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시간에 기대어 서서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2-12-16 11:05
  • 시간에 기대어 서서
  • 고성현
  • 수필in
  • 2022년 12월 12일
  • 신국판
  • 979-11-92835-00-6
  • 15,000원

본문

삶이 머문 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였다나이가 드니 말수가 줄어든다생각을 다 나누기 어려우니 입을 다물고 마는 때가 잦다말로 못하니 글을 쓴다소재나 주제를 곰곰이 생각하고숙성하듯 놔두었다가 간간이 들여다본다글을 쓰면 하나의 주제가 정리된다더불어 생각과 관점도 정돈된다글로 쓰지 않았다면 생각들은 떠올랐다가 흩어지고 말았을 것이다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는 자가 치유 과정이다.

좋았던 기억력이 쉰을 지나며 선명하지 않다세세하게 기억해낼 자신도 없다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기록으로 인해 기억을 되살린다예전 글을 읽으면 기억과 기록의 연관이 뚜렷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십 년이 훌쩍 넘었다산골 정서가 바탕이다. 7년 반의 서울 생활과 아들 셋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보낸 이십여 년이 사이사이 스며있을 터이다마흔에 시작한 공부를 박사과정까지 마쳤으니 구석구석 흔적이남았을 것이다. 9년째 일을 하며 느낀 소회와 애환도 드문드문 머문다그런 만큼 글의 소재와 주제가 다양하다그동안 쓴 글 중 48편을 추려 지난해에 수필집 사색의 고요 너머를 내놓았다.

책을 엮고 글이 꽤 남았다게다가 십여 년 간격으로 흩어져있다정돈하고 싶던 차에 마침 올해도 기회가 주어졌다처음부터 두 권으로 묶을 요량은 내지 못했다아쉽게도 하나의 흐름으로 꿰기는 어렵다그럼에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단락을 짓는다저작 시기가 겹치니 지난해와 올해 책이 상당 부분 닮아있을 것 같다.

 

책머리에 삶이 머문 글 … 4

 

PART 1

시간이 남긴 흔적

기억의 창 … 12

어느 노파의 변호 … 18

산중에서의 여름날 … 34

주파수 … 43

사람 공부 … 48

당신의 MBTI… 56

명리학을 들추다 … 62

나를 알아가는 중 … 69

 

PART 2

시간에 기댄 사랑

엄마가 된다는 것은 … 78

스님의 주례사에 대하여 … 84

꽃과 사람 … 90

일주일의 고립 … 95

마스크 … 101

목욕탕 단상(斷想) … 106

김치 … 110

집을 보존하다 … 116

 

PART 3

눈길이 머물다

꽃을 보는 시선 … 124

갖고 싶은 정원 … 129

거울 … 134

호모 루덴스 … 139

물의 여행 … 144

3… 149

동그라미와 네모 … 153

사물놀이를 배우며 … 158

 

PART 4

일과 삶

귀를 씻다 … 165

밥값 … 172

나르시시스트에 대하여 … 178

사랑스러운 고양이 한 마리 키우실래요? … 186

정언(正言) … 193

농담이란 … 198

 

녹투 PART 5

시간에 기대어

그늘 … 216

나무를 닮은 사람 … 221

유산 … 226

정의와 어떤 선거의 기억 … 232

선택권 … 238

아버지 기제사 가는 길 … 244

황금률에 대하여 … 251

시간에 기대어 … 257… 203

안개 … 209

순천시 상사면 출생

 

2010순천문학등단

순천문학전남수필문학회영호남수필 문학회 회원

순천대학교 교육학 박사 수료

2021년 전남문화재단 창작지원

수필집 : 사색의 고요 너머2021

 

목이 마를 때 한 모금의 물이 산해진미보다 맛있고 참사람이 그리울 때 번거로운 만남보다 진실한 사람 하나가 더욱 값지다.

물은 생명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커다란 유기체인 지구라는 행성에서도 꽤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 몸의 7할이 물이듯, 지구 표면의 7할도 물이다. 물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 역동적인 몸짓으로 땅을 적시고 강을 채우고 바다를 만난다. 풀의 목마름을 해갈하고 나무의 뿌리를 적시고 고라니의 목을 적신다.

물은 가장 낮은 바다로 거침없이 흐르다가 나비보다 가볍게 날아올라 새들보다 높이 비상하여 구름 속에 노닐다가 수직 낙하하는 경쾌함을 지녔다.

무덥던 여름날, 시골 친구들은 냇가로 몰려갔다. 동네에서 물놀이하기 적당한 곳이 두세 군데 있어서 물놀이하기에 좋았다.

여름에 멱을 감는 일은 동네 아이들의 가장 흔한 놀이였는데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작은 보 끝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와 더불어 아래로 바쁘게 흘러갔다. 산중이었던 우리 동네의 하나뿐인 윗동네에서 내려오는 물은 꽤 많아서 우리가 놀던 봇물 위에 철철바위라는 이름의 바위가 말해주듯 우리가 놀기에 마땅한 놀이터였다.

봇물 가운데 즈음에 있던 바위 위에 올라가 다이빙을 한다며 뛰어내리면 살갗에 닿는 물의 촉감이 부드럽고도 탄력이 있었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놀다가 10여 미터 아래에 넓둥근 해바라기 바위의 뜨거움에 흡족했다.

우리 동네는 모두 옷을 입고 놀았다. 여름옷이라고 해봐야 허름하기 짝이 없는 얇은 천 조각쯤 될 성싶다. 너무 오래 물속에서 놀았든지 입술 색이 더디 돌아올 때, 가끔은 옷을 벗어 바위 위에 펼쳐 말리는 경우도 있었다.

간혹 해거름 무렵까지 물가에서 놀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는 다슬기를 잔뜩 잡아서 온다. 다슬기는 해를 기피하는지 이른 아침과 해 저물 무렵에 많이 보인다. 아랫물 놀이터 근방에는 다슬기가 많았다. 돌아오는 길에 탱자나무 가시를 여남은 개 따오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_‘물의 여행중에서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