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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8 10:13
  • 절기와 습속 들춰보기
  • 한판암 교수
  • 자연의 흐름, 절기와 습속에서 인생을 배운다
  • 2013년 05월 20일
  • 신국판
  • 978-89-93506-78-5
  • 15,000원

본문

펴내는 글

습속의 참모습을 쫓으며

장구한 세월에 걸쳐 시나브로 선조들의 얼이 서린 ‘절기와 습속’의 참모습과 만남을 위한 여정이다. 여기서 24절기(二十四節氣)는 태양년(太陽年)을 태양의 황경(黃經)에 따라 24등분 하여 계절을 자세히 나눈 것으로 절후(節候) 혹은 시령(時令)이라고 하며, 오랫동안 계절의 변화나 농사를 짓는 기준 역할을 해왔다. 한편, ‘습속(習俗)’은 ‘예로부터 어떤 사회나 지역에 내려오는 고유한 관습과 풍속’을 이르는 개념이다.
병아리 대학생 시절부터 이들에 대해 무척 많은 관심을 쏟았다. 여물지 못한 젊은 시절부터 모으기 시작한 케케묵은 자료에 수시로 수집한 내용을 더하고 빼며 퍼즐 맞추기를 끝없이 되풀이했다. 너무 오랫동안 하나하나에 대해 뼈대를 맞추거나 작은 줄기를 붙였다가 떼내는 변덕을 부렸던 까닭에 더 견딜 여력이나 아이디어가 죄다 소진되어 해묵은 과제를 서둘러 매조지하기로 단안을 내렸다.
선조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습이나 풍속을 위시한 습관 등속을 포괄하였기 때문에 옛 정혼(精魂)이 서려 끊임없이 용트림 해대지만, 너무나 익숙해 그 참뜻이나 철학을 간과하고 지나친 우리이다. 특히, 지난 세기 후반부터 급격한 정보화 바람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면서 전통문화의 기저에 흐르는 아름다운 정신이 어느 결에 가물가물 희미해져 간다. 따라서 신세대 젊은이들은 이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 이러한 시점에 이르러 이들을 바탕으로 꽃피웠던 문화의 부분적인 단면이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절기와 습속’의 유래와 내용을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과제는 역사 쪽이나 민속학의 영역일지 모른다. 그들 분야의 학문적 과제를 전문가의 식견에 의거해 연구한 결과를 엮어내면 전문 서적이다. 하지만 전문서는 보통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기에 껄끄럽기 마련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요량에서 이들에 대해 청맹과니나 다름없는 안목으로도 이해 가능한 범주를 담아내려고 깜냥대로 노력했다. 게다가 나열된 절기와 습속의 내용과 의의를 비롯해 담겨진 철학을 터득하여 오늘에 부합하게 재평가해서 자신의 지식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은 독자의 몫인 여백으로 남겨 두었다.
모두 일흔세 개의 글을 여섯 마당으로 나눠 얼개를 짜서 책 형태를 갖추고 ‘절기와 습속 들춰보기’라고 명명했다. 구태여 ‘들춰보기’라는 어휘를 삽입된 연유는 아련하게 사라져 가는 문화를 ‘일삼아 드러내 살펴보자.’라는 기원이 담겼다. 한편, 책 이름이 밋밋하고 호소력이 미진하여 비책으로서 책명 앞에 강조 문구인 ‘옛 얼과 혼이 꿈틀대는’이라는 사족을 덧붙였다.
책의 첫째 마당은 옛날 농사에 유용한 기준이었던 24절기 중에 봄여름의 절기를‘탄생과 성숙의 열두 절기’, 둘째 마당은 갈겨울의 절기를 ‘결실과 인동의 열두 절기’로 작은 문패를 붙였다. 셋째 마당은 다양한 명절의 유래와 내용을 불러 모아 ‘세월의 징검다리’라고 이름 지었다. 넷째 마당은 다양한 바람이나 정성을 꼭꼭 채워 ‘곡진한 소망의 등불’이라고 명명했다. 다섯째 마당은 상생과 공존에 관련된 내용을 모아 ‘상생과 어울림의 희망가’라고 정했다. 마지막으로 여섯째마당은 삶의 지혜를 일깨울 모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줄 세워서 ‘삶의 지혜와 마중물’이라고 했다.
선조들의 얼이나 혼백이 깊이 뿌리 내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듯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였던 문화유산이 어느결에 사라질 징조와 낌새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그런데 불구하고 이들을 한데 모은 전문서적이나 기타 단행본으로 엮은 경우를 찾을 길이 없었다. 이 같은 연유에서 조상의 고고한 정신과 영혼이 살아 꿈틀대는 옛 문화의 언저리를 산책하며 맥을 짚어봄으로써 여느 사람들도 스스럼없이 숭고한 뜻을 되새겨 볼 계기를 제공하고픈 욕심을 접기 어려웠다. 아울러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하늘의 섭리나 자연의 순리에 어우러져 공존하는 삶을 깨우치는 지혜로움에 다다르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이 작은 작업이 지난 세월에 삶의 나침반이자 생활의 기준점이었던 문화가 속절없이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날로 메말라가는 삭막함을 막는데 일조한다면 더할 수 없는 보람이겠다.
_임진년 늦은 여름 날 한판암

