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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11-04 13:06
  • 나의 체류기
  • 오기환
  • 해드림출판사
  • 2022년 11월 01일
  • 신국판
  • 979-11-5634-525-1
  • 15,000원

본문

세상에 머무는 체류

 

객지에 가서 머물러 있는 것을 체류라고 한다. 내가 사는 세상을 객지라고 한다면 세상에 머무는 것을 체류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된 집에서 머무는 것이나 세상을 옮겨 다니면서 머무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나의 세상 체류 기간도 끝이 있겠다. 그 끝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있던 먼 시일 내에 있던 거기서 거기지 싶다. 세상에 더 머물고 싶어서 출입국관리소에 체류 기간 연장신청을 해봐야 불허될 것이 뻔하다. 어쩌다 연장된다고 해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체류 기간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문득 많은 세월을 허비하며 살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후회막급이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물도 고여 있으면 상하듯 사람도 멈추면 탈이 난다. 그래서 약속이 없어도 있는 척, 갈 데가 없어도 있는 척하며 세상을 쏘다닌다. 세월을 허비하지 않고 유용하게 써야 하는데, 멈추지 않고 걸으며 변화해야 하는데 하면서.

요즘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글 한 편 쓰는 것이 유정하다. 이런 조짐은 끝이 가까이 있다는 징조이기도 하다. 이런 나를 덧칠하지 않고 솔직하게 글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 2, 3년 동안 쓴 글을 모아 나의 체류기를 내놓는다.

책을 내면서 4

 

1부 단조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능력

새와 노인 - 13

나에게 묻는다. 이 가을에 - 16

사탕 한 알 - 19

기적 - 21

과례過禮는 비례非禮- 25

꼬부랑말 전성시대 - 29

나무도 사람도 잎을 떨구며 산다 - 34

1인 낭독회 - 36

단조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능력 - 40

태고사太古寺 가는 길 - 44

바람이 분다 - 48

골무와 종소리 - 50

승강기 있는 집 - 55

반디앤루니스 서점 - 57

비와 바람으로 짓는 집 - 60

장미꽃 두 다발 - 62

세종의 꿈 새겨진 最古 한글 금속 활자 - 65

아버지의 빚 - 70

 

2부 머물면서, 그 흔적을 찾아서

짐을 꾸린다 - 74

여권갱신 - 78

기댄다 - 80

나를 홀렸던 사람들 - 83

자유시간 - 94

프로방스, 지중해의 화가들 - 96

돌아갈 수 있구나 - 112

 

3부 나도 고장 나고 싶을 때가 있다

베이스캠프 - 116

셈 치며 살기 - 121

나도 고장 나고 싶을 때가 있다 - 124

아내의 손맛 - 126

그 섬으로 가는 길 - 129

우수 무렵에 내리는 눈 - 133

대장내시경 검사 예약한 날 - 136

그때는 어디 있을는지 - 138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일 - 142

맥문동 꽃이 피면 - 144

그립 습니다 - 148

아메리카노 한 잔 - 154

인생이 가는 길에는 이정표가 없다 - 158

아빠께 누비옷을 - 160

내 속이 썩는다, 썩어 - 164

쌍화탕 한 병 - 167

바람만이 가져다주는 그 무엇 - 169

 

4부 큰소리로 말해 줘

사회적 거리 두기 - 174

마스크 키스 - 179

선별진료소 가는 길 - 181

인지기능이 저하되었지만 - 185

소리 질러 - 188

금비녀 - 191

부모님께 보내는 장정소포 - 196

큰소리로 말해 줘 - 198

주과포혜 - 202

입식 시대의 좌식생활 - 204

낙서, 예술이 되다 - 208

밥상 차리기 - 212

봄의 노래 - 216

차 한 잔의 의미 - 220

아내의 마지막 계절 - 224

은방울꽃, 그 유혹 - 227

 

객지에 가서 머물러 있는 것을 체류라고 한다. 내가 사는 세상을 객지라고 한다면 세상에 머무는 것을 체류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된 집에서 머무는 것이나 세상을 옮겨 다니면서 머무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문득 많은 세월은 허비하며 살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후회막급이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물도 고여 있으면 상하듯 사람도 멈추면 탈이 난다. 그래서 약속이 없어도 있는 척, 갈 데가 없어도 있는 척하며 세상을 쏘다닌다. 세월을 허비하지 않고 유용하게 써야 하는데, 멈추지 않고 걸으며 변화해야 하는데 하면서.

