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가시꽃 향기_김영강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0-02-11 17:53
이미지 없음
  • 가시꽃 향기_김영강
  • 김영강
  • 해드림
  • 2011-12-15
  • 변형신국판
  • 978-89-93506-36-5
  • 10,000원

본문

작품 해설


김영강의 <가시꽃 향기>
-여성 욕망의 컬렉션과 정체성 되찾기

박양근 (부경대 교수, 문학평론가)


가시꽃을 쥔 작가를 위하여

김영강 소설가는 사람 사는 풍경을 눈이 아니라 귀로 만난다. 작품을 쓸 때는 귀가 아니라 눈으로 말한다. 그의 소설이 무대 위의 연기처럼 생생한 근원은 그만의 느낌과 그만의 생각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포착해내는 기법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동시대의 관객이 되어 평범한 사람들에게 숨겨진 욕망을 증언 받게 된다.
김영강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였다. 제15회 크리스천문학에서 단편소설로 등단한 후 제22회 미주한국일보문예공모전에 입상하고 에피포도문학상 소설부분에서 금상을 수상하였다. 소설가로서의 재능은 이미 재미작가 5인 작품집『참좋다』에 실린 <아버지의 결혼>과 <건너지 못하는 강>에서 입증하였다. 그리고 이야기꾼과 문사로서의 재능을 첫 단편집으로 활짝 피워낸다.
『가시꽃 향기』를 손에 쥐면 손가락에 가시가 찔린다. 책장을 넘길수록 손가락마다 피가 흐르지만 책을 뗄 수 없다. 일상에서 잃어버렸던 우리의 분신을 만나기 때문이다. <수희>와 <그 남자>를 거쳐 <돈․돈․돈>을 넘길 무렵이면 가슴 언저리에 바늘 가시가 박히지만 여전히 김영강에게 귀를 기울인다. 가장 외롭고 슬픈 여자가 우리 곁에 서 있어서다. <그 40년 후>에서는 끝내 가시 피가 흥건하게 옷깃을 타고 내린다. 치명적인 사랑이 더 향기롭다는 사실로 가슴이 아려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영강은 이야기를 할 줄 안다. 평범한 인간이 숨겨온 욕망을 드러내고 디아스포라의 물결이 출렁이는 이민 구역으로 들어갈 좁은 문의 모습을 일러준다. 재미 한국 여성의 진솔한 내면과 현대 여성의 질박한 심리를 함께 내건 점에서 소설의 진실성도 더욱 확대된다.
작가는 여성주의적 디아스포라 소설집에『가시꽃 향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시꽃은 상상의 꽃이다. 찔레, 선인장, 장미처럼 가시꽃은 청순하고 관능적인 꽃을 피우기 위해 가시라는 숙명을 받아들인다. 운명은 행복과 불행의 쌍끌이가 아닌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릴케의 일화가 아니라도 행간이 피워내는 향기를 맡으려면 독자는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낯선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 이민여성들이 가시꽃이다. 그래서 9편의 단편집에서는 잉크 냄새가 아니라 여성의 살 비린내가 난다. 그것을 명징한 문장으로 뽑아낸 김영강 작가야말로 가장 디아스포라답고 여성주의적인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다.


