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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8-09 09:50
  • 은어잡이 추억
  • 김석수
  • 수필in
  • 2022년 07월 31일
  • 신국판
  • 979-11-978643-3-9
  • 15,000원

본문

교직을 마무리 하며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보다

 

 

세월이 참 빠르다. 두메산골 중학교에 첫 출근 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십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 정년이다. 올해 가을부터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려고 한다. 막상 교직을 떠나려고 하니 섭섭하기도 하고 시원하다. 고마운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들 덕분에 그동안 큰 허물이나 잘못 없이 마칠 수 있어 다행이다.

 

 

교직을 마무리하면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고 글을 쓰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던 중 일상의 글쓰기반에 들어가 이훈 교수님을 만났다. 그는 글쓰기를 잘하려면 늘 써야 한다. 말하듯이 써야 한다. 오감을 직접 느끼는 것처럼 구체적이라야 좋다. 글의 교훈적인 성격은 이 구체성에서 나온다.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평소 내 생각과 같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면 쉽게 되지 않는다. 수업은 수강생이 써 온 글을 놓고 이뤄진다. 그 말에 귀가 솔깃했다. 자기 글로 공부한다는 것이 독특했다. 강의법이 맘에 들었다. 내가 쓴 글을 직접 지도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편씩 쓴 글을 카페에 올렸다.

 

코로나 시대라 비대면 인터넷 강의다. 교수님은 내 글을 꼼꼼하게 읽고 고쳐 주었다. 문장이 어법에 맞지 않거나 표현이 어색한 것을 빨간색 글씨로 바꾸어 보내 주었다. 그것을 보면서 내 한국어 실력이 이 정도인가 실망하기도 했다. 매주 한 편씩 쓰는 것도 어려웠다. 이제는 좀 익숙해져서인지 예전보다 수월하다. 하지만 글쓰기가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라면 나는 산언저리에서 지금도 헤매고 있다.

 

 

전남문화재단 지원 선정나를 객관화 하다

 

 

원고가 쌓이자 책을 내려고 전남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 문학 분야에 응모했다. 그동안 써 두었던 수필 몇 편과 출판 계획을 자세히 써서 보냈더니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다른 기관에서 출판 보조금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 기쁘다. 원고를 보충하려고 몇 편을 더 쓰고 예전에 써 두었던 학교혁신 이야기를 더했다.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 아니고 이삼 년 동안 모아 두었던 원고를 정리한 것이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내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람은 다양하므로 이 책으로 나를 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가끔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교수님은 나를 객관화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내로남불이 판치는 이 시대에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어렵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이 시대 교직자의 고민을 조금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학교 변화에 관심 있다면 내 글을 읽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1부에서는 가족 이야기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았다. 2부는 교직 생활하면서 취미 활동과 건강관리 하면서 느낀 점을 썼다. 3부는 산을 좋아해서 자연과 어울리는 생활을 그렸다. 4부는 교직 생활 중 만난 고마운 사람들 이야기다. 5부는 학교 문화를 바꾸는 혁신 실천 사례다. 6부는 여행기와 사회 현상 이야기다. 원고를 정리하고 출판사에 넘기려고 하니 수영장에서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 것 같다. 맨몸을 드러내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하지만 정년퇴직하면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에 글쓰기 계획이 있다. 더욱 노력해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작가의 말 | 인생 이모작 길목에서 _ 4

 

1_ 은어잡이 추억

쑥떡 _ 16

어머니의 봉지 _ 20

아버지와 5·18 _ 24

슬픔이 저려 왔던 날 _ 28

그리운 할머니에게 _ 31

손목시계 _ 34

아내에게 _ 38

딸에게 _ 42

은어잡이 추억 _ 46

가을 운동회 _ 50

한여름 밤의 추억 _ 53

올벼 쌀 _ 56

내 어릴 적 꿈 _ 59

인연과 세월 _ 65

 

2_ 활쏘기

70 _ 건강 관리

74 _ 걷기 운동

77 _ 단소 소리

82 _ 내가 좋아하는 커피

85 _ 수영장 텃세

89 _ 새벽반 사람들

93 _ 책 욕심

96 _ 활쏘기

100 _ 보드카 칵테일

104 _ 김치찌개

108 _ 파마머리

112 _ 영어 공부

 

3_ 봄꽃처럼

미세 먼지 없는 날 _ 119

초봄 산행 _ 124

젊음 _ 127

봄을 기다리며 _ 130

백양 계곡 _ 133

일상의 소중함 _ 137

봄의 전령사 _ 140

왜 사는가 _ 144

봄꽃처럼 _ 148

만남 _ 152

어른다운 어른 _ 156

 

4_ 고마운 사람들

161 _ 파란 눈 친구

166 _ 고마운 사람들

171 _ 전짓불

175 _ 국법

180 _ 자랑스러운 친구

184 _ 반팔 셔츠 사나이

188 _ 우리글 바로 쓰기

191 _ 일상의 글쓰기

195 _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200 _ 글쓰기 매력

 

5_ 학교혁신 이야기

역지사지 _ 205

염치 교육 _ 210

스마트폰에 멍들어 가는 청소년 _ 214

학교혁신 이야기_ 219

학교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 _ 227

공부란 무엇인가 _ 232

시범 무지개 학교(혁신학교) 운영을 시작하며 _ 236

덴마크 행복 교육 _ 239

생애 단계별 연수 _ 249

수능 답안지 _ 252

학교 청소 문제 _ 256

풋내기 장학사 신고식 _ 261

나를 비운 그 자리에 아이들을 _ 268

오프라 윈프리와 세스 고딘 _ 275

 

