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사랑의 숙성도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0-02-18 09:54
  • 사랑의 숙성도
  • 풀무문학_종합문학
  • 동인 작품집
  • 2013년 3월 1일
  • 시_수필 중심
  • 97889-92506-75-4
  • 10,000원

본문

사랑의 숙성도

서정적인 배경과 뮤지컬의 목마름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서 청년기의 열정을 넘치도록 채울 수 있었던 영화가 있었는데 로버트 와이즈(Robert Earl Wise: 영화감독, 미국, 1914년 9
월 10일~2005년 9월 14일)가 만든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이었다. 문밖에 쌓인 눈으로 집안에 갇혀 있었던 며칠 전 그 영화를 안방극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늦은 아침상을 신문지로 덮어 시간을 정지시켰다.

모든 산을 오르거라
모든 강을 건너거라
모든 무지개를 따라가거라
너의 꿈을 찾을 때까지
네가 살아 있는 한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그 모든 사랑을 쏟을 꿈을 찾아야 해

노래를 들으면서 스스로 부끄러운 자신을 살펴보니 이미 낡고 헐어버린 오래된 잠옷 차림이었다.
총알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와 손을 잡고 21세기를 달리고 있는 우리는 마치‘ 달려가지 않으면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 현실 앞에 새로운 것의 신비로움보다 스피드에 대한 두려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으면서도 용해되고 있는 자아를 추스를 용기조차 상실하고 살아간다.
문학을 명(命)으로 살아가고 있는 문인들은 시대의 문화를 어금니로 잘게 부수고 씹어서 삼키며 존재하지만 때로는 망양지탄(亡羊之歎)에서 인도자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풀무문학은 인연보다 소중한 소통을 근간으로 친화력을 강화하였고 나눔의 인정으로 시간과 계절의 공간에서 홍시를 말려 곶감을 만드는 정성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며 주재하는 자아를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이해로 열어 놓은 사랑의 숙성도가 완성되어 만나서 킁킁대지 않아도 당신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우리가 되었다. 그러나 성경 말씀에서‘ 주의 날이 도적같이 오리니…….’와 같이 문학의 개벽시대가 도래되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풀무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계사(癸巳)년의 역사를 보면 조선왕조실록 편찬이나 한성순보의 창간을 들춰보지 않더라도 언어와 문학으로 사회를 순화하고 정화하여야 할 전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동양학에서는 계사년의 통변은 흑사지신(黑蛇之身), 질투가관(嫉妬可觀), 상친불화(上親不和), 금리유익(金利有益)이라 하였다. 따라서 같은 물상을 견학하면서도 수많은 해석으로 다툼이 생길 수 있어 한마디로 말 많은 한 해가 될 것이지만 재물의 풍요로움을 암시하듯 오늘도 쌓인 눈 위로 눈송이가 덮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와 문학의 환경에서도 온기 있는 아랫목을 내어주는 풀무회원님들의 사랑은 초심의 돗자리에서 자신에게 남아 있는 모든 사랑으로 당신이 꿈을 찾을 때까지 함께 오르고 손잡고 건너갈 것이다.
엄동설한의 강추위 속에서도 회원님들이 바로 옥고를 주셔서‘ 풀무문학 2집’을 펴내게 되어 행복하고 마냥 즐거운 마음이다. 편집과 발간의 수고로움을 보태고 나면 둘째를 얻는 안
정됨은 풀무 간에 앉아 정겨운 날을 만들어 갈 것이다.

2013년 봄, 풀무문학 회장 김진시

|목차|

펴내는 글- 사랑의 숙성도 - 김진시•4
진정한 프로의 길 - 한판암•8
풀무문학의 시대적 사명 - 박은우•14
‘빼앗긴 들’을 맴도는 저항 시인 이상화 - 이기순•198



김진시 - 갈대 외 2편•24
박기원 - 죽음으로의 여행 외 5편•32
박은우 - 시인의 십일월 외 4편•49
송유나 - 질경이 외 4편•60
양순복 - 등불축제 외 4편•70
이기순 - 아들에게 외 4편•80



수필

강미희 - 돈에 돈 사람 외 2편•94
김영배 - 내 가슴엔 비가 내리고 외 2편•110
김진시 - 일기일회(一期一會)•128
이승훈 - 홀로 신음하는 고독 외 2편•135
이종려 - 가을에 돌아보다 외 2편•148
임영숙 - 봄으로 가는 기차 외 2편•166
한판암 - 냉장고와 세탁기 외 2편•182

풀무문학회

시인과 수필가 중심의 풀무문학(회장 김진시)는 2010년 12월 11일 창립한 문학단체이다.

풀무문학은 우리나라의 언어 문학을 불꽃처럼 훨훨 타오르게 하여 온 인류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풀무질'을 하려는 것이다.

풀무문학의 견인적인 희망은 공감이다. 삶의 모습은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풀무문학의 나눔은 인류의 등불로써 영존하는 그날 까지 공감의 희망으로 연결될 것이다.

풀무문학의 문은 열어 주는 문이 아니라 이미 열려 있는 문이다. 따라서 친화력과 공감 그리고 열린 공간이 풀무문학의 정신이다.

