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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단칸방 사 형제의 띠앗머리 -임인숙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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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공모전 [금상] 단칸방 사 형제의 띠앗머리 -임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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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600회 작성일 19-11-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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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 사 형제의 띠앗머리

-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ㆍ7 ≪띠앗머리≫를 읽고 -

임인숙

  

1987 년 4월 어느 날, 그 때 막 넷째아들을 낳은 우리에게 보건소 가족계획상담원들이 찾아왔다. 갓난아이 말고도 다른 아이가 셋이나 더 있는 단칸 방안을 들여다본 그들 중의 한 상담원이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는가 싶은 얼굴로 “도대체 가족계획은 언제 할 거냐?”고 물었다.
“아, 우리는 이미 가족계획을 세워놓았습니다. 아들 딸 여덟을 낳기로 말입니다.” 나중에 며느리로 들어올 남의 집 딸까지를 내 자식이라고 여겨온 남편의 대꾸에 상담원들은 두말도 못하고 돌아들 갔다.


그랬다. 테마수필 ‘띠앗머리’ 속에 나오는 형제자매들은 그래도 자신들의 탄생만큼은 누구의 간섭 없이도 태어날 수 있었다. 아니 그 때는 오히려 여럿 형제가 힘이 되던 시절이었지. 그 지긋지긋한 가난만 빼고는….
사 람의 뇌는 기쁜 일은 금방 잊기로 하고, 슬프고 가슴 아팠던 일들은 두고두고 뇌리에 저장했다가 끄집어 낼 때마다 가슴앓이를 시키는가 보다. ‘띠앗머리’의 각 편마다 형제자매 때문에 아팠던 저자의 피멍들이 눈에 밟혀서 책장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 런 한편 ‘오라버니’, ‘친정 엄마 같은 작은언니’, ‘제비꽃’,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작품들은 내 손아래 나이차 많이 나는 남동생 둘 외에는 위로 언니 오빠들이 없어서 늘 그런 친구들을 샘내면서, 서러운 속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외로움에 시달렸던 나에겐 그런 추억과 형제자매간의 사랑을 지니고 사는 저자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르겠다.


‘아 픈 슬픔이여 이제는 안녕’에서 아래로 세 동생을 거느리고 아픈 엄마를 살려보려고 한겨울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애를 태웠어도 엄마는 돌아가시고, 어린 세 동생들과 덩그마니 남겨진 그 무서움과 막막함 때문에 결국 제초제를 구하고 콜라를 샀건만, 잘못된 생각을 바꾸고 지금은 어엿한 성인으로 살고 있는 이야기는, 그 사이사이의 행간에 떠오르는 내 자식들 생각 때문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 리 네 아들들은 자식 많이 둔 것이 흉이 되던 시절에 태어났다. 1970년대에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표어가 8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고 호들갑을 떨다가, 우리 막내가 태어날 무렵에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무작스럽기 짝이 없는 표어까지 등장했었다.
그러니 넷, 그것도 아들만 넷을 둔 우리 부부는 영락없는 ‘미개인’내지는 ‘원시인’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친척들조차 지지리 가난하면서 자식 욕심만 많다고 지청구를 대었다.
하 지만 육남매 가운데 세 째로 자란 남편은, 자식은 점지되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의였고, 언니 오빠 없는 것이 한이 되었던 나는, 내 자식이 살갑게 정 나눌 동기 없이 혼자 오롯이 자라게 되면 너무도 외로울까봐 자식만큼은 낳을 수 있는 한 낳으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식 부자가 된 나는 귀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나쁜 짓 빼고는 다 하겠다는 생각으로 애쓰고 힘썼다.

그 러나 세상살이라는 것이 마음먹기와는 달라서 달세 내는 날은 너무도 빨리 다가오고 쌀 봉지의 정부미는 너무도 빨리 줄어들었다. 어느 날 남편과 다툰 날, 나는 네 아들들과 함께한 방안에다 연탄화덕을 들이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그러더니 결국 한 많고 무거웠던 세월은 드디어 나에게 암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말았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여전히 힘없는 남편과 어린 자식들은 ‘아픈 슬픔이여 이제는 안녕’의 주인공처럼 얼마나 가슴 태우며 엄마를, 아내를 살리고 싶었을까?
내 엄마는 그랬다. 너무도 기막힌 일을 만나면, “신파 같다.”고. 어쩌면 수필 속의 주인공들과 나는 드라마 속의 한 인물들로 그냥 배역을 맡아서 연기를 한 것이었다면 지금 가슴의 이 멍울은 남지 않았을 런지.


‘육남매 이야기’는 딸 다섯의 외동아들로 태어난 작가가 형제간의 다툼이나 시기 없이 아내와 누이들이 다정하고 살갑게 지내는 복에 대해서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렇다. 우리 네 아이들에게도 형제간의 우애를 첫째로 가르쳤고, 큰 통의 아이스크림 하나를 놓고도 아버지로부터 엄마, 큰 애, 둘째, 셋째, 막내 순으로 나누어 먹게 함으로써 어른에 대한 공경심은 물론, 형제 사이의 위계질서도 가르쳤다. 그렇게 단칸방 사 형제는 정겹고 도타운 띠앗머리의 씨줄날줄을 엮어나갔다.


없 는 살림에 큰 애를 유치원에 넣었을 때 남편과 나는 마치 대학이라도 보낸 양 자랑스러웠었다.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주인집 전화라서 부리나케 받으러 갔더니, 큰 애가 간식으로 나오는 우유와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간다는 얘기다. ‘몸도 약한데… 우유를 싫어하는지’도 물었다.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 간식을 가지고 와서 동생을 주었다는 말을.
어쩌다 밥상에 고기가 놓이면 어린 마음에 많이 먹고 싶었을 테지만 서로서로 양보하다보니 결국 하나 남은 마지막 토막은 엄마 입에 반 강제로 넣어졌었다.


냉 장고 정리하면서 못다 먹은 음식을 버리기가 다반사인 지금에야 어찌 그런 양보심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며,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피붙이를 통해서 사랑을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을 형제자매 없이 홀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누굴 통해서 배울 수 있을까? 이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결혼율과 신생아 출산율이 마구 떨어지고 있다고, 뒤늦게 아우성을 치는 인구정책 담당자들을 보노라면 아이 많다고 홀대 받던 옛일이 떠올라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 제라도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많이 낳고 키우는 어려움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내 아이들이 여러 형제자매들 속에서 부대끼며 크는 것이 앞날에 더 보탬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아이 귀한 세상에 내남없이 자식은 금쪽같을 것이지만, 그 금쪽같은 자식이 남의 입질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인간의 기본 도리와 서로 사랑하는 법을 가정에서 가르쳐서 내보내야만 사회의 악이 되는 패륜아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효 도도, 사랑도, 어른 공경하는 것도, 이웃 간의 온정도, 교과서에서 억지로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형제자매 사이에서 다투고 미워도 하다가 반성하며 용서하고 사랑하면서 사회공동체로서의 일원으로 준비를 한다면 내일은 좀 더 행복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 믿는다.


새해 들어서 각종 일간지에서 신춘문예당선작 발표를 하지만 대부분 수필은 없다. 수필이 외면당하고 홀대받는 것이 섭섭해 인터넷에서 ‘수필’이라는 단어검색을 하다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띠앗머리’를 만났다. ‘띠앗머리’와의 만남은 삭막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오늘의 인간관계 속에서 따뜻한 사랑 한 줌 얻은 것 같은 선물이었다. <끝>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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