목차

펴내는 글 - 습속의 참모습을 쫓으며 4
24절기(節氣)의 의의와 원리 펼쳐보기 7


Ⅰ. 탄생과 성숙의 열두 절기

입춘 18
우수 24
경칩 28
춘분 33
청명 37
곡우 41
입하 46
소만 52
망종 56
하지 61
소서 65
대서 69


Ⅱ. 결실과 인동의 열두 절기

입추 76
처서 81
백로 85
추분 90
한로 94
상강 98
입동 102
소설 106
대설 111
동지 114
소한 119
대한 123


Ⅲ. 세월의 징검다리

설 123
정월 대보름 128
머슴날 139
삼짇날 145
한식 150
사월 초파일 153
단오 159
유두 165
칠석 170
백중 175
추석 181
중양절 188


Ⅳ. 곡진한 소망의 혼불

안택 194
솟대 199
금줄 새겨보기 205
서낭당 210
장승 215
수세 220
쌍춘절과 결혼 225
아이 어르기와 기원 229
추석 차례상 차리기 235
백일잔치 들여다보기 240
벌초 244
사초 250


Ⅴ. 상생과 어울림의 희망가

두레 256
물레방아 262
보라타작 267
대장간 274
답구 280
공동 우물 287
천렵 292
성인식 297
이름과 자와 호 301
책씻이 306
향음주례 311
막걸리 바로보기 315


Ⅵ. 삶의 지혜와 마중물

오일장 34
삼복 330
서당 335
서원 342
향교 348
보릿고개 354
모깃불 359
지팡이 소고 364
사랑방 369
계영배 374
연리지와 사랑의 기원 378
서리 382
된장녀 유감 387


 경남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 교수 정년퇴임
경남대학교 전자계산소장, 이부학장, 전산정보원장
한국정보과학회 영남지부장, 이사, 부회장
한국정보처리학회 이사, 감사,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및 마산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객원논설위원
경남IT포럼 회장
테마수필 필진
季刊「수필界」편집위원
「문예감성」수필부문 심사위원
「시와 늪」명예고문
현재)경남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경영학 박사)

수필집
「찬밥과 더운밥」(도서출판 엠아이지 : 2005)
「내가 사는 이유」(도서출판 에세이 : 2006)
「우연」(해드림출판사 : 2009)
「월영지의 숨결」(해드림출판사 : 2010)
「마음의 여울」(해드림출판사 : 2011)
「행복으로 초대」(해드림출판사 : 2012)

