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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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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실이
  • 김은미
  • 해드림출판사
  • 2010년 12월 31일
  • 신국판
  • 978-89-93506-27-3
  • 10,000원

본문

■펴내는 글

너는 자랑이었다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우자, 옆 차선 앞으로 서 있는 차창에서 요키 주둥이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이 앞서 어떻게든 가까이 가려고 앞차와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려는 찰나, 마침 내 앞차가 앞으로 쑥 빠져서 그 차와 나란히 서게 되었다. 나는 얼른 창을 내리고 “아가야.” 하고 큰소리로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쪽 창도 내려가면서 요키를 안은 늙수그레한 여인이 함빡 웃음을 머금은 얼굴을 내보였다. “아가 아니라우. 할머니라우.” 내가 몇 살이냐고 묻는데 신호등이 바뀌어, 그 차가 먼저 달려나가는 바람에 대답을 듣지 못한 채 영영 갈리고 말았다. 나는 ‘할머니라우.’ 하는 말을 속으로 곱씹으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우리 꼬실이를 사람들이 귀엽다고 하면 속으로 자랑을 담뿍 담아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 차의 여인처럼 미리 앞질러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저 혼자서만 입이 헤벌쭉해졌었다. 이윽고 사람들이 “아직 아긴가 봐요. 몇 살이에요?”라는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이 튀어나왔다. “열○○ 살이요.” 사람들은 그것을 잘못 알아듣는 적이 잦았다. 사람 나이로 환산해서 열○○ 살쯤 된다고 이해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므로 무성의하게 재차 묻는다. “열○○ 살이요?” “네. 우리 딸보다 세 살 어리죠.” 우리는 대개 셋이 함께 다녔고, 그러므로 사람들은 그제야 내 옆에 서 있는 딸을 보고는 열○○이라는 숫자에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얘가 십○ 년을 살았단 말예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흐뭇하게 고개만 끄덕이면 될 일이었다. “어머 세상에, 그렇게 나이가 많아?” “개가 그렇게 오래 사나?” “전혀 늙은 것 같이 보이지 않는데?” 이렇게 저희끼리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가슴 가득 채워져 오는 자랑이라니. 내가 혹은 딸이 “열○○ 살”이라고 하는 말을 입에 담을 때면 으레 뒤에는 아주 커다란 자랑이 함께 담겨 있게 마련이었다.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도 건강하게 잘살고 있다는 말이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 그 자랑스러움, 대견함.
그 여인도 그랬으리라. 아기가 아니라 할머니인 자기네 요키더러 아기라고 불러주는 내게, 아직도 아기라고 불릴 정도로 아무 문제없이 살아있어 준다는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 고마움 같은 것이 그들먹하게 짧은 대답에 넘실거리는 걸 느꼈다. 우리는 듣지 못한 대답을 혼자 큰소리로 했을 것이고, 그걸 우리가 듣지 못했을까 봐 가벼운 안달을 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늘 그랬으니까. 그건 어쩌면 서른 살 넘은 여자가 ‘학생’이라고 불렸을 때 느끼는 뿌듯함 이상일 수도 있다. 죽음을 앞에 두었으면서도 절대 그리 짧은 시일 안에 죽지는 않을 거라는 보장을 받은 듯한 안도감 같은 것.
“할머니라네. 몇 살이나 됐을까.” “글쎄요. 그래 봤자 열두어 살 됐겠지요 뭐.” 그 차가 달려가 버린 길을 보며 그렇게 딸과 나는 또 다른 비교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들만큼, 내 동생만큼 오래 살지는 않았을 거라는. 이미 떠나고 없는 녀석의 나이를 꼽으며 굳이 그런 비교를 해야 하는 건, 꼬실이가 영원한 우리 자랑스러움이기 때문이다. 나이만이 아니라, 그때까지 한 개도 잃은 것 없던 이, 호되게 앓지 않고 고이 떠난 것, 평소 차분했던 성격, 사려 깊던 행동 하나하나…. 죄다 우리 자랑거리다. 그런 자랑이라도 품고 있지 않으면 이 상실이 너무 허망하다. 아까 보았던 그 ‘할머니’도 오래오래 받은 수명 다 채우고 우리 아들처럼 편안하게 떠났으면 좋겠다.
‘아가. 너를 무릎 위에 뉘어놓고 자판을 두들기며 뭔가를 적어내기 좋아했던 어머니는, 차분한 수필집 한 권 내서 네 앞에 놓고 으쓱거리고 싶었단다. 내가 글을 쓰면 쓸수록 너는 심심해서 잠만 자야 했으니까, 많은 시간을 자기만 하며 기다려야 했으니까, 그 미안함을 책으로 덮고 대신 너를 앞에 안아 어머니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 주려고 했거든. 물론 거기에는 네 이야기도 있을 예정이었으니까 말이지. 정말 그럴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 그러나 마음만 바빴을 뿐 행동은 굼떴던 까닭에 끝내 네게 어머니 책 한 권 보여주지 못했구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허전한 무릎을 자꾸 쓸다가 대신 어머니의 첫 책을 네 사진과 네 이야기로만 채우기로 마음먹었어. 우리 식구 말고도 누군가가 너를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무리 작은 몸피를 갖고 있어도 그 마음씀은 무엇보다 넓고 크고 깊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기도 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육아일기 쓰듯 차곡차곡 적었을 텐데, 그저 무턱대고 사진만 찍어대다가 너무 뒤늦게야 네 이야기를 글로 적기 시작한 게 몹시 아쉽구나. 하지만 글로 남기지 않았다고 어머니가 하나라도 잊은 게 있겠니. 아가! 책 나오면 매일 한 꼭지씩 읽어 줄게. 그런 적도 있었지 하고 빙그레 웃으며 들을 네 둥근 눈이 보이는 것 같다. 꼬실아. 우리 행복했었지? 모두 우리만큼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지?’

