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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12-05 15:44
  • 우리는 누구에게 절박한 무엇이 된다
  • 이승훈
  • 해드림출판사
  • 2022년 12월 21일
  • 변형신국판
  • 979-11-5634-527-5
  • 15,000원

본문

속절없이 즐긴 가난의 흔적들

 

가난은 세상 살아가는 데 몹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자존심을 속절없이 짓밟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꿈을 방패 삼아 버르적거리다 보면 살아내려는 내공이 쌓이기 마련이다. 또한, 일정한 긴장감으로 오히려 자신을 팔딱팔딱 살아 있게도 한다.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고 믿는 이유다.

가난과 행복, 가난과 삶의 가치는 분명히 다르다. 1억만 있어도 인생이 바뀐다면, 작은 비용으로도 삶의 상향 변곡점을 맞이할 만큼 세상을 잘 살았거나, 겨우 1억짜리 인생이거나 자신의 선택일 뿐이다.

어느 날 내 삶이 풍요로워지면 나는 더 빨리 늙으면서 삶이 밋밋해질지도 모른다. 나는 이 시들을 쓰면서 가난을 충분히 즐겼다는 생각이다. 죽음을 떠올릴 만큼 힘들어하면서도 가난의 미학을 그려내려 애썼기 때문이다.

 

막상 시집을 출간하려니 내 시집들이 버려지면 어쩌나 염려가 되었다. 한 권이라도 덜 버려지기를 궁리하다가 다이어리 시집을 떠올렸다. 내 책상 책꽂이에는 해가 지난 다이어리들이 몇 권 있다. 나는 평소 메모를 자주하는 터라, 두서너 해 지난 그것이지만 여백이 그대로 있어 버리지 못한다. 물론 그간 쓴 메모 노트들도 모아 두었다. 소중한 나의 자취소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훗날 이 노트들은 지난 시간을 회억하며 새로운 글로 탄생할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책은 버려도 빈 노트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다이어리 시집을 시도해 보았다. 새벽 시간 종종 붓을 들 때마다 느끼지만, 육필로 끄적끄적 여백을 채우다 보면 내면에서 쌓이는 또 다른 게 있다.

올해 90세인 어머니는 오랜 세월 틈틈이 사경(寫經)을 한다. 90세가 되어도 여전히 총명하신 데는 이 사경 덕분이 아닌가 한다. 이 시집의 여백은 가슴을 죽이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끝으로 힘들 때마다 무적(霧笛)을 울려준 성모님과 어머니,

언제나 버팀목이 되어준 아우 용욱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펴내는 글 속절없이 즐긴 가난의 흔적들 · 4

 

 

1. 그런 날 있습니다

가시 · 20

만복슈퍼 · 21

그런 날 있습니다 1 · 23

에메랄드빛 바람이 부는 그곳에 가고 싶다 · 25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 · 28

아내가 바람을 피웁니다 · 31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 · 33

꿈인세 · 35

우리에게는 하찮은 것이 1 · 38

고향 예찬 · 40

고향 아침 · 52

해바라기 · 53

바람은 불었습니다 · 54

출판 인생 1 · 56

출판 인생 2 · 58

출판 인생 3 · 59

출판 인생 4 · 60

출판 인생 5 · 62

출판 인생 6 -· 64

출판 인생 7 · 66

 

 

2. 우리에게는 하찮은 것이

그 뜻 · 80

눈물 나는 한 편의 시 · 81

어머니의 집 · 83

그런 날 있습니다 2 · 86

재스민 · 89

아내를 찾습니다 · 92

생일 · 94

울음 울기 좋은 곳 · 96

어머니의 자비 · 98

뒤늦게 알았습니다 · 100

불륜을 생각하며 · 112

우리에게는 하찮은 것이 2 · 114

들판의 나무처럼 살게 하소서 · 117

노모가 밥을 마는 이유 · 119

스파티필름의 비밀 · 120

고백 · 122

아들 · 123

바람의 기도 · 124

궁금한 시간 · 125

무엇 하나 있었으면 · 126

 

 

3. 살아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 1 · 139

살아야 하는 이유 2 · 140

살아야 하는 이유 3 · 141

살아야 하는 이유 4 · 142

살아야 하는 이유 5 · 143

살아야 하는 이유 6 · 144

살아야 하는 이유 7 · 145

살아야 하는 이유 8 · 146

살아야 하는 이유 9 · 147

살아야 하는 이유 10 · 148

청춘 · 159

기쁜 삶 · 160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말 · 161

성모님 사랑 · 162

겨울을 싫어하다 · 163

묵상 1 · 164

묵상 2 · 165

묵상 3 · 166

묵상 4 · 167

묵상 5 · 168

 

 

4. 그곳을 걸었다

가을 기도 · 181

그곳을 걸었다 · 182

여섯 시 반 · 184

우리 · 186

외면 · 188

겨울 꿈 · 189

자살교사 · 190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 · 191

거시기 · 192

판다는 것은 · 194

로렌츠의 도토리 · 205

수컷 · 206

아내의 기도 · 207

문래동은 오동나무를 닮았다 · 208

꽃에게 바치는 기도 · 210

무적(霧笛) · 212

다시 시작처럼 -가수 단야 노래 가사 · 214

내게 이러지 마요 -가수 단야 노래 가사 · 216

 

 

 

ㆍ순천 생 ㆍ경남대학교에서 법학 전공

ㆍ수필가·시인 ㆍ한국문인협회 회원

ㆍ부정기 간행테마수필발행인

ㆍ계간출판과 문학발행인

ㆍ해드림출판사·도서출판 수필in 대표

출판 인생 4

 

생의 바람과 별과 꽃이 된,

세상에서 가장 팔기 어려운

책을 파는 남자

구원을 내미는 손길보다

애고 띤 한숨이 늘어가는 숙명

다가설수록 손사래 치는 원심

반란을 꿈꾸던 책들의 몰락을 맛보며

터질 듯 부풀어가는 부채감

수만의 헛눈이

억새잎처럼 스쳐 벤 상처를 싸매며

차디찬 체온을 견뎌야 하는 운명

절망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이른 성불

사람은 적당히 긴장하며 살아야

사는 맛이 있다고

가난을 스릴로 여기는 남자

아침노을로 가난을 씻어

두 손 모은 어머니께 바치면

다시 영혼을 떠다니는 참별.

 

 

 

 

 

불륜을 생각하며

 

먼 데 섬 불빛 하나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고향 마을 앞 아스라이

밤이면 찬별처럼 빛나는

불빛 하나 있습니다

 

밀물이 들어차도 뱃길이 없는

개펄로 가로막힌 그곳에서

불빛을 그렁그렁 흘립니다

 

어둠이 내려야만

비로소 허락된 그리움들

갯둑 길을 서성거리며

먼 데 섬, 그녀처럼 흔들립니다

 

사랑해서는 안 될, 그러나

신이 잠시 눈감아 준 사랑

서로 아낌없는 선물이 되었다가

이제는

먼 데 섬 불빛이 되었습니다

 

섬으로 떠나 버린 그녀,

가슴에서 찬별처럼 뜹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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