여성의 변신과 본성을 찾아

여성은 여러 가면을 쓴다. 능숙한 마술사가 열 겹의 옷을 눈 깜박할 순간에 갈아입듯이 여성은 갖가지 신분을 지니고 산다. 어머니와 딸, 아내와 애인, 때로는 친구와 적이 되어 생놀이에 참여하면서 항상 “나는 여자다”라는 의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표제작답게 박진감 있는 구성력, 개성적인 인물 창조, 질투와 사랑의 딜레마, 반전을 활용하는 서사력이 여성의 본성을 깊게 읽어낸 투시력과 균형미를 이루면서 <가시꽃 향기>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이 작품은 의붓아들을 두고 젊은 후처와 아내가 벌이는 갈등을 그려낸 <젊은 시어머니> 속편에 해당한다. 후자가 의붓아들에게 맹목적인 관심을 품은 시어머니의 무분별한 집착을 보여준다면 <가시꽃 향기>는 시어머니가 된 화자가 자성의 눈빛으로 집안을 보듬어 안는 심적 발전을 살핀 점에서 작가의 정신적 성숙미가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주인공인 ‘나’는 “먹는 것만으로는 서러운 미망인”이다. 당연히 며느리에게 적대감을 가지면서 “아주머니는 친구 같고 언니 같다”는 인간관계를 꿈꾼다. 남편이 죽은 후 아들에게 의탁하여 살지만 매번 며느리와 충돌하던 어느 날 한 여인을 만나 정을 나누면서 시어머니로서의 정분을 맛본다. 그녀의 조언을 받아들여 며느리와의 갈등을 풀어가고 둘째 아들의 배우자감으로 점찍기도 한다. 그런데 우연찮게 그녀가 죽은 남편의 숨겨진 정부였음이 밝혀지면서 쌓아온 기대와 신뢰는 일시에 무너져 내린다.
기대와 배신과 포용으로 이어지는 통과제의는 입문 소설의 구성에 일치한다. 그동안 작가는 여성은 과연 어떤 존재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진다. 여자의 삶은 딸에서 시작한다. 성인이 되면 사랑스러운 아내와 “음식 솜씨가 만점”인 며느리가 되고 때때로 정부라는 가슴 아픈 비밀을 간직하기도 한다. 생의 한고비를 넘기면 오이 팩을 며느리와 함께 붙이는 시어머니가 되고 싶어 한다. 모성애와 열정을 오르내리며 “남의 슬픔을 같이 슬퍼하는” 여성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고 작가는 묻는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은 호소력 넘치는 언어로 약자를 변호하면서 타자의 인생을 자신의 삶으로 녹여낸 작품임을 김영강은 재확인시켜준다.
여자는 강하다. 자신이 낳은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는 더 강하다. 자전성이 바탕이 된 <엄마의 눈물>에서처럼 사랑 외에 진실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한 남자의 여자가 되기 위해서 더욱 강하고 고통스러운 정도로 자신에게 진실하여야 한다. 신기루 같은 욕망을 놓지 못하여 “어머니의 산소” 앞에서 울부짖고 치명적인 사랑의 독을 마시면 소식 없이 떠나기도 한다.
그 어느 날, 그들이 남겨진 눈물이 가시꽃으로 피어난다. <가시꽃 향기>를 대할 때마다 “주홍글자”의 헤스터 프린이 떠오른다. 그 이유는 <가시꽃 향기>는 자연애를 닮은 작가의 따뜻한 포용력으로 이민 여성에게 바치는 헌사이기 때문이다.


현숙한 사랑의 뒤를 돌아

김영강의 여성 주인공들은 사랑의 상흔을 숨기고 산다. 그리움이건 배신이건 과거로 인하여 고통 받고 기쁨을 느낀다. 마조히스트와 새디즘적인 그들은 <그 남자>의 주인공인 미희, <그 40년 후>에 등장하는 옥주, 그리고 <풍선 속 남자>에서 만나는 혜리들이다. 그들은 안정된 가정을 지키는 어긋남이 없는 여성이지만 권태로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열정을 품고 있다. 휴화산을 연상시켜주는 그들이 가시꽃 같은 사랑과 재회하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추억은 가슴에 바람을 일으킨다. 