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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pharmacist can he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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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177회 작성일 23-11-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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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rmacist can help.

윤복순

 

매년 FAPA(아시아 약학연맹)총회가 열린다. 올해는 29회로 타이페이에서 열렸다. 젊은 시절 약사공론에서 그와 관련된 기사를 읽을 때마다 나도 한 번쯤은생각했었다. 그들의 활발한 활동과 능력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세월이 흐르면서 잊어버렸다. 일반 회원에게 참석의향을 물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니 대약임원들만 갔다.

내년에는 서울에서 개최하고 FAPA 발족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다음 개최국이다 보니 대만 약사회에서 많이 참석해 줄 것을 부탁했고 무슨 협약도 맺었다고 한다. 그래서 임원이 아닌 나도 갈 수 있게 되었다. 후배들이 간다고 해 따라나섰다. 70여명이 갔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 촌뜨기인데다 경험이 없고 행동도 느리고 영어도 못하고 걱정이 앞섰다.

다른 팀들은 매년 같이 다녔거나 임원회의 때 자주 만나니 서로서로 인사를 나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어 저 약사는 왜 왔지? 어느 소속이지?” 하는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누구 하나 챙겨주는 사람도 없다.

40년 넘게 약국을 했고 언제 그만 둘지 모르는 나이이니, 갈 수 있는 기회가 왔고 그래도 현역일 때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따라 나섰지만 내가 왜 가지?”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대만 행 비행기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 하얀 상현달과 눈이 마주쳤다. 낮달만큼이나 비행기 안의 나도 할 일이 없다. 구름 한 번 내려다보고 달 한번 올려다보고. “왜 가니?” “그냥 가요.” “이 세상에 그냥은 없다. 가 보아라.” 달과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두어 시간도 금방이다.


FAPA총회 및 학술대회는 타이페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호텔에서 가까워 걸어서 갔다. 28개국 중 24개국 3000여명이 참석했단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축사를 하러 온다고 경비가 삼엄했다.

입장하니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홍보부스가 있어 구경도 하고 참여도 했다. 배너 중 “2023 FAPA We can help." 가 눈에 확 들어왔고 가슴에도 울림을 주었다. 지금까지 주눅 들어 있었는데 우리는 도와줄 수 있다, 우리는 기여할 수 있다, 우리 속에 내가 있다. 이런 마음이 막 일어났다.

보건의료 시스템의 회복력, 보건 안보와 형평성이번 총회의 주제다. 대만 총통은 코로나 펜데믹 동안 우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분투한 약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요란다 FAPA회장은 “FAPA가 아시아 약사들을 고양시키고 발전시켜 우리들의 전문성을 더 큰 공중보건 이슈에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고 또 아시아 약사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보건의료에 기여하고 존경받길 원한다. 지식을 키우고 긍정적인 동기를 고양하길 바라며 우리는 함께 할 때 강하고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영어 자막이 나오지만 아는 단어는 겨우 몇 개이어서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재치 쟁이 후배가 자막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바로 번역을 해 같이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다음 날 코리아의 밤행사 때다. 내년 서울 대회를 위해 각 나라의 대표들을 모신 저녁식사를 겸한 홍보의 시간이다. 약문회 후배들과 한 자리에 앉아있었다. 젊은 약사 두 명이 앉아도 되냐고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단다. 오래 전 조바호루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니 그녀가 조바호 종합병원에 근무한다며 반가워한다.

자기 약사면허번호가 몇 번 이라며 내 번호를 묻는다. 자기네는 약사가 2만 명 쯤 된다고 해 우리는 10만쯤 된다고 했다. 내가 나이가 있어 보이니 교수냐, 연구원이냐 묻는다. 개업약사는 뭐라 표현해야 할까. 후배가 바로 번역기를 대동한다. 지역약사라고 번역되는 것 같다. 그녀가 32세라고 해 나는 암만이라고 했더니 너 정년 없어?” 그녀가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한참 웃었다.

한국의 밤 행사라서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한복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지 못해 나는 또 초라해졌다. 한복은 기본이었는데 처음이다 보니 몰랐다. 부산에서 온 약사가 한복에 갓까지 써서 눈길을 끌었다. 그녀들이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옷 많이 보았다며 호기심을 보인다. 그 약사를 모셔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한국을 좋아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배울 수 있겠냐고 묻는다. USB를 참여선물로 받았는데 그녀에게 주면서 내 이름을 영문으로 적고 그 밑에 한글로 적었다. 시와 수필을 쓰는 약사 문인이고 매년 회원들의 글을 모아 책을 낸다며 한 권 보내 줘도 되냐고 물으니 바로 주소를 적어 준다.

내년 서울총회에 올 수 있어?” 휴가 일정이 맞으면 오고 싶다고 한다. 아직은 학술대회 연구 발표자 까지는 되지 않는 모양이다. 나도 서울 대회에 참석할지 맘을 정하지 못했다. 새로운 학문이나 최신 약학정보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어 세미나에는 참석하지 않고 관광만 다녔다.

마지막 날 갈라 디너 때다. 각국의 대표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전통 음악이나 무용 공연을 했다. 우리나라는 각 지부 여회장들이 부채춤을 췄다. 재미있고 흥겨웠다. 어느 나라는 겨우 3명만 참석했는지 그 나라의 유명가수 공연 내용을 틀어 놓고 자기들은 박수만 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1등을 했다. 나는 한복은 입지 않았지만 전통의상 입은 다른 나라 약사들과 사진은 여러 장 찍었다. 그리고 태극선을 선물로 주었다.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리무진 버스 안에서 무심히 창밖을 보았다. 보름달이 붉게 떠 있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번 여행 어땠어?” “Pharmacist can help."가 툭 튀어나왔다. 대만에 갈 때 하얀 상현달이 이 세상에 그냥은 없다고 했다. 약사는 도와줄 수 있다, 약사는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할 때 강하고 더 잘 할 수 있다고 한 요란다 회장의 말이 나에게 자부심을 갖게 한 모양이다.

달이 뜨기 전 노을이 깔렸었다. 어둠이 시작되기 바로 전이었다. 노을이 나에게 아직 너는 나보다 젊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도와줄 수 있다. 기여할 수 있다. 이 말을 가슴에 담고 약국 근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

 

2023.11.1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젊은 사람 위주로 참석하게 마련인 행사에 참여하시는 열정과 용기 본 받아야 하겠습니다. 참으로 좋은 경험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Pharmacist can help."라는 문구를 두고 많은 생각을 하며 공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