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동상] 바보 온달에게 가는 길 - 이정화 > 수상작 및 심사평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90741_0112.jpg 

5회 공모전 [동상] 바보 온달에게 가는 길 - 이정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666회 작성일 19-11-20 13:15

본문

우리는 항상 여러 갈래의 길을 걷는다. 태어난 곳에서부터 집까지의 거리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선택한 친구들과 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늘 가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감지할 수 없는 것처럼, 나무라는 존재도 밟았던 길의 발자국만큼, 어디를 지나가든지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길을 가면 매일 마주치는 낯선 사람들과 나무가 닮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결혼을 주제로 한 테마수필집 '연리지'를 읽고 그 마음은 더 선명해졌다. 사실 처음에는 책의 제목인 연리지가 나무인지 꽃인지도 제대로 몰랐었다. 대충 보면 다른 나무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만나 오랜 시간을 견뎌야 가지가 붙고 한 나무처럼 자라, 영원히 살아지는 것, 그게 바로 연리지라고 했다. 연리지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가지가 붙어도 한 나무처럼 자라 서로 영양분을 흡수하고 세포를 바꾸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매일 볼 수 있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두 나무가 만나 신선하고 새로운 한 나무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만나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손인 가지가 어느 정도의 작용을 하였으리라.



맞선을 본 남자와 인연이 아니라며 피하고 싶었던 그날, 같은 길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것으로 인생의 모험을 시작한 '모험, 그것은 약속 있는 항해이다.'와 산을 오르던 주인공의 풀어진 운동화끈을 부드러운 손이 아닌 투박하고 두꺼운 손으로 묶어준 것을 계기로 평생 인생길의 동행자가 되었다는 '산길에 접어들며' 그리고 펜팔이 주는 환상을 깨뜨리는 첫인상이었지만 영혼의 상처를 아물게 했던 그에게 평생 편지를 쓰기로 다짐한 '인연.'의 작품까지.



작가들이 말한 것처럼 처음 시작은 먼 길로 돌아서 가고 싶을 만큼 모두 망설였다. 처음은 그랬었다. 하지만, 어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인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것 같았다. 아주 빠르고 스스로 무모하다고 말할 만한 것이라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느낌이 있으므로. 처음을 확신할 수 없었던 모습 위로 책을 읽기 전 소녀의 마음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던 내가 겹쳐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누구나 하는 것이 결혼이지만, 완벽하게 꿈꾸던 왕자의 모습을 한 이상형이 아니라면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잠그겠다던 어릴 적 다짐이 이십 대에도 아직 막연하게 남아있던 거다. 처음 가는 그 길이 비록 비단길이어도 어떠냐는 생각으로 조금 부담이 된다 해도 결코 사치스러운 욕심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특별해지고 싶고 결혼이라면 더더욱 그런 것이다. 우리가 늘 걸어가면서 보았던 나무처럼 반복될수록 흥미를 잃고 제자리걸음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기도 했다. 원하는 대로 상상하는 것과 현실은 결혼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미 완벽함을 갖춘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나서 바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해피엔딩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백마 탄 왕자는 아니었지만, 가진 것도 넉넉지 않고 심지어 평범 이하로 보일 수도 있는 외모를 가진 바보온달에게도 성실한 진실함은 있었다. 자신을 선택하면서 무모해 보이는 길을 걸어온 평강공주와의 약속을 지켰고 다른 신분임에도 같은 곳을 보려고 속도를 맞추며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럼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바보온달이라 불리던 사람을 모두의 찬사를 받는 장군으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고된 시간이었을까. 마치 연리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거친 나무 같다.



부딪쳐서 살을 파고들어야만 비로소 튼튼한 나무가 될 수 있다며 믿음을 서로 끌어안았던 '그 바다 위에서' 역시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함께한 시간을 같은 곳의 공기를 받고 별과 달을 보며 자랐기에 태연하고도 침착하게 깍지를 풀지 않을 수 있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작가는 집에 돌아와 빨래를 걷으면서 거친 바람을 이겨낸 세월에 위로라도 받듯 아주 따뜻한 마음인 햇볕을 쬐었다. 그때 받은 햇볕은 살면서 부부가 나누는 따뜻한 위로의 대화이다.


단비가 내릴 땐 품에서 잠시 쉬어가라더니 변덕스럽게 장대비가 쏟아질 때는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모두 나에게 쏟고 위로받으라던 '달콤한 유혹'도 이렇게 내 마음의 길에 남았다.



어떤 것이 정확한 정답일지는 모른다.

인 생의 모든 초점이 결혼에 맞춰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위해 어느 곳으로 매일 걸어야 하는 것처럼 시간이 언제 이렇게 많이 흘러갔는지를 모르고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며 당연히 후회하는 것처럼 당연하기도 하다. 좋은 학교를 나오려고 공부하고 그 이후로는 좋은 직장, 그다음은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단계로 이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사람 때문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바보온달이나 현대의 바보온달은 다르지 않다. 무조건 착하기만 하고 성실해 보여서 시작하고 싶은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한번 같이 살아보고 싶게끔 하는 사람, 모진 고통을 다 감싸 안고 이겨낸 다음에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



 책은 나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힌트를 제시하였다. 이것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변화이다. 죽을 만큼 멋지고 내가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던 나에게 묻고 싶다. 그 사람의 그늘에 가려져 늘 옆에서 평범한 나무를 비추고 있던 햇볕과 공기를 혹시 외면한 것은 아닐까 하고.

화려하진 않아도 바보온달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느 길에 서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7건 2 페이지
수상작 및 심사평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2 7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719 11-20
41 7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737 11-20
40 7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601 11-26
39 7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630 11-26
38 7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601 11-26
37 6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1083 11-20
36 6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699 11-20
35 6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757 11-20
34 6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670 11-20
33 6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753 11-20
32 6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780 11-20
31 5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723 11-20
30 5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700 11-20
29 5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811 11-20
열람중 5회 공모전 해드림출판사 667 11-20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