나이도 신분도 아무 소용이 없다. 바람은 조용히 사그라지지만 때로는 허리케인의 기운을 몰고 오기도 한다. 그런 바람을 맞으면 중년이라는 라벨을 떼고 소녀 시대로 회귀하여 사랑의 열병을 다시 앓고 싶어 한다. 이것이 중년 여성이 꿈꾸는 메디슨 카운티의 학습이론이다. 가정이 원만하든 그렇지 않든 잃어버린 계절로 돌아가려는 본능은 첫사랑에서는 더욱 목마르다. 김영강은 그렇게 묻혀 있는 나이테를 복원시킨다. 도공의 손보다 섬세한 필력으로, 유화의 붓보다 담대한 기법으로 상상의 빛을 던져 사랑을 피워낸다. 미국에 정착하는 동안 청춘을 가족과 직장에 바친 경우라면 더더욱 침묵으로 갈급해진다. 그것을 작가는 유혹이 아니라 본능이고, 본능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으로 바라본다. 사랑은 아직도 “젊은 미스”라는 나르시시즘의 염색체가 아닌가.
「그 40년 후」의 여주인공 옥주는 과거를 남몰래 추억하는 정형적인 인물이다. 옛 애인 동추가 아직도 자신을 잊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그녀는 과거의 순진성과 현재의 동경심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여성의 숨은 스토리를 재현하는 점에서 옥주의 신원과 행동은 강한 현실성과 설득력을 지닌다. <그 남자>의 미희도 동일한 환상에 묶여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 사랑했던 남자와 미국에서 조우하면서 “무엇인가 일어날 거야”라는 기대를 품지만 상대자인 의사는 그것을 우울증이라고 진단해버린다. 인연의 부활을 거부당한 미희는 환상에 매달린 인간의 위태로운 모습을 연상시켜준다. <풍선 속 남자>의 혜리도 한국에 사는 옛 남자의 이력을 알아가는 동안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그녀는 환상이라는 풍선 속에 그를 숨기고 은밀하게 탈선을 꿈꾸지만 현실에 부딪친 풍선은 깨뜨려진다. 그렇다면 그들은 모두 부도덕한가.
LA에 살고 있는 미희, 옥주, 혜리는 교민사회에서 정숙함을 지켜온 가정주부들이다. 그러한 그들은 중년에 다다르면서 떠나온 고향과 버린 사랑에 향수를 품는다. 작가는 이러한 내면을 첫 남자로 형상화한다. 그 남자들은 완벽하다. 출세를 한 후 미국으로 떠나버린 과거의 여자를 찾고 싶어 한다. 그들은 화려한 저택을 세우고 애인을 되찾으려는『위대한 게츠비』의 게츠비와 장원급제한 이몽룡의 순수성을 겸비한 착한 남자들이다. 착한 남자와 순진한 여주인공의 사랑은 성사되기 어렵다. LA라는 이국적인 구역도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너무 멀다. 더군다나 한국 남성은 디아스포라의 경계를 넘기에는 보수적이다. 아무튼 첫사랑은 불순해서는 안 되는 이데아이므로 작가로서 김영강은 연인으로서 남성을 죽일 수밖에 없다.
세 여성의 외양은 현숙하다. “나이치고 괜찮은 몸매”에 자기애를 지키는 그들은 타오르려는 유혹의 불씨를 조용히 꺼버리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되돌아온다. 사회의 기대치에 순종한다. 하지만 “스무 살 적 남자의 목소리만으로도 몸이 오싹” 오그라드는 본능은 더 이상 지닐 수 없다. 작가는 묻는다. 퇴색한 사연을 기록하는 펜만을 손에 쥐여진 여인은 과연 행복한가, 아니면 립스틱을 다른 손에 쥐어 주어야 하는가.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등장한 가정주부 프란체스카는 내가 누구이고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를 몸으로 묻는다. 작가의 낮고 깊은 목소리는 그 영상미를 품위 있게 지면으로 옮겨와 우리가 머물러야 할 품위 있는 곳을 알려준다. 이리하여 더 깊은 아픔과 상처를 지닌 사람들은 작가의 어깨에 더욱 기대고 싶어진다.


