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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1-10-28 16:32
  • 빨간 우체통
  • 편지마을
  • 해드림출판사
  • 2021년 10월 24일
  • 신국판
  • 979-11-5634-480-3
  • 13,000원

본문

 

당신이 초대한 또 다른 당신들께 보여 드립니다

 

사람의 앞길은 예측하기 어렵나 봅니다. 2년 전 가을, 20191026일에 우리는 양평에서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했지요. 그동안 펴낸 열다섯 권의 단행본과 50호의 회지 속에 들어 있는 지난 삶을 들여다보며 서로의 등을 다독였지요. 12일 동안 정을 나누며 2년 후에 또 만나자고 약속할 때만 해도 우리는 몰랐지요. 몇 개월 후부터 시작된 코로나가 우리의 입을 마스크로 막고 우리의 발을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묶을 줄을요. ‘다음 달, 다음 계절이면 괜찮겠지.’ 그랬다가 무너지길 여러 차례, 이런 가운데 편지마을 32주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웬만한 만남이나 모임 행사는 거의 없어진 상태이지만, 편지마을 서간집 내는 건 비대면으로도 가능한 것이라 이번에도 29명의 회원이 힘을 합해 39편의 편지로 열여섯 번째 단행본을 펴냅니다.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고 편지를 보내준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서간집 내는 데에는 장은초 총무의 힘이 컸습니다. 원고 모집 안내부터 시작해서 원고 모집하여 출판사로 넘기는 일을 했지요. 출간비 걱정은 장현자 부회장이 덜어주었습니다. 편지마을 살림을 평소 알뜰히 해온 터라 남은 돈이 있다며 우리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서간집 제목은 카톡으로 공개 모집해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최영자 님의 편지마을 빨간 우체통으로 정했습니다.

 

이제 편지라는 단어는 추억의 단어가 되었습니다. 편지마을 회원인 우리조차 편지를 주고받은 지 오래되었지요. 요즘 우푯값은 얼마일까요? 심지어 여러분의 동네에 빨간 우편함은 어디에 있는지요? 그래서 지난 세월, 편지를 쓰고 받으며 가슴 설렜던 추억을 떠올리며 빨간 우체통이란 제목에 가장 많은 표를 던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편지마을 빨간 우체통으로 보내 준 39편의 편지를 이제 하나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바쁜 중에도 편지를 써 보낸 당신과 그 당신의 부모님, 선생님, 남편, 친구, 자식, 손주,

문우, 제자 등 어쨌거나 편지마을의 귀한 당신과 알고 지내는 덕에 우리의 편지를 읽게 된 또 다른 당신들께만 이 편지를 보여드립니다. 우리의 눈물, 우리의 웃음, 우리의 상처, 우리의 자랑과 비밀까지도 이 책을 받아 든 당신께만 지금부터 살짝 보여드리겠으니 다소 흉거리가 있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소서!

 

발간사 당신이 초대한 또 다른 당신들께 보여 드립니다 04

 

김명숙 12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김은향 18

사랑하는 유빈아 안녕

 

김지영 23

그리운 너에게 편지를 써 외 1

 

문장옥 31

양인숙 아우님께 외 1

 

박경희 40

김병연 복지사님께

 

박귀순 45

소피아, 안녕 외 1

 

박영재 52

코로나 시국에 성모님께 외 1

 

배복순 63

울어본들

 

서금복 71

친정어머니께 외 1

 

손광야 81

하늘나라로 떠난 제부에게

 

신혜숙 85

나의 주치의 외 1

 

심미성 95

이쁜 며느리 부모님께

 

양은주 100

엄마를 성장시켜 준 사랑하는 재아에게 외 1

 

엄정자 111

종분에게 외 1

 

연인자 116

박경희 선배님께

 

이계선 121

당신과 함께라면

 

이루다 130

나의 자랑, 비랑!

 

이미경 136

보고 싶은 아버지께

 

이성순 142

친구 서윤에게

 

이연재 147

늘 보고픈 언니에게

 

이음전 153

덕혜옹주 님께

 

장은초 159

당신께 말은 안 해도 외 1

 

장현자 168

보고 싶은 영선이에게

 

전해숙 175

친구 운산에게 외 1

 

정순례 186

도도 남매의 엄마가 된 딸에게

 

조금주 192

외삼촌께

 

최영자 200

금자에게

 

황보정순 209

막냇동생 경오에게

 

황시언 215

큰언니에게

 

1984년은 우정 1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것을 기념하고자 개최하였던 체신부 주최 전국 어머니 편지쓰기 대회의 수상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편지마을은 19891024일에 창립하여 현재 전국적으로 6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편지마을은 편지쓰기를 좋아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기혼 여성이라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

습니다. 대부분 회원이 수필가, 소설가, 시인, 아동문학가, 시 낭송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원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펴낸 회지는 창립 20주년까지 50호로 마감했으며, 2년에 한 번씩 펴내는 작품집은 올해로 열여섯 권이 됩니다.

