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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3 17:59
  • 꽃은 오늘도 말이 없네
  • 임병문
  • 해드림
  • 2012-09-30
  • 무선
  • 97889-93506-52-5
  • 10,000원

본문

걱정과 극찬

여기 엮은 오십여 편의 글들, 한 편 한 편 온전한 작품이기를 갈망하며 혼신을 다해 썼습니다. 글이 드러나면서 더러는 걱정 속에, 더러는 극찬 속에 노심초사했습니다.
걱정과 극찬, 이 모두 제게는 감당키 어려운 두려움이었습니다. 혹여 그것마저 명예가 된다면 그 영광을 스승이신 산영재(山影齋) 이정림(李正林) 선생께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 분은 제가 삶의 몽환(夢幻)을 헤맬 때 저를 보듬어 깨우쳐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천십이 년 이월, 雪裏古刹의 山房에서 임병문 씀

목차

펴내는 글 _걱정과 극찬

김우종 교수의 단평

1 구절초향기

한밤에 쓰는 편지 ●14
잊어라 잊어라 했을까 ●19
언덕 위의 하얀 집 ●24
끝없는 질주 ●28
세월이 무너져도 나는 당신이 늘 그립습니다 ●34
선녀보살이 점괘를 말하다 ●40
꽃은 오늘도 말이 없네 ●46
구절초 섧은 날에 산에서 여인을 부르다 ●50


2 목련꽃그늘

달리는 여인 ●66
목련이 뚝뚝 지던 날 ●71
20년 전의 약속 ●76
시인(詩人)을 기다리며 ●81
어머니의 소회(所懷) ●86
情●94
가죽 이름표의 친구 ●100
나는 그곳에 가기 싫다 ●105
천년의 사랑, 꿈꾸는 춘망사(春望詞) ●109


3 사색의창

아빠, 나 죽으면 책임져야 해 ●116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121
사랑으로 눈 먼 가슴은 ●126
바람은 다시 불어오고 ●132
궁리가 있는 새벽 길 ●136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39
죽여주고 살려주고 ●146
선택과 소통의 미학 ●150


4 그래도꽃은핀다

부채에 담긴 그 어진 마음 ●158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세월 ●163
그 여자가 살아야 하는 이유 ●168
고죽, 홍량의 시를 애써 번안하다 ●173
길 ●178
어떻게 가야하는 것일까 ●182
시오리 강둑길 ●186
풍경소리 ●189


5 소통의의미

통(通)하였느냐 ●196
잊지 못해 묻는 그것은 ●200
가다가 날이 저물면 ●203
최한량, 일탈의 즐거움을 말하다 ●207
하얀 비둘기 ●211
운명 ●215
섣달 찬바람에 가슴이 허한 것은 ●220
가을편지 ●223


6 그리움의실체

친구여, 외로우니 사람인 것이다 ●232
진정 채워지지 않는 것은 ●237
산에서 애타게 개를 부르다 ●242
어느 승부사의 소원 ●247
사랑과 영혼 ●252
어느 병사의 기도 ●257
해어화, 너는 정녕 누구를 위해 피고 지는가 ●262
노래, 그것은 삶의 몸짓이다 ●268

임병문은 전북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과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과 평생교육지도자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부림통상 주식회사, 버킹엄 호텔, 호텔 宮舞星의 대표를 지냈고, 「한국수필」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회원으로 수필과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수상집「나는 아직 荒野를 본 적이 없어도」와 개론서「朝鮮妓女略史」가 있으며, 현재 柳永博전 호서대 교수가 주관하는 韓國古典文學硏究院의 객원 연구원으로 지자체와 직장 연수원 등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설성문학雪城文學임병문의 수필

김우종(문학평론가)