6_ 무임승차

284 _ 치앙마이 겨울 여행

290 _ 무임승차

294 _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

300 _ 동요 작가 목일신

303 _ 새로운 도전

308 _ 서울역 이야기

312 _ 토지 공개념

316 _ 엔포 세대

320 _ 돈의 철학

324 _ 재벌 후손 갑질

327 _ 성형 왕국

330 _ 남성과 눈물

333 _ 미투 운동

336 _ 목숨을 건 약속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및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을 마치고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장흥유치중을 시작으로 순천별량중, 장흥고, 전남생명과학고, 전남외국어고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목포교육지원청과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장학사와 장학관으로 근무했다. 홍콩 한국국제학교와 장성백암중학교, 전남외국어고등학교 교장을 거쳐 전남교육연수원 국제교육부장과 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자연탐구원 원장으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저서로는 홍콩의 교육과 국제학교등이 있고 교육부 장관상을 두 번 수상한 바 있다.

 

김치찌개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예전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에 자취한 적도 없다. 할머니는 내가 장남이라고 어릴 적에 부엌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했다. 아내와 둘이 살면서 설거지도 해 본 적이 없다. 승진해서 관사 생활하면서부터 음식 만들기에 관심을 두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에 글짓기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다. 백일장에 나간 기억도 없다. 학교 다니면서 과제로 해 보았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쓰지는 않았다. 최근에 일상의 글쓰기 반에 들어와서 일주일에 한 편씩 쓴다.

가끔 김치찌개를 만들려고 번거롭게 일을 벌인다. 글감을 받아서 주제를 정해 구성하는 것과 같다. 김치찌개는 쉬우면서도 은근히 어려운 요리다. 재료의 신선도와 조리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재료를 무엇부터 넣느냐에 따라서 다른 요리가 된다. 불이 세기에 따라 풍미가 다르다. 글쓰기도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쓰라고 하지만 쉽지 않다.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쉬운 글감이라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요리하면서 원하는 맛을 찾으려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는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는 잡내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고기 냄새에 민감해서 조금만 이상해도 숟가락을 놓는다. 고기 손질을 잘못해서 비싼 재료를 망치기도 한다. 핏물을 충분히 닦아 주어야 한다. 다진 마늘과 후춧가루를 뿌려 버무려 준다.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넣고 달달 볶은 후 쌀뜨물을 넣기도 한다. 그래야 육질을 부드럽게 해 주고 국물 맛도 좋다. 글도 여러 번 쓰고 난 다음에야 조금씩 쉽게 풀어낼 수 있다. 쓰면서 살을 붙였다가 가지를 치는 것이 요리와 비슷하다.

묵은지는 어디에든 좋지만,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잘 어울린다. 김장철에 잘 갈무리해 둔 묵은지는 향긋한 냄새가 난다. 김치가 좋으면 찌개도 맛있다. 돼지고기는 지방량이 적은 앞다릿살이나 목살이 좋다. 기름기가 너무 적으면 깊고 맛있는 국물 맛이 나지 않는다. 덜 된 글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주기 어렵다. 덜 익은 김치가 제맛을 못 내는 것과 같다. 잘 짜인 글은 이해하기도 쉽다.

간 맞추기는 어렵다. 짜거나 싱겁게 하지 않아야 한다. 처음 요리할 때 그 요령을 알지 못해 물과 간장을 여러 번 넣었다. 나중에 양이 많아져서 당황한 적도 있다. 두부를 넣으면 싱거워져서 다시 간간하게 해야 한다. 글은 문장이 문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써야 한다. 주어와 술어가 호응해야 한다. 군말이 있어서도 안 된다. 기계적으로 되풀이하는 말이 나오면 음식에 간이 맞지 않듯이 좋지 않다. 간 맞추기도 문장을 잘 쓰기도 어렵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잘할는지 모르겠다.

김치찌개를 중간 불로 끊이는 도중에 매실청을 넣으면 담백한 맛이 난다. 고기 냄새도 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알맞은 단어나 문장을 쓰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고기에 매실청을 버무려 간이 배게 했다. 시간이 더 걸리고 번거로워서 요리 도중에 넣었다. 요리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개운한 맛을 내기 어렵다. 글쓰기도 퇴고가 중요하다. 퇴고가 잘된 글은 문장이 매끄럽다. 글을 잘 쓰려면 가능한 한 빨리 초고 작성을 끝내고 퇴고에 정성을 쏟는 것이 좋다. 초고를 고치면서 글에 살을 붙이고 문장을 다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초고 완성도를 높이려다 시간에 쫓겨 그대로 제출하면 엉성한 글이 되기 쉽다.

아내는 내가 만든 김치찌개가 자기가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나는 요리 횟수가 많아질수록 채워야 할 게 많다. 영양가 높고 맛이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글도 쓰면 쓸수록 어렵다. 사물을 자세히 관찰해서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어렵다. 무슨 일이든 해 보지 않고 쉽다고 할 수 없다. 나도 다른 사람 글을 읽기만 했을 때 이 정도쯤은 하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 내게는 글쓰기가 태산 오르기다. 산언저리에서 지금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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