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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행복하기로 마음먹기 - 지용기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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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공모전 [금상] 행복하기로 마음먹기 - 지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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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699회 작성일 19-11-2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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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로 마음먹기

 지용기




日氣가 또 한 번 요술을 부리더니 옆구리가 시리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추운계절이라 옆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존재를 찾는 것은 어쩌면 동물적인 본능과 다르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결혼이 본능적인 것만을 채워준다면 이혼율 50%의 통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결혼생활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결혼 생활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냐하는 방법론적인 책이다. 하지만 방법을 몰라서 싸움을 하는 부부는 없다. ‘知行合一’로 설명될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필드림팀의 ‘연리지’는 특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지루한 설명을 나열한 책이 아니라 있었던 일 그대로를 보여주는 솔직한 삶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에 빠져 결혼생활의 가이드북이라도 되는 양 옆에 끼어놓고 시간 날 때 마다 읽는다. 본인의 어머니는 시간이 지나보면 누구나 그런 이야기 하나쯤은 다가지게 된다고 핀잔을 주신다. 이미 결혼생활을 수 십 년 해오는 어머니역시 결혼생활에서 겪을 것은 다 겪어보신 분이다. 경상도 남자와 결혼한 전라도 여자,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그 사이에서 항상 중립을 지키시는 아버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며 돌봐달라고 때 쓰는 세 명의 자식들은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운 시집살이에 관한 가사를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책속에서는 어머니와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 작가는 어떠한 이야기를 할까’하는 계속되는 호기심에 잠시 각각의 이야기 앞에 부부의 모습이나 가족사진이 있다면 사진을 보고 뒤에 나오는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보너스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간의 사진을 보고 결혼 생활을 설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혼은 마라톤과 같은 것인데 어찌 달리는 이의 한순간 표정을 보고 마라톤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바다위에서’라는 작품은 내 기억으로 오버랩 되었다. 무릎까지 눈이 덮인 지리산, 입산통제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올랐던 지리산에서 길을 못 찾아 20시간을 산속에서 헤매다 겨우 내려온 뒤로 나는 당시의 여자 친구가 평생의 배필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어려운 시간에서 나를 믿고 군소리 한마디 없이 따라왔던 그녀, 그녀가 보낸 지긋한 신뢰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바다위에서 느낀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남편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된다. 문학의 메타포를 잠깐 빌려오면 집체만한 파도는 삶의 여정에 찾아오는 고난으로 생각해 볼 수 있고 작가는 그 것을 버티어냈고 결국 이겨낸 것이 됐다. 가정에 힘든 일이 찾아올 때 부부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어떻게든 힘을 합쳐 파도를 이겨내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분열되어 파도에 삼키어 지거나 하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긴 터널을 앞두고 있다하더라도 지긋이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그 어떤 것 보다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작가는 작품에서 서로가 만들어낸 인연을 말하고 싶었나보다.



책속의 다른 작가들도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는 할지언정 불행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물론 어려운 시간들을 이겨낸 사람들만의 글을 담아내서 그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시간, 시간 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며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애처롭기까지 했다. 옛날엔 자기 없으면 곧 죽어 버릴 것 같던 사람이 이제 집에 오면 몇 마디 말도 하지 않는 남편이 되 버린 이를 자신의 인연이라고 말한다. 또 필자는 인연이 사랑보다 더 깊다고 말한다. 여기서 사랑은 연애할 때의 사랑을 말하는 것 같다. 연애할 때는 사랑하면 모든 것을 다 견디어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 감정에 의존한 사랑은 힘을 잃는다. 하루만 못 봐도 상사병이 걸릴 것 같던 그 시절, 하지만 지금은 나도 모르게 화를 낼 때가 많다. 그리고 내가 조금만 참을 것을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에 다시 화를 내기도 한다. 사실 현실에 부딪히다보니 이론을 알면서 쉽게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인연이라는 글을 읽으며 그래도 지금의 내 아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눈에 콩깍지가 씌었었다고 해도 수년을 만나고 결정한 배필을 잠깐 단점이 보이는 것을 보고 속단한다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책을 읽다보니 어느 덧 관심은 앞으로 내가 쓸 이야기에 모아졌다. 나라면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 내가 책속의 갖가지 상황에 놓여 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 역시 지금의 배필을 인연으로 생각하고 사랑으로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인연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흔히 노력의 결과를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곤 한다. 한 여자를 위해, 가정을 위해 애쓴 노력은 어디로 가버리고 현재의 모습이 인연이기에 그렇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운명론적이지 않는가. 반대로 가정을 위해 노력은 하지 않고 쉽게 이혼을 결정하고 나서 인연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닌가. 물론 그 뒤에 있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모르기에 이렇게 말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연 또한 서로의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至誠이면 感天이다’ 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여기서 발전한 지론은 인생전체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다. ‘서로 품어 하나가 되는 인연’이라는 책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혼은 서로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서로 품는 다는 말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안아준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혹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더라도 감싸줄 수 있는 배려가 결혼의 핵심이 아닐까. 이는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자신은 노력도 하지 않으며 타인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한다. 다른 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내 기준에서 보려고 하고, 내 생각을 강요하기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소로우의 ‘월든’에 나오는 고수처럼 북소리로 다른 이의 걸음을 조정하려고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끝내 내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소불위의 권력자라 하더라도 타인의 마음까지는 움직일 수 없다. 우리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마음을 먹어야 한다. 행복하고 안하고는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한다. 상황이 잠깐 여의치 못한다 한들 행복하다고 마음먹으면 자체가 행복한 것이다. 결단의 한 굴레인지도 모르겠지만 얇은 책하나가 철학자를 하나 만들어냈다. 물론 책 내용은 나에게 어떠한 것들도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본인이 노력해야 되고 스스로가 긍정적인 생각으로 인연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속삭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이내 결혼에서 삶의 지론까지 발달한 것이다. 어쨌든 추운 겨울날 훈훈한 생각을 했으니 그 것만으로 족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다. 먼 훗날 결혼을 회상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때 행복하기로 결단한 후로 지금까지 행복한 생활들을 하고 있다.’ 라고...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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