욕망과 죽음의 이중주를 듣다

김영강은 남다른 시선으로 욕망의 실체와 현상을 포착해내는 작가이다. 그녀가 지켜보는 여성들은 늘 목마르다. 사랑을 얻어도, 물질을 소유하여도 갈증과 허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서운 집념과 뜨거운 욕망”을 두드리는 작가의 서사에 홀려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충격적인 현장으로 끌려들어 간다. 특히 한국독자들이 그의 낯선 맛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까닭은 욕망과 죽음이 소위 서울특별시 나성구라는 별칭을 가진 LA 한인 타운을 배경으로 삼기 때문이다.
욕망의 불나비인 수희와 정애와 순영이가 살 수 있는 곳은 자기만의 성뿐이다. 이상과 풍요의 미국은 그만큼 부조리를 지니므로 살고 싶은 곳이 아니라 살아야 하는 곳에 불과하다. LA에 거주는 몇몇 코리언들의 풍속도에 등장할 법한 그들은 자신을 가둔 덫에 좌절하고 분노한다. 마침내 욕망의 화물을 싣고 주변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죽음이라는 암초에 침몰 당한다. 그동안 빵이 아니라 밥을 먹으며 그들을 지켜보는 독자는 모두가 우리라는 운명을 자각해 간다.
< 수희>의 주인공은 “우아한 허영”을 꿈꾼다. 김영강이 창조한 인물 중에서 가장 가식의 욕망이라는 덫에 걸린 수희는 보여주기 위한 온갖 방법으로 자신을 숨겨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의붓아버지와 폭력 남편의 존재를 거부하고 ‘잘 나가는 여자’로 인정받으려는 수단은 저택과 외제 옷과 돈 많은 남편이다. 이것들은 행복의 조건과 동떨어진 허영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결국 남편의 폭력에 희생되는 파국은 한국적 허세와 미국의 물질에서 자아를 해방시키지 못한 탓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이들의 출입문이었다면 허욕의 사슬을 벗는 탈출구는 죽음일 수밖에 없다.
< 남편과 호들갑이>는 무능한 남편의 바람기를 다룬다.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줄거리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남자는 원더우먼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푼수 여자를 더 좋아하는가에 대한 답은 아내가 ‘더티 올드 우먼’인 춘실에게 남편을 빼앗기는 결말로 주어진다. 소프오페라를 본뜬 구성과 등장인물의 구도에서도 푼수 애인을 더 좋아한다는 남성의 아이러니를 살필 수 있다. 이민자들은 맹렬 직장인과 당당한 사회인이 되어야 된다는 기대치를 부여받는다. 이것이 디아스포라 사회의 보이지 않는 약속이다. 그런데 남성들은 능력 이상으로 대우받기를 원하고 “비음 섞인” 립 서비스에 아주 쉽게 유혹 당한다. 그러면서 “마음 편한 여자”라는 핑계에 의존한다. 어디를 가든, 나이가 얼마이든 변하지 않는 것이 남성의 허방이다. 김영강은 일그러진 남성상을 통하여 때로는 여성이 감당해야 할 불쾌한 현실을 폭로해주고 있다.
< 돈․돈․돈>은 금전욕에 무너져 내리는 가정의 이면을 파헤친 작품이다. 황금만능주의가 초래한 가정 붕괴를 냉혹한 카메라 기법으로 고발하면서 “돈이 효자다”가 아님을 일러준다. 권력과 부와 명예를 움켜쥔 영미는 집안에서 위세를 부린다. 가족들은 숨을 죽이고 아버지는 딸에게 엄살을 떤다. 가정이 돈의 위력에 짓눌린다는 줄거리는 자수성가를 존중하는 미국의 미덕을 재확인시켜준다. 졸부의 우행을 풍자하는 순영은 미국에 살면서도 봉건적 인습을 피할 수 없는 딜레마로 괴로워한다. 그 점에서 순영은 미국에 살면서 봉건적 인습으로 괴로워하는 한국 여성들의 삶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김영강은 항상 인간이라면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기획한다. 작가는 죄를 진 자는 죽고 과욕은 파멸을 부른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것은 인과응보라는 전근대적 해법이라기보다는 자연주의적 파국이고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죄와 벌에 해당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는 신화성과 현대성이 촘촘히 박혀있다. 등장인물에서는 여성주의적 인식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남성들이 주눅 든 채 하루하루를 허송한다면 여주인공들은 죽음조차 자유의지로 선택한다. 순응하기보다 인격의 자유를 지켜내려는 점에서 그들의 인격적 품위는 남성보다 더 높다. 생활의 꽃을 하루빨리 피워야 한다는 심정과 절박감에 때로는 탈선의 옆길로 빠지기도 한다. 김영강의 작품을 속도감 있게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린다면 반드시 그곳에서 욕망과 죽음의 이중주를 듣기 때문이다.


다시 필 향기를 찾아

가시꽃 같은 여인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앞으로도 현존하면서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대행할 것이다. 정숙하기에 질투심을 숨기고, 어머니로서 자식을 더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원초적 욕망을 제거한다면 여자라는 이름은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가차 없는 시선’으로 여성의 삶에 둔감한 독자를 일깨우는 김영강의 스토리텔링은 ‘문학적 홈커밍’에 비유할만하다.
소설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다.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이어지듯이『가시꽃 향기』의 여성주인공들은 미국적 가치와 한국적 명분 사이에서 늘 흔들린다. 추억에 흔들리고 욕망으로 방황한다. 하지만 흔들리는 것이어야 삶의 향기를 뿜어낸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사랑을 거둘 수 없는 김영강은 인간의 심층 심리에 사회적 모순을 절묘하게 배합하여 사실과 허구가 균형을 이룬 팩션(faction)소설을 완성하였다.
김영강은 부지런한 소설가이다. 그녀는 살아 있는 한, “견딜 수 없는 열정”으로 “진실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글”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짐한다. 이것이『가시꽃 향기』를 완성시킨 원동력이다. 나아가 이민 사회를 투시하고 여성의 내면을 해부한 작가의 치열성이야말로 독자를 사로잡는 가장 매력적인 악력 그 자체라 하겠다.

목차
작가의 말_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저자추천의 글_혼탁한 세상의 아름다운 향기/정해정
작품 해설_여성 욕망의 컬렉션과 정체성 되찾기/박양근


가시꽃 향기
남편과 호들갑이
수희
그 남자
돈. 돈. 돈.
그 40년 후
젊은 시어머니
엄마의 눈물
풍선 속 남자

김영강 (본명: 이영강 李鈴江, 미국명 : Kay Kim)

경상남도 마산 출생으로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 1972년 도미했다. 그 후, 20여 년 동안 토요학교인 남가주한국학교에서 2세들을 가르치면서 “SAT II 한국어”에 주력했다. 그리고 각 지역학교 특강, 미주한국학교연합회 한국어학술세미나, 한국교육원 교사대학, 한국학교 교사연수회 등, 강사로 참여했다.

