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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공모전 [은상] 아버지, 따뜻한 당신 손을 잡고 싶습니다. -문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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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669회 작성일 19-11-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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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따뜻한 당신 손을 잡고 싶습니다.

문희정



 아버지를 아버지로 이해하고 추억하는 일이 어색한 것은 어머니를 통해 맺어온 아버지와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늘 곁에서 지켜주시던 어머니의 고마움은 칭송해 마지않으면서도, 오랜 시간 스스로 외로움을 자청하신 아버지의 뒷모습의 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아버지의 부재만을 원망해 온 우리가 아니던가. 서로의 가슴에 난 생채기를 짐작하면서도 닫아버린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은 애써 묻어둔 상처가 되살아날까 두려워서일 것이다. 하지만 곪은 상처가 감춘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던가. 《어머니를 준 남자》의 필진이 시도하고자 한 것은 그런 아버지와 자신을 대면시키고 서로의 환부를 내보이는 작업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는 조심스러움과 애틋함이 서려있었다.

아버지라는 이름 위에 얹힌 짐은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겠지만,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아버지의 모습은 그래도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자식의 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를 자청하는 오늘날의 아버지는 가족의 의미마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처량한 존재로 전락하고 권위적이고 무능력한 아버지들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 시점에서, 수필드림팀의 필진이 추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세상의 잣대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필진의 기억 속에 아버지와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은 고향의 낚시터에(「여우별」), 장터의 국밥집에(「오일장과 아버지」), 새벽 산사에(「새벽 운무」), 그리고 고향의 감나무 밭에(「항아리의 비밀」)있었다. 그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곳에, 아버지는 계셨다. 마치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에 색을 입히듯, 아버지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가장 행복하고 평화롭게 기억시켜 주셨다. 얼마나 벅찬 감동인가.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누가 우리에게 그처럼 달콤한 유년의 기억을 선물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아버지란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복잡한 존재인지라,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그저 몇 마디의 행복으로 다 표현할 수는 없다. 때로 아버지는 어머니를 생활 전선으로 몰아넣고. 자식들을 나 몰라라 하는가하면, 끊임없이 바깥으로 돌거나 심지어 먼저 저 세상으로 가시어 남은 가족들에게 빈자리로만 기억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버지를 외면하고, 미워하고,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노라 악다구니를 하다가도 우리는 결국 인정하고 만다. 그 원망과 미움도 결국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그래서일까. 나는「그날이 오면」,「호랑이 그리고 또 호랑이」,「‘달빛’ 아래 손을 내밀다」,「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은 작품 속의 아버지를 차마 미워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너무 나의 아버지와 닮아서, 악인이라 치부해버리기에는 그 상처와 아픔을 너무 많이 이해하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많은 작품에서 느꼈던 또 하나의 슬픔은 바로 ‘아버지의 부재’였다. 「아버지는 부재중」,「그날의 향기」,「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지 않고」에서 아버지는 ‘빈자리’로 존재하고 있었다. 원래 없었던 자리가 아니라 분명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니 계신 그 분은 얼마나 그립고 또 원망스러울까. 미워할 죄목조차 남기지 않고 멀리 떠나신 아버지의 자리가 얼마나 크고 헛헛했을까. 하지만 그리 슬퍼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해준 분이 바로 아버지이시니, 이미 나로 인해 그분의 존재가 증명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인 셈이다.

길지 않은 글을 읽으면서 나는 여러 번 책장을 덮어야 했다. 차마 내가 말하지 못한 이야기, 말이 되어 가슴 밖으로 나오면 다시 상처가 될 것 같아 덮어둔 단어들을 만날 때 마다, 나는 책장을 덮고 심호흡을 했다. 책표지에 적힌 문구처럼 ‘눈이 아닌 가슴으로’ 아버지를 보는 일은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었다. 경솔하고 모질었던 내 모습과 늙고 약한 아버지는 툭툭 튀어나와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달빛’ 아래 손을 내밀다」에서 ‘죄송하다는 말에는 내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 차마 말할 수 없었다’는 구절은 특히 나를 아프게 했다. 나 역시도 미워하는 마음마저 놓고 나면 내가 더 잘못한 일들이 떠오를까봐 오기를 부리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아버지를 외면하고 싶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아버지가 설령 못나고 부족할지라도 그 분이 나를 진정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 사랑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무 편의 작품을 읽고, 가장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돌아 온 어느 여행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떠난 후에야 알게 된다. 필진이 알려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더 늦기 전에 ‘아버지의 따뜻한 손’(「호랑이 그리고 또 호랑이」)을 잡아보라고. 그리고 모든 원망과 미움이 녹아내리는 것을 경험하라고.

이 한권의 책이 그 어떤 명작보다도 마음을 울리는 것은 바로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쓰고 지웠을 이야기들은 드라마와 같은 격정이 없어도, 아니 없어서 더 아름다웠던 것이 아닐까. 쉽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낸 필진에게 깊은 감사와 경의를 전한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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