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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마음의 고향에 대한 향수 - 양윤정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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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공모전 [은상] 마음의 고향에 대한 향수 - 양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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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756회 작성일 19-11-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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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에 대한 향수」



활활 타는 용광로 같은 염천이 밤낮없이 계속되고 한낮의 아스팔트 위 열기에 울렁거릴 때쯤 서늘한 바람 한 점 그리워진다. 날씨 탓일까. 야속한 세상살이에 대한 고단함이 밀려와 편히 마음 내려 둘 곳을 찾게 된다. 이럴 때 으레 생각나는 것이 고향이 아니던가. 가만히 눈을 감고 고향 생각에 젖어들면 훈훈한 미소가 입가에 머물다가도 갑자기 몸서리치게 그리움이 몰려온다.

내 고향은 이슬 맺힌 신선한 풀내음이 아니라 알싸한 담배냄새가 배어나고, 참새 재잘거리는 소리나 우렁찬 소 울음소리가 아니라 술에 거나하게 취하여 부르는 노랫소리다. 평온하고 낙원 같은 전원풍경이 아니라 지난한 세월의 풍파에 축 늘어진 뒷모습이며 혼자서 이겨내야 했던 눈물이다. 그런 내 아버지셨다. 아무리 잘난 척하며 꿋꿋하게 살아내다가도 언제나 마지막엔 찾게 되는 인생의 길잡이이자 존재의 근원이 되는 것이 바로 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어머니를 준 남자」라는 수필집을 접하기 전까지는 마음속 한편에 늘 자리하고 있지만,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꺼내어 펼쳐보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면 두려웠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생전에는 괜한 반항심이나 미움이 앞서서 그랬고 지금은 돌아가신지 일 년을 갓 넘긴 후라 아픈 마음을 헤집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이기적인 생각에 엄살까지 더해진 것이다.

마음에 맞는 책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 닿아야 할 터인데, 이 수필집을 만나면서 꾹꾹 눌러오던 아버지에 대한 회한을 풀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각 작가의 이야기가 마치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른거려 내 기억과 감성을 자극했다. 우리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할 때 있어봄 직한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산재되어 있었다. 한 번쯤은 아버지를 미워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그리움, 자연을 곁에 끼고 어린 자식과 낚시재미에 빠진 아버지의 모습과 오일장이 서면 마지막에 대폿집에 들러 세상 사는 이야기를 안주 삼아 얼큰한 술 몇 잔 걸치는 인간미 물씬 나는 정겨운 모습이 녹아있다.

그 리고 한편으로는 오해의 골이 깊어 무색하게 세월만 흘러버려 후회와 화해를 거듭하는 작가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반추해 보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가 아니라 상상의 날개에 편승한 찬란한 오해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어쩌면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버지를 이해한답시고 나만의 오해에 빠져 있지는 않았었나 싶다.

‘너를 어찌 잊을까’란 작품은 작년 3월 봄의 문턱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눈이 쏟아지던 그날로 내 기억을 돌려놓았다. 눈인지 눈물인지 자꾸만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닦아내며 병원으로 내달렸다. 이미 돌아가신 뒤였지만 삶의 마지막 끈을 잡고 가족을 기다리신 듯 아직 몸에 미미하게나마 체온이 남아있어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려고 얼마나 쓰다듬었는지 모르겠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그토록 허무한 것인 줄 몰랐다. 겨우내 몇 번의 뇌출혈로 수술을 받으며 몸은 앙상한 나뭇가지 마냥 말라갔고 눈가에는 온통 피멍으로 뒤덮였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내 마음에도 선명한 상처로 오롯이 남았다. 수술 후엔 밤새도록 머리를 꿰맨 틈새에서 검붉은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와 베개에 기저귀를 받쳐야 했다. 마취 없이 철심으로 꿰매도 나를 보며 아프다 소리 한 번 하지 않으셨고, 어느새 얼굴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해버리고 퀭해진 눈으로 내가 잠들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셨다. 그날 밤 목이 메와 몇 번이고 딸꾹질로 삼켰던 기억이 난다. 수술 횟수가 더해갈수록 아버지는 점점 기억이 가물 해지고 간단한 글자조차 읽지 못하셨지만, 딸의 이름만큼은 또렷이 알고 계셨다. 아버지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지워지는 중이었지만 일하러 가야 하니 빨리 퇴원하자고 조르셨다. 아프지 않으냐고 물어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다. 아마 가족을 위해서라도 살고 싶으셨을 것이다. 당신의 아픈 몸보다도 가족을 책임지지 못한 죄책감에 더 시달리셨다.

간 암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조금 더 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처럼 내 아버지도 그렇진 않았을까?, 아버지였지만 한 인간으로 느껴야 했을 죽음 앞에서의 두려움,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이 나의 아버지와 겹쳐졌다. 아들이 이식수술을 해주고 그로 말미암아 아들의 재수술로 그토록 마음 아파하는 작가의 모습에 콧등이 시큰거렸다. 그러면서도 그 아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내 장기를 나누어 함께 살 수만 있다면..., 부질없는 바람이지만 잠깐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다.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에 눈물이 아른거리다가 ‘그날이 오면’이란 작품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내가 마치 작가가 된 것처럼 감정이입이 되어 아버지를 미워했던 마음과 자조 섞인 그리움의 말들이 너무나도 와 닿았다. 한심하게도 왜 아버지는 더 능력이 있지 못하는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느냐는 철없는 원망이 더 컸었다. 한 번쯤은 아버지가 들이켜는 술 한 잔의 쓰디쓴 맛이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에 더욱 무거워진 삶의 무게일 수 있음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에 고개를 떨어뜨려야만 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이 실감 날만큼 마냥 후회만 하던 내게 작가의 마음을 표현한 글을 빌려 반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조금이나마 편해질 수 있었다.

‘아버지’란 존재는 그 무엇으로 표현해도 완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먹먹해지는 그리움이다. ‘여우별’에서 작가는 “아버지를 아버지로서 이해하였을 때 나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지 싶다.”라고 말한다. 부모님이 계실 때 효도하라는 말은 무수히 많지만 다들 뒤늦게 후회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잣대에 맞추어 이해하려 들기 때문이 아닐까. 유독 아버지는 ‘가장’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더 강해야 하며 묵묵히 가정을 지켜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 커다란 벽을 두게 하는 건 아닌지..., 그러기에 한편으로는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음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지나온 기억의 편린들을 모아서 따라가다 보면 그 이면에는 항상 사랑이라는 그림자가 함께 한다. 태양이 지구를 떠날 수 없는 것처럼 아버지와 자식 사이도 어쩔 수 없는 천륜이고 운명이다. 그러기에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할 바에야 무조건 사랑하고 또 표현하고 볼 일이다. 곁에 계시거나 그렇지 않아도 언제나 그 자체로 넉넉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우리네 마음의 고향이다. ‘그날의 향기’에서 작가가 기억하는 밤꽃 향기처럼 아련한 향수가 곁에 와 살며시 내려앉으면 아버지를 떠올려 본다.

오늘따라 어릴 때 불렀던 동요가 생각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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