임병문의 <잊어라 잊어라 했을까>는 이별과 그리움의 정한(情恨)을 매우 아름다운 문향(文香)으로 감싸며 완성시킨 작품이다. 여기서 문향이라 함은 세련된 서정적 문체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외로움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치밀한 작품 구성의 기법 등 세 가지가 모두 완숙한 경지를 발휘하며 만들어진 성과임을 의미한다.
그중에서 특히 메타포에 의한 구성의 기법이 돋보인다. 작자는 작품 전체를 세 단계로 나누면서 첫 단계를 앞으로 전개해 나갈 구체적인 이야기에 대한 의미로서 매우 아름다운 은유법에 의한 압축법을 보여 주고 있다. 공원으로 가는 길목 약수터에서의 숫눈과 나와 매화의 만남, 그리고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다.
그것은 작자가 다음 단계에 말하려는 이야기와 아무 관계도 없는 먼 시간의 차이가 있는 과거지사지만, 그것은 다음 단계에서 말하는바 기생 누나와 그녀가 준 선물의 이미지로 유추된다. 그리고 그것은 작자가 다음 단계에서 말하는 과거지사에 대한 간접적인 설명임을 알게 된다. 눈이 녹고 꽃도 지면, 나도 꽃도 눈도 그 모든 인연이 끊기고 그것은 이별의 아픔이 되고, 긴 그리움이 된다는 말은 유년기의 그 사건이 그렇다는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작자와 기생 누나와 그녀의 선물, 그리고 이별을 이런 이미지에 의한 은유법으로 설명해 나간 것은 보기 드문 우수한 기법이다. 다음에 제3단계로서 퇴계와 기생 두향과 그녀가 선물한 분매(盆
梅)로서 다시 한 번 또 하나의 이미지를 창출해 내고 넘어가며 그들의 사랑을 통해서 작자 자신의 유년기의 이야기를 미화해 나간 기법이 뛰어나다. 남녀 간의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 그리고 인간 존재의 영원한 고독의 실상이 이만큼 아름답게 그려지기는 쉽지 않으며 이런 성과는 적절한 소재의 선택과 함께 상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은유법 때문이다.



*불현듯 멀리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고, 어두워진 산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여자는 내가 내미는 작은 우산을 받쳐 들고 황망히 산에서 내려갔다. 태풍이 오기 바로 전날이었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간 산에서 나는 다시 그 여자를 볼 수가 없었다.
비에 젖는다며 내게 맡기고 간 그 여자의 노트 한 권, 작고 두꺼운 표지의 스프링 노트 한 권이 지금 내 손에 들려있다.
구절초 섧은 날’이란 서러운 시어(詩語)들을 노트 가득 남긴 채, 여자는 그 가을 어디로 떠난 것일까. 어느덧 산에는 시절이 깊어가고, 골마다 마른 잎은 내려앉고 마른 잎은 쌓였다. 앙상한 가지 끝에 찬바람이 불어대고 길섶에 핀 들국화에 무서리가 허옇게 앉아도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 가을 나는 서가(書架)에 꽂힌 그 여자의 낡은 노트를 다시 꺼내 든다. 여자와 그렇게 헤어진 후 나는 벌써 오래전부터 이렇게 가을비가 내릴 때면, 서둘러 포트에 물을 안치고 물이 끓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_‘구절초 섧은 날에 산에서 여인을 부르다’ 중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막사(幕舍)의 밤은 숭숭히 밝았고 나는 군화 끈을 조이며 그가 추락했던 외줄을 생각했다. 생명의 줄을 놓치고도 온전한 병사는 무엇이고, 그가 드리던 그 절절한 기도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제대 후 오랜 세월 나는 그때의 상황을 화두(話頭)로 헤맸다.
그 친구는 신학(神學)을 공부하다가 군대에 온 군종부대의 병사였다. 입소한 날 저녁 훈련병의 내무반에서 기도하는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충실히 교육에 임한다면, 거친 훈련을 회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굳이 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는 원칙을 빌미로 그를 거친 훈련에 비정하게 내몰았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기도를 시험해보려는 내 속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극한 속에 올리던 병사의 절절한 기도, 그것이 내 머릿속에 오랜 세월 잠재되어 있다가 오늘 목사님의 기도를 통해서 내 꿈속에 되살아났는지도 모른다. 꿈속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를 환각처럼 오가고 있었던 것이다.
_‘어느 병사의 기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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