요즘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글 한 편 쓰는 것이 유정하다. 이런 조짐은 끝이 가까이 있다는 징조이기도 하다. 이런 나를 덧칠하지 않고 솔직하게 글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 2, 3년 동안 쓴 글을 모아 나의 체류기를 내놓는다.

저서로는 뿌리, 여름 그 뜨거운 여름, 셋이서 두 그릇, 겨울나무 그 뿌리처럼, 빗소리 바람소리 숨소리, 그리움 그리기와 여행 산문집 바람이 가는 길, 하루 또 하루, 나의 체류기수필선집 나를 꿈꾸게 하는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다.

그런데 하늘은 맑고 푸르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역병(疫病) 탓도 있지만 먼 길보다는 가까운 동네를 걷고 걷는다. 그렇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그 섬에 다녀오고 싶었다.

벼르고 벼르다 차를 몰고 무의대교를 건너 실미도로

갔다. 전 같으면 잠진도에서 배를 타고 무의도 포구에서 다시 차를 탔었는데 무의대교가 생긴 뒤부터는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 한나절 거리가 되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겨울 바다에는 바람만 산다. 다리가 놓인 뒤부터는 길도 넓어지고 높은 건물도 생기고 가게도 늘어나고 한겨울에도 문을 열고 있다. 무의도는 발전했다고 한다. 개발 덕분에 주말이면 방문객으로 도로가 주차장이 되고 겨울에도 성시를 이룬다. 자연훼손을 통해서 생명이 위협받는 것도 모르는 채 성업 중이다.

실미도 가는 길은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한 게 전과 다름이 없어 다행이다. 물이 빠지면 실미도까지 걸어갈 수 있는데 오늘은 물이 들어와 출렁이는 바닷가를 걸으며 그 섬을 바라만 보았다.

대무의도에서 소무의도 가는 중간쯤에 지난봄에 들렸던 찻집이 생각났다. 문을 열었다. 만원이다. 한겨울에도 호황(?)이다. 주인은 반색하며 창가 쪽에 자리를 만들어준다. 혼자가 익숙해질 때가 되었음에도 더듬거리며 외로움을 타는 내가 나에게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권한다. 따끈한 찻물의 온기가 주사약이 퍼지듯 온몸에 번진다.

물새 한 떼가 날아간다. 인천항 근처에 정박해있는 화물선이 물안개에 묻혀 테두리만 희미하게 보인다. 연락선이 무의도를 향하여 물살에 밀려오듯 부두에 접근한다. 바다를 보다 책을 읽다 주인이 지난번 주신 책 잘 읽었다.”면서 바다가 잘 보이는 5층으로 옮기자고 한다. 올라갔다. 앉을 자리를 만들고 무릎담요와 전기난로를 틀어놓고 내려간다. 주인의 온기로 이미 실내는 따뜻한데. 찻집을 나오면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또 주문했다. 의아한 눈으로 차를 만들어준다. 책을 통해서 나를 기억해 내는 주인에 대하여 감사의 마음을 담아 찻잔을 그네 앞에 놓으며 눈인사하고 서둘러 나왔다.

2시가 지났다. 무의도에 오면 들리는 굴밥집 문을 열었다. 태풍이 무섭게 불던 날, 고기 잡으러 나간 남편은 돌아오지 못했다. 홀로 남은 여인은 바닷물이 삐지면 바위에 달라붙은 굴을 조새로 쪼고 조개를 잡아, 굴밥집을 차렸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만원이다. 구석 자리에 앉아 굴밥과 박대구이를 주문했다. 혼자 4인석 자리를 차지했으니 자릿값은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였다. 아무리 욕심을 부려보아야 반도 못 먹었는데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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