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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기억으로 남은 한 통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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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형 댓글 2건 조회 1,047회 작성일 21-08-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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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으로 남은 한 통의 전화 

                  

                                                       동진(同 塵) 김 재 형 



매년 스승의 날 전날이 되면 오래전에 졸업한 제자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와서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더구나 40여 년 전에 졸업한 L 군으로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들려오는 반가운 전화다.

선생님 저 L 군입니다.

그간 별고 없으신지요.

참 오래간만입니다.

건강히시지요.

기회가 닿는 대로 곧 찾아뵙겠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의 은혜에 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라며 전화를 끊는다.

L 군 정말 고맙구나. 

직장생활에 힘들고 바쁠 텐데 잊지 않고 기억해 주니 네 마음 쓰임세와 정성이 고맙다.


40여 년 전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L 군은 학습하는 태도라든지 학교생활이 모범적이어서 늘 눈여겨보든 제자였다.

 여러 선생님들도 L 군은 예의바르고 비틈 없는 학생이라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이라 칭찬이 자자했다.

L 군은 연합고사에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대학은 서울의 S 대학을 졸업하고 선망의 대상인 세계적으로 유명한 S 전자에 취업한 제자다. 

S 전자에 근무할 때 근면함과 성실함은 물론 업무능력과 창의력이 뛰어나 회사에서도 중용될 인재라는 소식을 듣고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중국 공장에 근무할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중국에 오실 기회가 있으면 저에게 꼭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반가운 전화였다.

 중국에 갈 기회가 없어 오랜 시간이 흘러 2021년 2월에  걸려온 전화는 반갑고 기쁜 소식이었다. L 군은 이제 본사로 발령되어 전무라는 막중한 경영자로서 오늘도 불꽃 튀는 첨단 전자 시장에서 부단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나자는 약속은 코로나 19의 창궐로 40여 년 만의 해후는 이루어지지 않고 다만 코로나가 사라져야만  만날 것 같다.

아무쪼록 만날 때까지 건강하길 빌 뿐이다. 


제자들의 전화가 걸려 올 땐 가끔 교직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제자들이 우뚝한 인물로 성장하여 국가나 사회적으로 크게 기여한다는 소식을 듣거나 보았을 때 그 희열감이라 할까 성취감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현직에 있을 때 물리적인 그 어느 선물보다 몇 배의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보람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선생님이란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결코 존경받는 직업만은 아닌 사회로 변하였다. 교사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인으로 인식하는 서글픈 현실 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나 학부모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인사(人師)이면서 경사(經師)인 선생님 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매우 크다는 현실이다. 


이런 어려운 환경임에도 교직 사회는 전통적인 윤리라든가 선후배 간의 가추어야 할 예의라든지 선배에 대한 존경심은 고사하고 이기심이라든지 오직 자기만의 출세지향적인 생각의 팽배로 교직사회가 황량하기만 하다는 후배 교사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L 군에게는 특별한 지도나 보살핌도 없었음에도 어째서 나와 끈끈한 사제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교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원대한 꿈을 꾸게 하는 자가 바로 교사요, 또 학부모들의 가정 우위의 편협 된 생각을 바꾸고 더 넓은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지게 하는 자 또한 교사가 아닐까?

교사는 제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학부모님 들에게는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녀들이 사회와 국가를, 아니 세계를 위해 도약할 수 있도록 늘 마음으로 격려하고 기원하는 자세로, 자녀들의 교육을 당부하게는 하는 게 교사의 책무가 아니었을까?  

아마 L 군은 내가 강조한 희망과 미래를 향한 큰 꿈을 실현한 자랑할 만한 제자란 생각이다. 


L 군은 전화로 안부를 물을 때마다 선생님의 말씀을 잊이 않고 늘 사랑받는 제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선생님 존경합니다.라는 목소리에 가슴이 울컥 눈물이 났다.


사실 나는 초임 교사 때의 생각 즉,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경험은 부족하나 사랑과 믿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노력했었다.

항상 제자들을 편애와 차 별을 하지 않고 사랑으로 인간답게 성장하도록 가르쳐야겠다는 것이 나 자신의 교육 신념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모든 제자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오늘의 결과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다.


그 후 오랜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면, 본의 아니게 시류에 따라 초심을 지키지 못한 점도 없지 아니하여 후회스러운 일도 부끄러운 일도 많았으리라.


오늘날 코로나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 인류가 받는 고통과 괴로움은 언제 그 질곡의 터널을 벗어날지 예측할 수 없으니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이런 와중에 스승의 날은 왠지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그 숭고한 뜻과 정신이 퇴색되어 가는 듯  쓸쓸함을 금할 수 없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라, 그래도 각종 언론 매체에서의 기사를 보니 교육현장 환경이 너무나 많이 변해 있구나 하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대로는 좌시할 수없다.

오늘날 학교 교육이 삭막하고 피폐해 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선생님들에게 희망과 보람을 가지고 우리 자녀들의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역량을 모아야 하겠다.


★인사:덕행을 두루 갖추어 모범이 될만한 사람. (도덕적인 면 즉 인성을 교육하는 스승)

  경사:글을 쓰거나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 (글쓰기와 지식만을 교육하는 스승)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잊지 않고 문안 인사를 드리는 참된 제자를 두셔서 지난날이 보람되고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 선생님이 천명하신 사도(師道)와 철학을 엿보면서 감히 선생님의 인품을 생각해 봅니다.

"사실 나는 초임 교사 때의 생각 즉, 교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경험은 부족하나 사랑과 믿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노력했었다.

항상 제자들을 편애와 차 별을 하지 않고 사랑으로 인간답게 성장하도록 가르쳐야겠다는 것이 나 자신의 교육 신념이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모든 제자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오늘의 결과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다."

선생님의 글을 대하면서 저를 가르치고 교육시켜 주시던 여러 선생님들을 떠올려 봅니다.  훌륭한 많은 선생님들이 다양한 지식을 깨우쳐 주셨지만 제 좌우명이 되는 말씀을 들려 주신 분은 엉뚱하게도 고등학교 2학년 때 보강시간에 딱 한 번 들어오셨던 선생님이셨습니다.지금 찬찬히 돌아보니 초중고교를 비롯해 대학교 시절 은사님들은 대부분 이승을 등지셨고, 겨우 몇 분 생존하시네요. 잊혀지기 전에 전화라도 한 번 올려야겠습니다. 지난 학창 시절을 소환해 회상할 기회를 주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재형님의 댓글

김재형 작성일

중고등학교 교직생활 40여 년 가운대  대구광역시에서 29년
시 군에서 11년을 보냈습니다.
지난 교직 생활 40여 년을 회상해 보면 교사로서 보람되고
마음으로 자랑스럽게 기억되는 때는 벽지 학교에서 주어 지는
 사택에서 자취 생활을 하면서  보낸 때가 교직생활 가운데 가장
]보람있고 또 가끔 회상되는 기억으로 남습니다.

40여 년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면 후회와 참회(懺悔}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 글 감사합니다.
늘 건안 건필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