*좋은 세월을 만났던 덕택에 학문의 언저리에서 삶을 누리는 호사를 누렸다. 그렇지만 열성과 혼신의 힘을 다해 학문을 갈고 닦는 일에 게을리했다.
자고로‘ 학문이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퇴보한다.’고 하여‘ 학문여역수행주 / 불진즉퇴(學文如逆水行舟 / 不進卽退)’라고 경고했음에도 귓등으로 흘러 넘기는 만용으로 일관했다. 그 때문에 논어(論語)에서 공자가 이르렀던‘ 나는 학문에 몰입하면 먹고 자는 것까지도 잊고(發憤忘食 : 발분망식)’, ‘ 학문의 즐거움에 근심 걱정을 잊고 늙어 가는 것조차 모르고(樂而忘憂 : 낙이망우)’ 사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결국, 학문하는 동네에 몸을 담고 삶을 영위하면서 적당히 시늉하며 눈치껏 세상을 살아오며 진정한 학자나 프로의 길을 외면했던 때문에‘ 예측 못 한 극단적인 상황’
을 뜻하는 블랙스완(black swan)이 나타날 리 만무하고 그에따라 변변한 업적을 내세울 게 없어 엄청나게 민망하다. 따라서 주자십회(朱子十悔)에서 이르는‘ 봄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곡식이 없어 후회한다.’라는‘ 춘불경종추후회(春不耕種秋後悔)’라는 경구의 진정한 뜻을 이제야 뼈저리게 되씹고 있다.

-한판암 ‘진정한 프로의 길’ 중에서



*내 앞에 선 나 / 박기원

내가 그 속에서
숨쉬고
내가 그들과 같이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이파리 비추는
조그마한 햇빛으로
삶이라 하며
하루를 보낸다

내 앞에 서 있는 나를
이파리에 다가서려 했던
내 마음을 통해서 알았다
그리고 그를 내 가슴속에
온전히 채웠을 때

내 앞에 서 있는 나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흐릿한 자화상처럼




*무우 / 박은우

1
고독한 엄마의 땀방울을 먹고 자란 무우
뽀오얗게 살이 오르면
애꿎은 주름하나 다시 긋는 가을
바람이 얄궂을수록
나뭇잎 화장은 짙어지고
드러난 무우의 허연 속살도 하늘을 닮는다
무서리가 밤새 분칠을 해주면
시집 갈 날 다가왔다고
엄마 몰래 꿀물을 퍼 담는 무우
어느 날
눈빛을 알 수 없는 외지인들에게 시집을 보내고
못난이들만 집으로 데려오신 어머니
무슨 한이 그리도 맺히셨는지
뒤안에 구덩이를 파고 이들을 가두어 버린다.


2
나목이 휘파람을 불어대는 한겨울
어둠에 갇힌 무우가 탈출을 꿈꾸고
바람이 틈새를 찾는 밤
초동의 입맛으로 구덩이 문이 열리고
못난이 몇은 드디어 시집을 가는데
초동은 문 닫는 걸 깜박 잊는다
바람과 무우들의 분탕질이 몇 날
이제 못난이들은 죄다 바람이 들었다
바람 든 무우는 시집도 못간다
시집 못간 무우는 미쳐서
불에 넣어도 숨이 죽지 않는다나
엄마는 혀를 끌끌차시며
바람 든 무우를 싹둑싹둑 자르다 칼을 놓는다
“빌어먹을 무우 같으니”





*세상에 태어나던 순간부터 아비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던 두 딸은 숙연하다. 결혼해 찾은 아비의 무덤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자못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혹시 아비 없이 자란 세월을 투정이라도 한다면 감당할 수 없기에 무심한 척 딴전을 피워야 했다. 따지자면 저희보다야 내 심사가 더 꼬여 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말이 없는 남편의 무덤 앞에 기도하며 십몇 년의 세월이 한꺼번에 흐르는 듯했다. 하관예배를 드리며‘두 딸을 하나님께서 키워주세요.’라고 간절한 기도를 드리던 목사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제 두 사위가 그때의 목사님처럼 기도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기에 분명히 남편도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멋진 인사를 하고 사위들과 손자를 소개하고 싶었는데 마음뿐 입 밖으로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오랜만이에요.’라는 짧은 인사가 다였다.
-임영숙 ‘오랜만이에요’ 중에서





*검사내용을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이미 아버지는 자신이 위중한 병이라는 것을 느꼈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가장이라는 세월의 무게에다 절망적인 무게까지 지니게 되었으니 그때 창 밖을 내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지금도 그때 아버지의 절망에 젖은 뒷모습을 떠올리면 테오도라키스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라는 음악이 흐르고, 아버지의 건강을 지
켜주지 못한 내 가슴엔 통한의 비가 내린다.
열정적이었지만 비극적인 사랑의 아픔이나 긴 머리 소녀에 마음을 빼앗겼던 청춘의 고독은 일순간의 음악과 함께 흘려보낼 수는 있다. 그러나 어느덧 아버지의 나이에 다가서고 있는 내 자신이 이어온 세월의 무게는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나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의 무게까지도 지탱할 힘을 비축해야 하는 의무감 내지는 책임감 때문이리라.
내 어깨에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가리듯이 내 가슴에 내리는 비도 우산으로 가려야 하는 데, 오늘도 그저 우수(憂愁)에 젖은 비를 맞고만 있을 뿐이다.
-김영배 ‘내 가슴엔 비가 내리고’중에서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