또한, 편지를 주고받는 아름다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취지 아래 편지마을에서는 2017년까지 열두 번의 편지쓰기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어머님, 듣고 계시나요?

 

어머님 잘 계시는지요? 여름 내내 길게 목청을 뽑아대던 매미의 울음도 이제 가늘어져 가는 걸 보니 여름도 끝자락인가 봅니다.

어머님 가신 지가 어느덧 5년이 되었네요. 이태 전 이맘때 어머님께 글월 올렸는데 받아보셨는지요? 저는 그랬을 거라 믿으며 또 어머님께 편지를 씁니다.

어머님, 작년 봄에 문중 선산으로 유택(幽宅)을 옮겼는데 새로 이사한 곳은 어떠신가요? 밭터 한가운데 계셨으니 하루 종일 볕을 너무 받아 여름은 더울 것이고 겨울은 바람막이 하나 없어 추울 것 같았어요. 이제 아담한 선산으로 아버님과 어머님을 모셨으니 안심이 됩니다.

지반이 약할까 싶어 석축 공사까지 해서 튼튼하게 닦았는데 새집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님, 지난 5년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마음으로 어머님께 의지하곤 했습니다. 어머님이라면 모든 걸 해결해 주실 것만 같았거든요. 제 믿음대로 어머님은 늘 제 편이었고 저의 관세음보살이셨습니다.

어머님, 사람들은 저마다 내세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듯합니다. 기독교인들은 죽으면 천국에 가서 다시 사는 거라 하고 불교에서는 다음 세상에 환생하는 거라고 하지요. 이도 저도 아닌 무신론자들은 죽으면 그걸로 끝이지, 뭐가 더 있겠냐며 내세는 가당찮다고 하고요.

어머님은 불자셨고 저도 반 불자라 윤회설(輪迴說)을 믿는답니다.

 

지난해 겨울, 어머님의 손자 철표네에 둘째가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던 날이었어요. 그 기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슬그머니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며늘애가 첫아이를 너무 힘들게 낳았잖아요. 만삭이 되도록 병원 침상에서 생활하며 가슴을 졸였던 경험 때문에요.

둘째는 아무런 걱정없이 오로지 축복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서 나오도록 어머님께 간청드렸답니다. 아니 간청에 그치지 않고, 그날 저는 어머님께 감히 부탁 하나를 드렸습니다. 다소 황당무계하다고 누군가의 입길에 오르내린다 해도 부탁을 드리는 제 마음은 아주 경건하고 간절했답니다.

철표네 온 아이가 어머님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어머님의 영가(靈駕)가 아직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았다면 철표네로 오시길 바라고 또 바랐어요.

어머님은 전생에서 가난한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셨지요. 맏딸은 살림 밑천으로 여기던 시절이었으니 배움은 언감생심이었겠죠.

저는 어머님의 남다른 학구열을 알기에 어머님이 이승을 하직하시던 날, 다음 세상에서는 꼭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 배우고 싶은 것 맘껏 배우시고 꿈꾸고 싶은 것 맘껏 꿈꾸시라고 조용히 빌어드렸습니다.

어머님, 철표네가 부잣집은 아니더라도 성정(性情) 반듯한 아이들이니 부모로서는 꽤 괜찮은 자리가 아닐까요? 그러기에 지난 몇 달간 늘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꼭 와 주셨으면 좋겠다고요.

며늘애가 지난 7월 중순, 복달임에 손녀딸을 순산했습니다. 해산달을 꽉 채워 낳았으니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바로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시절이 하도 어수선하여 한 달이 지나서야 처음 손녀딸을 안아봤습니다.똘망똘망한 아이가 얼마나 예쁘던지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어머님을 많이 닮은 듯 보였습니다.

이 아이가 어머님처럼 어질고 건강하고 학구열 높은 유전인자를 그대로 물려받아 자랐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누군가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을지언정 저 혼자만은 그리 믿고 싶습니다.

 

어머님!

부디 손자 손부 잘 보살펴 주시고, 설령 저의 믿음과는 달리 낯선 땅 낯선 곳에 계신다고 하더라도 지한이, 은빈이 도담도담 잘 자라게 보살펴 주십시오. 그것만이 제가 살아있는 동안 일구월심 소망입니다.

어머님 사랑해요^^

 

2021년 늦여름에 막내며느리(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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