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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여름의 한가운데 서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하재남 댓글 2건 조회 659회 작성일 22-08-05 15:57

본문

여름의 한 가운데 서서

 

하 재 남

 

팔월의 초순이다. 한층 낮아진 태양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여름태풍의 습기를 만나 무더위의 절정에 이르고 있다. 이럴 때는 짙은 녹음이 내어준 그늘에 누워 독서 삼매경에 빠지거나, 계곡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어린아이처럼 물장구를 치는 것이 제격일 것이다. 그러나 한 낮의 태양은 매정하게 바람조차 허락하지 않는 듯 고요하다.

 

여름의 절 풍경 또한 고요하기 그지없다. 부처님의 자비가 뜨거운 사랑으로 보림사의 절간에 내려 앉아있다. 간혹 여름의 전령사인 매미가 부처님의 설법을 대신한 듯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땡볕에 몸을 맡긴 삼층석탑·석등과, 졸음을 쫓으려 눈을 부릅뜬 사천왕상만이 설법을 익히기에 열심이다. 예불준비에 바쁜 스님의 장삼자락에도 여름이 매달려 있다. 대적광전에 계시는 철조비로자나불은 온화한 미소로 보림사의 뜨거운 여름을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여름날 구름은 그 열정만큼 변화무쌍하다. 별안간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소나기가 내린다. 절간 마당 한쪽에는 아직도 햇볕이 내리쬐고 있다. 열대지방에서 내리는 스콜squall과 흡사하다. 이런 날을 여우가 시집가는 날 이라하고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 이라고도 한다. 예전에 비하여 이런 날씨가 많아졌다. 뜻밖의 시원함은 선물이다.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호랑이와 여우들이 결혼을 했을까?

 

계절의 변화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초년과 같은 봄을 거치면 성인이 되어 맞는 여름이 온다. 이 시기에는 모든 것이 열정적으로 움직인다. 땀 흘려 수고하고, 폭염 같은 괴로움과 잦은 장마도 견디어 내야 한다. 열심히 살아 내야 할 시기이다. 그래야만 짧은 결실의 계절 가을에 풍성한 수확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긴 겨울 같은 노년이 찾아오면, 흰 눈이 온 산하를 덮은 고요한 날, 따뜻한 군불을 때고 인생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의 한 가운데 서서, 이 여름을 잘 지내야할 이유를 찾아본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어제와 오늘 숨을 쉬기도 힘들 정도로 무척 덥네요. 이런 더위를 가마솥 불볕더위라고 하던가요. 하기야 장마도 끝났고 중복과 말복 사이의 계절이니 지금부터 얼추 한 달 정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 깉습니다.  일주일 5~6회 다니던 동네 뒷산 등산도 요즘은 너무 더워 새벽 4시 무렵에 손전등으로 길을 밝히며 다니고 있는 처지네요. 무더운 여름 아주 오랫만에 선생님의 글을 대하니 무척 반갑고 기분이 좋습니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고 건강하신지요? 변화무쌍한 날씨기 맘에 썩 내키지 않지만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나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라도 된다면 조금은 시원해질 것 같아 은근히 기다려집니다. 그런 날씨가.... 모쪼록 늘 보람되시고 좋은 많이 올려 주세요.....

하재남님의 댓글의 댓글

하재남 작성일

교수님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떠 올리면 아련하기만 합니다
손에 잡힐듯 가깝게 느껴지는 날들도 있구요.
언제나 다정하시고 명쾌하시고
건강하게 이 자리를 지키시니 감사 드립니다.
종종 뵙겠습니다. 라고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