을 아껴야 해서 오르지 않았다.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 좋다. 빛의 시소, 숲속의 작은 연주, 뿌리 깊은 나무, 눈꽃 정원, 빛의 해먹 같은 조형물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야경이 끝내준다는데 밤까지 있을 수 없으니 그림의 떡이다.

이응다리에서 가까운 곳에 국립세종수목원이 있다. 이 수목원은 광릉국립수목원이나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달리 도심에 있으며 국내 최대의 온실이 있다. 이 온실은 붓꽃의 세 꽃잎모양을 형상화한 곳으로 사계절 전시온실이다.

지중해온실은 스페인의 알함브라궁전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32m 전망대가 있다. 엘리베이터가 있어 나도 올랐다. 온실 안은 물론 수목원이 한 눈에 다 보인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싱가포르 여행 때 주롱새공원에서 처음 보았다. 그리고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보았는데 너무 작아서 밥오밥나무 태가 나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것은 청소년쯤 되어 보인다. 큰물항아리 같이 생긴 케이바물병나무도 특이하다. 올리브나무, 대추야자나무 등을 보았다.

열대온실은 5.5m2층 덱 탐방로가 있다. 커피나무가 커피콩을 달고 붉게 익어가고 있고 나무고사리, 보리수나무, 파파야는 열매를 달고 있다. 높이에서 보니 큰 나무들이 더 아름드리 보인다. 특이한 나무들에 빠져 사진을 찍고 이름을 읽어보고 이름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니 재미있다. 나무사이로 물길이 지나고 폭포도 있다.

특별전시온실은 아쿠아리움을 테마로 바다를 품은 정원과 세밀화로 피어난 선인장정원이다. 아이들과 사진 찍기 좋다. 쌍둥이 손녀들이 왔으면 좋아했을 텐데.

온실을 나와 청류정원으로 갔다. 인공 수로로 물가나 물속에 자생하는 수생 및 수변식물을 볼 수 있고 실개천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전통정원은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와 부용정, 담양의 소쇄원을 재현했다고 한다. 솔찬루의 기와지붕이 멋지다. 마음이 넉넉해지고 비가 오는데도 전혀 꺽정스럽지 않고 한없이 걷고 싶다. 이곳에 한국전통정원과 분재원을 따로 조성한 것은 세종에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많아 외교업무를 위한 외국인이 많이 오는데, 그들에게 도심 속의 수목원을 통해 한국의 전통과 멋을 알리고자 했다.

분재원에는 상설전시관과 교육관이 있다. 분재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야외전시뿐만 아니라 실내유리온실에도 많이 있다. 소나무, 소사나무, 향나무 등이다. 누구는 분재를 보면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비뚤고 묶고 해서 잔인해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손길을 많이 주었다고 생각한다. 300년 된 소나무 분재 앞에서, 300년을 산 소나무에게 이토록 아름답게 키운 분재사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곳만의 특징인 후계정원에 들렀다.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 창덕궁 향나무 등의 후계목이 있다. 더 특별한 아이작 뉴턴의 사과나무도 있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던 그 사과나무의 4대손 후계목이다. 뉴턴이 사망한 후 전 세계의 유명대학교와 연구소등이 후계목 만들기를 요청했고, 1978년 한국표준과학원이 들여온 뉴턴의 사과나무 3대손 후계목과 접목해 4대손 후계목이 탄생했다 그 사과나무가 여기에 있다.

생활정원, 정원식물가늠터, 폴리네이터가든, 감각저원 등 볼거리가 많다. 다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든 손자손녀들이랑 같이 와 이번에 못 들른 곳을 구경해야겠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누구의 작품일까.

비가 하루 종일 내려 가을의 운치를 더해줬다. 남편과 딸 사위와 조용한 여행도 좋다. 농사일이 끝나 일요일마다 여행을 할 계획인데 첫 테이프를 잘 끊은 것 같다.

2022.10.9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대전에는 자주 가면서 옆 동네인 세종은 도시가 개발되고 한 번도 가봤던 적이 없네요. 선생님의 글을 대하며 다음 대전 가는 길에 꼭 들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응다리, 국립세종수목원, 한국전통 정원, 분재원 등을 꼭 구경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