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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여자 (2부) > 자유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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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조용한 여자 (2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언홍 댓글 2건 조회 826회 작성일 21-08-08 14:35

본문

얌순이 아줌마란 작년 봄에 새로 이사온 조용한 여자를 말함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의견을 좇아 가입이된 조용한 여자는 딸의 별명을 따 삐삐엄마라 불렀다.

 

한 달에 한번 회원들이 돌아가며 집으로 초대해 점심을 같이하는 친목모임이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또 한번의 겨울을 맞이 하던날, 석기네 집에서 모임을 하게되었다. 골목에 오래 살아서 동네사정 웬만큼 아는 명지엄마가 상을 물린뒤 무릅을 탁치며 모두를 둘러봤다.

 

"저어,,,우리 게임 하나 할까.

 

"게임? 무슨 게임?

 

"응 그게 신상 털기라고,,,

 

은호엄마가 냉큼 받았다.

 

"우리도 털고 거기도 털고 그러자는 얘기지?

 

명지엄마가 환히 웃었다.

 

"그런데 뭘 털죠?”

 

삐삐엄마가 좌우를 둘러보며 입을 오물거렸다.

 

"그러니까 음....자존심 상해서 털어놓기 싫은 신상 얘기는 안 해도 되요.

 

은호엄마가 눈을 찡긋 하자 명지엄마가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무엇부터 털까. 사실 난 털게 없는데 먼지나 털까.”

 

두 손을 비비적대며 은호엄마가 코를 씰룩거렸다.

 

아 왜 있잖아 그 시장에서 시비 걸었다는 그 남자 이야기 그거 재미있겠는데?”

 

뭐야? 그런 것도 신상 털기가 되나?”

 

 

명지 엄마가 무릎을 세게 치는 바람에 은호엄마 아미에 주름이 잔득 잡혔다'

 

"그게 왜 신상에 들어가? 그냥 개인 적인 일인데.”

 

아 개인 적인 일이니까 신상에 들어가지 단체 일이 신상에 들어가?”

 

"아 알았어, 알았어. 실은 그게 말이야.”

 

발을 세게 밟히는 바람에 발가락에 허물이 벗어져 한바탕 다투다 보니 그게 동창의 남편이더라는 이야기부터 입이 까다로운 남편 때문에 식사 때마다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 까지 영양가 없는 이야기가 십 분간 이어졌다.

 

다음엔 자기!”

 

은호엄마가 내 어께를 세게 치는 바람에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내 신상은 다 알잖아, 재미없는 남편에 지들끼리만 어울려 노는 무뚝뚝한 두 아들 녀석에 만날 트집거리만 찾는, 시집 갔다 퇴짜맞고 돌아온 시누이 하나..”

 

에이 그게 다야? 그 기차간에서 화구를 들고 있던 멋진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는 이야기도 있잖아.”

 

아니 그게 다야 눈이 마주쳤는데 그냥 가슴이 콩닥콩닥 했다는 거지, 그게 끝이야.”

 

에이 재미없어 그럼 다음은 삐삐...”

 

눈을 내리깔고 앉아있던 삐삐 엄마가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가타부타 말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간 건 순간이었다.

 

"아니 어디가요?”

 

"아직 안 끝났는데?”

 

붙잡을 새도 없었다. 내내 우울한 얼굴로 앉아있다 뛰쳐나간 것이 그녀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침마다 들려오던 비질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알고 봤더니 첩이 아들을 낳았데요. 본처가 그러니까 얌순이 아줌마가 아들을 낳지 못해 첩을 들인 모양인데 첩이 첫딸을 낳고 이번에 아들을 낳았다는 군요. 남편이 사대독자래요. 그래서 시어머니가 아들 먼저 낳는 여자를 진짜 며느리로 받아들일 거라고 그랬었데요.”

 

요즘 세상에 아들딸이 어디 있어.”

 

아줌마가 돈도 필요 없으니 아이들만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대. 에구, 그 얌전한 아줌마가 복도 참 없지.”

 

명지 엄마가 눈을 끔벅거리며 코를 훌쩍 들이켰다.

 

요즘도 씨받이가 있나...”

 

어쩐지 애들 소리가 안 들린다 했더니.”

 

 

 

그녀와 함께 가슴속 이야기들도 사라져 버리고  빈자리에 바람이 분다. 그녀를 대신하듯 쓸쓸한 바람이 골목을 쓸고 있다.


                          끝

 


댓글목록

김언홍님의 댓글

김언홍 작성일

원래 한꺼번에 올리려고 한건데 글이 한번에 다 안올라가 1,2부로 나눴어요.
오랜 공복이 죄송해서 졸작이지만 올렸으니 예쁘게 봐주세요(쭈그렁 할매지만. ㅎ ㅎ ㅎ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평소 아들은 3형제쯤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우리 할아버지 옹고집이 떠오릅니다. 그를 이루게 하고픈 심정에서 제 위로 두 누님과 아래로 세 여동생을 비롯해 6남매를 낳도록 부추겼다고 했어요. 그래도 대(代)가 끈기지 않게 외아들이라도 낳았기에 저의 어머니 그럭저럭 살았지 싶습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했던 아들인 저는 부모님을 위해 한 일이 하나도 없는데.... 그분들은 인생을 모두 걸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