미주크리스천문학 단편소설 입상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 단편소설 입상
남가주한국학교 최우수교사상 수상
에피포도문학상 소설부문 금상 수상

<재미있는 한국어 연습문제집, k-6> 4인 공저 출간
남가주밸리한국학교 교지 <꿈나무> 편찬
<교사들을 위한 고급반 학습교재> 발간
발간
재미작가 5인 동인지 <참 좋다> 공저 출간

계간 <미주문학> 편집위원장 역임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 역임, 현재 회원
미주한국소설가협회 회원
본국 이화여대동창문인회 회원
남가주이화여대 동창회보 편집장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kaykim1211@gmail.com
www.mijumunhak.com/kimyungkang

작가의 말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중학교 때였다. 방학 숙제로 글짓기를 하다 보니 소설 비슷한 글이 된 적이 있다. 200자 원고지에 또박또박 써 내려간 소설 형식을 취한 글이었다. 쌍둥이 자매 이야기로 지금도 그 줄거리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돌이켜보니 그것이 내 최초의 단편소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40여 년 후에 나는 소설가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국문과를 지원했으나 사실, 내 적성은 문과보다는 이과였다. 공부를 하다 보니 다행히 문과도 적성에 맞았고 과제로 내준 논문이나 작품평이 교지에 실린 적도 있었다. 콩트 한 편이 추천되어 문학회 회원으로 가입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학창시절에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부끄럽게도 그 무엇에도 꿈이란 것이 없었다.
그동안 글에 목이 말랐음을 알지도 못하고 살아온 탓일까? 등단 후 1~2년은 어찌나 글이 쏟아져 나오는지 바깥에서 해가 뜨는지 지는지도 모르고 글쓰기에 매달려 살았다.
글을 쓰면서 나는 ‘한국학교’에서 가르치기 위해 공부한 것들이 내게 크나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몫을 하고 있는 그 아이들, 그들에게 쏟아부은 많은 시간의 투자가 내게도 이득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 열정이 살아 있는 한 나는 계속해서 소설을 쓸 것이다. 문학의 본질에서 어긋나지 않고 진실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글을 쓸 것이다. 늦게나마 작가의 길에 들어선 것은 내 인생의 크나큰 행운이었기에.
가시꽃은 실존하지 않는 상상화이다. 그리고 아픔의 가시꽃 속에도 향기는 있다. 그 향기가 훈훈한 사랑이 되어 읽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끝으로, 나의 첫 소설집인 ‘가시꽃 향기’의 작품 해설을 기꺼이 허락해 주신 박양근 교수님과 출판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윤금숙 소설가, 정해정 동화작가, 이정아 수필가께 감사를 드린다.

2011년 10월, 로스앤젤레스에서
 

혼탁한 세상의 아름다운 향기


정해정
(전 미주아동문학가협회 회장)

김영강 작가는 꾸준히 소설을 쓰고 있으며 또 꾸준히 발표를 한다. 1년에 한두 편 정도는 문학지를 통해서 작품을 접할 수가 있고,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그녀의 소설을 읽을 수가 있다. 2011년 1월부터 7개월 동안은 토요일마다 인터넷 카페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기도 했다. 이 장편도 곧 출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녀의 소설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문장이 쉬워 술술 잘 읽히고 궁금해서 장수를 넘기다 보면 단숨에 읽어버리게 된다. 장편소설 연재 시에는 많은 독자가 그 다음 회가 궁금해 토요일을 기다렸다. 이러한 장점은 어떤 내용이든 간에 문장을 잘 써 내려가 독자들과 소통이 되게끔 줄거리를 엮어나가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그 색깔이 다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기법이 가미되어 독자들을 웃게도 만들고 또 코끝을 찡하게도 만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읽는 재미를 마음껏 선사한다.
윤후명 소설가는 김영강 작가의 작품 ‘침묵의 비밀’(2010년 ‘미주문학’ 봄호 게재.)에 대해 “담담하게 이끌어 가는 솜씨가 만만치 않고 끝마무리가 깔끔하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글쓰기는 오랜 연마의 수준을 가늠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라고 평했고, 이승훈 수필가는 ‘아버지의 결혼’과 ‘건너지 못하는 강’(2010년 재미여류작가 5인 동인지 ‘참 좋다’ 게재.)에 대해 “심리묘사가 뛰어나며 사품치는 갈등이 내내 눈을 떼지 못하도록 독자를 긴장케 한다.”고 평한 바 있다.
김영강 작가의 첫 소설집, ‘가시꽃 향기’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녀의 소설이 혼탁한 이 세상에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