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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남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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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139회 작성일 23-12-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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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기행

윤복순

 

12일 약사문인회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원래는 대구 경주였는데 한 달여 전 나주 강진으로 변경되었다. 광주에 살면서 나주에서 약국을 하는 김약사가 바쁘게 숙소 정하고 일정 짜고 시간 체크하고 버스예약하고 식당 알아보고... 일행들은 훌륭한 코스를 행복하게 여행했다.

광주 문학관에는 광주가 낳은 김현승, 박용철 문병란 시인이 있다. 젊은 약사들이 미리 다 조사해 자료를 나누어 준다. 버스 안에서 공부를 하며 문학관으로 갔다. 덕분에 반갑고 즐겁게 둘러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식당을 예약했을까. 식당 안에는 벽면전체에 3단으로 상장이 걸려있다. 각지에서 온 약사들이 역시 전라도 음식! 엄지손을 치켜드는 둥, 서울에서라면 몇 만 원짜리라는 둥, 매년 문학기행은 남도로 하자는 둥, 몇 끼니 굶은 사람들처럼 그릇을 비운다. 저녁은 더 거하다고 하니 진작 말해줬어야지. 배가 이리 부른데 어디로 들어가.” 야단났다.

나주 박물관에서는 전광판에 전국 약사문인회 여러분 국립 나주박물관 방문을 환영합니다.” 인사까지 넣어 주었다. 해설사가 알기 쉽게 설명하니 이해도 빠르고 흥미롭다. 마한시대의 독널에 대해 배웠다. 박물관 건물도 독널 모양이다.

백호문학관에선 남자 약사들이 관복을 입고 어사화가 꽂힌 모자를 쓰고 독사진을 찍었다. 관복을 입으니 훨씬 젊고 근사해 보였다. 처음엔 멋쩍어 했지만 사진을 보고는 흡족해 했다. 단체여행에서만 해볼 수 있는 재미다.

책 두 권을 받았다. 임제 선생이 시 시조만 쓴 줄 알았는데 소설도 쓰셨다. 그중 서옥설은 작가가 임제가 맞다느니 아니다커니 말이 많았는데 문중에서 여러 조사를 거쳐 선생 작품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고 번역서까지 낸 것이다. 우화소설로 늙은 쥐가 주인공이다.

저녁식사 후 안성현 홀에서 약사문예 23, 회원 작품 출판기념 자축행사를 가졌다. 우리들은 행사를 더 멋지게 하기위해 의상도 갖추었다. 30대에 배운 탈춤을 무릎에 무리가 와 끙끙 앓으면서도 멋지게 해내고, 장구를 배운 지 보름 남짓이지만 기꺼이 탈춤 장단을 마춰주고, 80이 넘은 연세에 하모니카를 원음대로 다 불고, 트럼펫을 연주하고, 생활한복을 곱게 입고 노래를 부르고, 나도 드레스를 입고 나태주 시인의 황홀극치란 시를 낭독 수준이지만 열과 성을 다해 낭송했다. 허약사 친구까지 와서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불렀다. 회원 중 밴드의 보컬이 있어 마치 콘서트 장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참가자 전원이 발표를 하고 최선을 다했기에 즐겁고 가슴 벅차고 온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숙소는 나주향교 부근의 한옥이다. 다음날 국민체조로 새벽을 열었다. 그 기분 그대로 향교를 찾았다. 이른 시간이라 문이 열려있지 않았다. 김약사 친분에 규정보다 2시간이나 빨리 향교안에 들어가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다.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는 것은 공자가 은행나무 밑에서 제자를 가르쳤기 때문이다. 향교는 제사와 교육 두 가지 일을 했는데 나주향교는 대성전이 앞에 명륜당이 뒤에 있다. 향교가 비탈이나 언덕에 있을 때는 대성전이 뒤로 간다. 대성전이 명륜당보다 위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정에 없는 향교를 구경했기에 출발이 늦어져서 영랑 생가와 문학관은 생략되었다. 가우도 출렁다리다. 어제는 추운 날씨로 비까지 내렸는데 오늘은 햇빛 쨍 이다. 시간을 잘 못 알고 개 발에 땀나게 출렁다리 까지 갔다 왔더니 일행이 아무도 없다. 시간을 확인하고 카페에 들러 대추차 한잔 하고 오니 늦었다. 여기서부터 강진 문화해설사가 동행 했는데 약속시간을 못 지켜 오합지졸이란 말을 들었다.

백련사는 강진만이 한눈에 뵈는 풍광 좋은 곳이다. 아쉬운 것은 동백이 피지 않았다. 3월에 핀단다. 고창 선운사와 이곳의 동백만이 토종으로 꽃이 작다고 한다. 다산이 백련사의 혜장스님을 만나러 다녔던 사색의 길을 따라 다산초당에 갔다. 천일각에서 다산이 강진만을 바라보며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형님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나는 강진에서 낳은 다산의 딸 홍임과 그녀의 엄마에 마음이 쓰였다. 다산초당 마루에 앉아 다산의 마음도 헤아려 보았다.

백운동 정원은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과 더불어 호남의 3대 정원이라고 한다. 옆으론 30만평의 차밭이 펼쳐진다. 드라마 촬영이 있어 관람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땐 마침 끝나고 스텝들이 장비를 철수하고 있었다.

백련사의 혜장스님이 입적하고 1년 뒤 애석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산은 제자들(초의 윤동)과 월출산과 백운동을 탐방했다. 이때 백운동 주인 이덕휘의 아들 이시헌이 다산의 제자로 들어왔다. 다산이 유배에서 풀린 뒤 이시헌은 매년 강진의 차를 두물머리 다산에게 보내면서 강진의 차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다산이 이 차를 받고 고마움과 편차(떡차)만드는 법을 자세히 적어 보낸 서한문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한다.

백운동 정자에 앉아 월출산 옥판봉을 바라보는 맛은 피천득 선생의 수필이란 수필을 읽는 것 같았다. 또 마당의 연지를 내려다보는 맛도 뺄 것도 더할 것도 없는 단정한 잘 다듬어진 시다. 단 몇 분이지만 대단한 호사를 누렸다. 선비 같고 부유한 양반 같고 다산의 제자가 된듯했다.

대나무 산책로가 올곧고 생명력이 넘쳐 보였다. 몇몇 사람이 걷고 있다. 나도 걷는 거라면 말마디나 하는데 시간이 없어 그냥 나와야 하니 아쉽기 짝이 없다. 동백나무숲도 아쉬워 언제든 백운동 정원에 다시 올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현승, 박용철, 문병란 시인에 대해 공부하고 백호, 다산, 영랑선생도 많이 공부했다. 아름다운, 역사적인 곳을 구경하고 남도의 맛있는 음식도 다 먹었다. 우리들의 끼도 맘껏 발산했다. 전국약사문인회 문학기행 최고다. 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

 

2023.11.24

댓글목록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강진과 백련사, 보길도를 다녀온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젊어서는 툭하면 나섰던 길이 이젠 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