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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존재! 그 자체만으로 힘이 되는 사이 - 오주영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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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공모전 [대상] 존재! 그 자체만으로 힘이 되는 사이 -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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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736회 작성일 19-11-2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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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어지면서 추위도 잔잔해져 평화롭게 느껴지는 날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매서운 추위에 폭설까지 내리며 겨울의 참 맛을 보여주었고 그 추위는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덮치는 듯 했다. 성그런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뭔가를 찾던 나에게 수필드림팀의 일곱 번째 수필집 띠앗머리는 반갑고도 고마운 책이었다. 형제 자매의 우애를 뜻하는 말인 띠앗을 속되게 표현하는 말 띠앗머리! 제목부터 참 인상적이다. 세 살 배기 아들을 재우고 시골 사는 작은 언니가 만들어서 보내준 유자차를 뜨겁게 한잔 타서는 겨울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에 앉아 가지 많은 나무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 자매만큼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존재가 있을까? 나에게도 그런 피붙이가 네 명 이나 된다. 지난 가을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함께 부둥켜안고 통곡했던 우리들. 억누를 수 없는 슬픔 앞에서 서로를 보듬고 만 갈래로 갈라진 마음을 추스려 주었던 우리 오 남매. 서로의 존재만으로 위로와 힘이 되는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부모도 그러하지만 동기간 역시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운명으로 주어진 관계이다. 그러기에 싫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끊을 수도 끊어지지도 않는 질기고 끈끈한 관계. 살림을 조리차하지 못해 동생들에게 친정걱정을 시키는 오빠에 대해 언짢아 하면서도 오빠의 건강을 걱정하는 여동생(오라버니), 변덕과 고집으로 상대하기 힘든 동생을 끔찍하게 싫어하면서도 그런 동생을 놓지 못하는 언니(꿈에 잡혀서), 7년이나 소식을 끊고 방랑자가 된 여동생을 바라보며 자신이 신경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오빠(누이의 세월). 이 모두가 부모 때문에 묶인 관계를 함부로 끊지 못하기에 또 그 운명적인 관계만이 서로의 아픔을 오롯이 나누어 질 수 있음을 아는 이들의 자화상이다. 잘났던 못났던 나와 피를 나눈 사이이기 때문에 결코 모른 척 할 수 없는 것이 형제고 자매일 것이다. 그 아픔과 서러움과 힘겨움이 나의 것이 되어 거침없이 밀려들었다.



여러 편의 수필에 나타난 띠앗은 양보와 희생을 외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성의 계기를 주었고 우리 삶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었다. 자신에게 유서를 남기고 자살 시도를 한 오빠를 위해 녹두죽을 쑤는 여동생의 마음이, 형을 먼저 떠나 보내고 아우의 병간호를 하는 형의 마음이, 어머니의 죽음 후 어린 세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삶이 힘겨워 동생들과 함께 죽으려다 동생들의 얼굴을 보며 잘못된 생각을 바꾼 형의 마음이 눈물겹고 존경스럽고 애달픔으로 내 마음에 포개지며 가슴을 훈훈하게 해 주었다. 나를 포기하고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며 가족이란 이유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무리다. 그러나 가족이기에 한 피를 나눈 동기간이기에 그것 또한 가능하지 않을까.



병으로 동생을 먼저 떠나 보내고 그 동생을 추억하는 <제비꽃>을 읽으며 난 잠시 책을 덮었다. “사람에게 진실한 것, 곁의 가족과 친구들과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일상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그의 부재를 느낄 때 마다 깨닫는다”는 구절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아버지와 함께 했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가를 깨달았고 뒤늦은 깨달음은 후회와 아픔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가 동생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전쟁터에서 전우가 장렬히 전사하는 것을 목격한 병사와 같은 참담한 심정을 치유하듯이 나도 지난 3개월 동안 아버지와의 추억을 모조리 끌어안고 슬픔을 감당하고 있었기에 작가의 마음이 손에 닿을 듯 했다. 이제는 아버지의 부재에 슬퍼하기보다 함께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는 언니와 동생을 주신 것에 감사하며 슬픔을 털어가리란 다짐을 해본다.



어려서부터 친정엄마처럼 자신을 챙겨준 작은 언니와의 우애를 그린 <친정엄마 같은 작은언니>를 읽으며 내 입술에는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자매의 모습이 알콩달콩 재미있고 귀엽기까지 했다. 친정엄마 같은 언니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다. 호박꽃을 닮았다는 작가의 언니모습에 나의 큰언니 얼굴이 겹쳐졌다. 오 남매의 장녀로 태어나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건사해야 했던 큰언니. 큰언니의 책임감으로 토요일 오후가 되면 우리 집 슬라브 지붕 위에는 다섯 켤레의 실내화가 햇살에 하얗게 말라갔고 우리들은 개학 전날까지 밤을 세워서라도 방학숙제를 마칠 수 있었다. 야간대학을 다니며 동생들의 학비를 마련해준 큰언니 덕에 우리는 어려운 형편가운데서도 마음 놓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언니의 희생과 헌신을 알면서도 나는 작가처럼 여전히 언니가 보살펴야 할 동생이 자리에 있으니 아직 철부지를 면하지 못한 듯 하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유년을 함께 보내며 많은 추억을 간직한 사이. 어떤 이에게는 부모처럼 또 어떤 이에게는 친구로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 존재. 서로에게 힘이 될 수도 짐이 될 수도 있으며 서로의 닮음이 행복이 되기도 아픔이 되기도 서러움이 되기도 하는 것이 동기간이다. 동기간에 대한 이야기가 이처럼 다양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외동 아니면 둘로 자라는 이 시대의 아이들은 과연 삶으로 체험 할 수 있을까? 친구들에 비해 형제가 많아 늘 부끄러워했던 사춘기의 소녀가 이제는 형제가 많아 자랑스럽고 행복한 여인이 된 것이 감사하기도하다. 옛말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는데 난 그 말이 백 번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의 삶에서도 작가들의 이야기에서도 확실히 증명되고 있다. 그러나 가지 많은 나무이기에 잎사귀도 많고 새들도 쉬어갈 수 있으니 외롭지는 않을 것이며 열매 역시 많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형제, 자매에 대한 행복하고 유쾌한 이야기. 아름다운 추억 등을 기대했었는데 20편중 반 이상의 작품에 형제 자매에 대한 아픔과 힘겨움이 서려있었다. 나 보다 살아온 날이 많으신 작가 분들이 내가 자라온 시대와는 다른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지나 왔기 때문이고 동기간의 아픔과 힘겨움을 남의 것인 양 지나칠 수 없이 껴안아야 하는 것이 바로 피붙이들의 애환 때문인 것을 책을 덮으며 알게 되었다.



며칠 뒤면 큰언니의 생일이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도 집이 멀다는 핑계로 어린 아이 키워 바쁘다는 이유로 언니 집에도 자주 가지 않는 이 야박한 동생이 띠앗을 나타내 봐야겠다. 연년생 두 사내아이를 키우느라 밥 한번 제대로 차려서 먹지 못하는 언니에게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과 사랑이 담긴 생일상으로 그 동안 미뤄두었던 고백을 해야겠다. 이것이 띠앗머리를 통해 나에게 전해진 집필진의 고마운 마음이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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