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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1 18:09
  • 사랑과 부활
  • 임무성
  • 해드림
  • 2012년 7월 31일
  • 신국판
  • 978-89-93506-42-6
  • 10,000원

본문

한 사람이라도 일어설 수 있다면

나는 기러기를 좋아한다. 기러기는 거의 혼자 날지 않는다. 두 마리 이상이 함께 날며 앞서가는 리더를 따라 간다. 그들이 날면서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를 격려하는 것이라고 조류학자들은 말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내와 함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갔다. 가는 도중, 베이커스 필드에서 시계가 4~5 미터도 안 되는 밤안개를 만나 4시간 이상을 그 속에서 헤매다가 겨우 빠져나왔다.
70마일로 달리던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5~10마일로 속도를 줄이고 바깥 차선을 따라 달리면서 행여 빨리 오던 차가 뒤에서 받을까 봐 겁이 났다. 물론 그것은 운전자의 책임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 크게 탓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안개 속에서는 기러기처럼 가는 것이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었다. 앞차와 거리를 두고 앞에 가는 차의 불빛을 보며 동행하듯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다.
혼자가다 사고가 났다면 도움을 요청해도 위치도 모르는 노상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리며 어떻게 도움을 받을 건지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상상만 해도 걱정과 답답함이 가위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내가 알고 지내는 분의 이야기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그분의 어머니가 몇 년 전 위암 수술을 받았다가 한동안 정신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자식들 중에 의사를 2명이나 둔 그 어머니는 그들의 순간적 잘못된 판단으로 목숨을 잃을 뻔 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낳아주신 어머니가 식물인간으로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호흡기를
빼자고 종용하는 통에 그들과 그들의 누이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누이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산소 호흡기를 빼지 못한 채 보름이 지나면서 어머니가 의식을 되찾기 시작했다. 지금도 비록 병상에 누워 있지만 자식들이 병문안을 갈 때마다 어머니는 좋아하고 돌아갈 때는 섭섭해 하신다.
처음에는 그 누이도 의사들인 형제의 말을 듣고 잘했는지 못했는지 헛갈렸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살아계신 어머니를 볼 때마다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받는다며 언젠가 어머니가 가시면 많이 울 것 같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또 내가 나가는 달리기 모임에 한 엄마와 그녀의 아들 명수가 함께 나왔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그들이 나오지 않아 알아본 결과 학교에서 소풍을 갔던 명수가 머리가 아파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는데 뇌에 종양이 생겨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외아들인 그 엄마의마음은 어땠을까? 울고불고…….
중국인 담당 의사는 그 어린 아이도 항암제를 맞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종양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항암제는 맞았으나 그 엄마는 행여 수술을 잘못하여 불구자가 될까 염려스러워 수술은 결정을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났다. 내가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명수 엄마, 내가 명수라고 생각하며 내 말 좀 들어보세요. 엄마 나 살려줘. 나 좀 살려줘!”
내가 울부짖었다. 나도 울고 그녀도 울었다. 아침에 했던 전화였는데 저녁 때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술을 결심했다고. 우리 모두는 기도를 했고 수술이 잘 되어 종양을 모두 떼어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왔다. 지금 명수는 아무 이상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이사 가기 전까지 달리기 모임에 나왔었다. 명수가 병원에서 퇴원하여 달리기 모임에 처음 나온 날 우리는 모두 서로 손을 잡고 그와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했다.
모임의 회원들과 나, 그리고 그의 엄마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밤안개 속을 헤매듯 삶과 죽음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의식을 잃은 환자의 생명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를 돌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참고 기다리느냐에 따라 그 목숨이 달려 있다.
생명은 누구나 귀하고 값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스스로 끊는 사람들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이 책을 쓴 동기는 내 가게에 왔던 미국 손님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이 용기와 희
망을 갖게 되었다며 글을 써 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어떤 어려움에서도 강한 의지로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것과 한마디의 격려가 용기와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어려운 처지에서 한사
람이라도 일어설 수 있다면 내생에 그보다 더 큰 보람과 가치가 없을 것 같다.
그것이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 글을 써 놓고 뿌듯하기도 하면서 두렵고 부끄러웠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 사는 조카한테서 애잔하게 들리는 듯한 편지를 받고 용기를 얻었다.
“삼촌과 많은 교류는 없었지만 마음속에 그려진 삼촌의 모습이 있잖아요? 이야기할 기회도 없고 뵙지 못했지만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자상하고 다정한 삼촌을 지켜준 분께 감사드려요. 삼촌이 사랑하시는 그분이야말로 대단하시고 사랑스러운 여인이시다고 전해주세요. 삼촌 곁에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응원하며 지켜주고 있어요. 저도 그 사람들 중의 한 사람입니다.”
글을 씀에 도움을 주셨던 C 자매님께 깊은 감사드린다.
-임무성

추천의 글 1 / 마라토너 임무성 선생의 인간 승리_ 조재길 4
추천의 글 2 / 놀라운 이야기_샌디와 데이비드 델가디요 6
1부 철인 그리고 사랑_012
2부 백만 분의 일_140
epilogue_255

프로필

1949년 출생
1980년 미국으로 이민
1987년 마라톤 첫 출전
1994년 컬버시티 마라톤에서 2시간 43분으로 3등 입상
1997년 샌디에고 국제 하프 철인대회 1등 입상
1997년 세계 철인대회 참가
2011년 마라톤 100회 완주
현재도 계속 마라톤 출전 중

*나는 수현의 얼굴을 보면서 결심하였다. 서로 바라보고 웃을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비바람, 눈보라 몰아쳐도 수현과 함께 거뜬히 헤쳐 나가고 어쩌다 어두운 벼랑으로 떨어진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길이라면 다시 오를 수 있도록 주저함 없이 내 등을 내어 주겠다고.
우리가 걷던 오솔길 옆으로 낭떠러지 모래밭에는 수백 파운드나 되는 바다사자들이 햇볕이 드는 쪽을 향해 아무렇게나 누워 배를 씰룩거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그것들도 생존을 위해 죽기 살기로 사투를 벌였다가 지친 나머지 고단함을 잊으려는 잠인지, 그들 가운데 어떤 녀석들은 물어 뜯겨 상처가 아물지 않아 빨간 속살에 검붉은 피가 엉켜 있어도 소리 없이 자고 있었다. 오랫동안 누워 있어 등창으로 속살이 썩어갔어도 고단함을 잊으려고 나도 바다사자처럼 잤었을 것이다. 내가 그곳 돌무더기 위에서 야위고 다 빠진 머리를 들이밀며 슬픈 기념사진을 남기고서 차의 시동을 걸 때 더 여물지 못하는 겨울의 낙조가 유리창을 넘나들며 차속에 가득히 잔해를 떨어뜨렸다.
겨울 해는 노루 꼬리처럼 짧았다. 그러나 어젯밤에 내린 비로 별들도 씻겼는지 유난히 선명하게 반짝이는 까만 하늘이 좋았다. 임시 퇴원을 했어도 외식 한 번 못해 바닷가에서 돌아오며 한인 타운에 있는 식당에 들렀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은 별로 없고 닫을 시간도 멀지 않았다고 했다.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것이 미역국이라는 말에 실망을 하고 미역국을 시켰다. 그러나 나는 또 실망하고 말았다. 내가 만든 것보다 맛이 없었다. 그렇게 맛이 없으면서 어떻게 유명세를 타고 오래 해왔는지 의문이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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