칼럼집
「흔적과 여백」(해드림출판사 : 2011)

본문

*예로부터 ‘섣달 그믐날 밤을 뜬눈으로 새우는 습속(習俗)’은, ‘그해를 지킨다.’는 뜻으로 ‘수세(守歲)’라고 불렀다. 그런 습속의 유래는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여러 문헌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우리조상은 매년 섣달 그믐날에 각종 악귀를 몰아내는 의식을 치렀다. 대표적으로 조선 중기의 학자인 성현(1439~1504 : 호는 용재(慵齋))이 쓴 수필집 ‘용재총화(慵齋叢話)’에 그런 습속에 대하여 세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 책은 조선 전기(前期)의 정치와 사회 및 제도와 문화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를 상당히 많이 싣고 있다.
당시 섣달그믐은 새해를 무탈하고 경건하며 정갈하게 맞이하기 위해서 집안에 몰래 숨어들어 사는 악귀를 내몰아야 한다는 미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악귀 중의 하나가‘고(蠱)’라는 것으로서, 이는 사람의 몸속에서 첩자처럼 암약하고 있다고 믿었다.
여기서 ‘고(蠱)’는 그릇을 뜻하는 ‘그릇 명(皿)’위에 ‘벌레 충’자가 세 개가 무리를 지어 옹기종기 서로 맞붙어 앉아있는 형국이므로 그릇 속에 벌레 세 마리가 담겨 있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결국 사람의 몸(그릇) 속에 세 마리의 악귀(벌레)가 비집고 들어가 똬리를 틀고 있음을 상징하는 뜻이기도 하다. 이 악귀들은 각각 사람의 머리와 배 그리고 발에 똬리를 틀고 기생한다고 여겼다.
_‘수세’ 중에서




*영원한 수수께끼이며 보고 또 보며 생각을 일깨우게 했던 불가사의한 신비의 세계였다. 그러나 새 가슴과 작은 눈으로 그 무궁한 진리를 터득하기는 버거운 숙제였다. 그렇다고 숨겨진 원리나 철칙(ironclad rule)을 찾아보겠다는 빼어난 영특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련만 그냥 신기해서 마냥 즐겨 찾았다.
사방에 흩어진 뜸에 자리 잡고 살아도 자주 눈에 띠다 보니 방앗간주인도 내가 어느 뜸의 뉘 집 아이라는 것쯤은 훤히 꿰고 있는 눈치였다. 해서, 가끔은 방앗간 주인이 아는 척하며 말을 건네기도 하고 때로는 보일 듯 말 듯한 눈길을 주기도 했다. 그럴 때면 얼떨결에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턱을 괴고 구경에 몰입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쩌다 주인이 빗자루라도 가져다 달라는 얘기를 하면 신이 났던 내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발동기로 큰 소음을 내며 힘차게 방아를 찧던 현대화된 정미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물레방아에 유별난 관심을 보였던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 당시 내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되살펴 봐도 물로 어떻게 기계를 돌리고 방아를 찧을 수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일 뿐이다.
집에서 사립문을 나서면 디딜방아와 연자방아가 있어 그들에 대한 관심을 가질 법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이 물레방아를 찾아가는 행동을 되풀이했다. 방앗간 이웃에 사는 것도 아니고 꽤 멀리 떨어진 위뜸의 어린 꼬마가 수시로 만만치 않은 길을 오르내리며 한결같이 찾던 연유를 무엇으로 설명했어야 할까. 오죽하면 주인이 늘 방앗간을 찾아와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나에게 무엇을 구경하려고 끈질기게 오느냐고 묻기도 했었다. 아마도 그때 엉겹결에 내뱉었던 대답은‘씩 웃는 웃음’이 전부였을 법하다. 지금쯤 어떤 일에 그처럼 몰두하며 집착하라고 협박을 한다 해도 엔간해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던 신기한 현상이었다.
_'물레방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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