펴내는 글 - 너는 자랑이었다 ● 04

1빗장
일편단심 강아지 ● 014
시치미 ● 015
꼬실이가 삐쳤다 ● 016
예쁘게 자기 ● 017
신사 꼬실이 ● 018
열두 번째 생일잔치 ● 020
어머니, 살려줘! ● 022
슬픈 꼬실이 ● 024
하물며 ● 025
멍멍이도 사랑을 해 ● 027
빗장 ● 034
늙기는 서러워 ● 036
눕자꾸나 ● 040
털 깎으니 정말 미남일세 ● 043
생활 속 꼬실이 ● 047
집안 산책 ● 051
아버지와 개 ● 053
네가 편안한 것 ● 061
주견등록증 ● 063
바로 그거야! ● 064
그래도 고마워 ● 068

2 단 하나 궁금증
따라서 아프기 ● 074
가슴이 내려앉다 ● 075
똥과의 전쟁 ● 079
리모컨을 왜? ● 082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 083
천만다행 ● 086
그걸 못 참고 ● 087
그래서 어찌하라고요 ● 090
1년 반이나 지났는데 ● 094
불안하다 ● 098
회춘하니? ● 099
몇 년 만이냐 ● 104
먹고 나서 확인하세요 ● 106
삐쳤다 ● 109
왜 그랬지? ● 114
눈 감아 보자 ● 116
삼분지 일 ● 120
울 막둥이 ● 122
화난 표정 ● 124
나는 달팽이다 ● 125
사랑하면 ● 127
졸도 했니? ● 133
진짜 늙은 거니 ● 135
그저 내가 미안해 ● 137
수술 ● 141
단 하나 궁금증 ● 147
누나 어디 갔어? ● 154
내 원 참 ●157
또 ● 159
야매 미용 ● 161
멍멍 ● 163
꼬전일 ● 164
헛, 그게 없다 ● 166
깨우지 마!● 167
나라고 비켜갈까● 169
다음에는 미용실에 가자● 176

3 추억 찾아 나서기
나 어떡해? ● 180
아들아, 아들아 ● 183
우리는 행복하였네라 ● 187
하루가 10년 ● 193
누나야 누나야 ● 196
한시름 놓다 ● 199
일상으로 돌아오다 ● 200
염색 ● 202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부탁하다 ● 205
링거 ● 211
조금만 더? ● 213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나 봐 ● 217
기다리고 있다 ● 222
빗소리 ● 223
이유 ● 225
평화와 벗하여 ● 228
하나씩 ● 231
할 것 남았는데 ● 233
현실과 비현실 ● 236
추억 찾아 나서기 ● 238
떠나는구나 ● 243
누나의 일기 ● 250
사랑이라는 거란다 ● 257
집이 불편하다 ● 266

1957년 서울 종로 충신동에서 태어나 건국대 공예학과를 졸업.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하였다.
현제 테마수필 필진으로 있다.
1993년 11월 요크셔테리어 꼬실이를 입양하여 2010년 7월 떠나보낼 때까지 18년 가까이 함께 살았다.
반려견 꼬실이, 꼬실이가 우리에게 주고 간 사랑과 행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가족이 슬프고 힘들고 외로울 때 꼬실이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아픈 상처들을 핥아주고 온몸으로 비벼주며 위로해 주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동물에게 쏟은 사랑을 사람에게 돌리라고, 하지만 그것은 반려건으로서의 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충성을 헤아리지 못해서 하는 말이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썼다.

8년 동안 함께 살아온 반려견‘꼬실이’, 그와 이별해 가는 이야기


1. 인간과 동물의 영화 같은 교감
반려견을 사랑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인 「꼬실이」(해드림출판사)가 책으로 나왔다. 수필가 김은미씨가 자신과 함께 살아온 반려견을 소재로 쓴 에세이다. 반려견이란 애완견을 달리 이르는 말인데, 애완동물을 달리 이르는 말이 반려동물(伴侶動物)이다. 이 책은 특히 반려견으로서 18년 동안 살다가 주인 곁을 떠난 요크셔테리어 종 ‘꼬실이’가, 죽기 2년 전부터 백내장을 앓아 시력과 청각과 후각을 잃은 이후 2년 동안의 삶을 눈물 나게 그렸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애완견 대신 왜 ‘반려견’이라고 호칭해야 하는지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사실 생명 자체도 소중하지만 그 병들고 왜소한 작은 생명 하나를 끝까지 지켜주며 사랑으로 보낼 수 있는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 더 귀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2. 마지막 2년
세상을 떠나기 2년 전부터‘꼬실이’는 앞을 볼 수 없게 되면서 침대에서 마구 떨어지거나 아무데나 부딪칠 때마다 ‘꾸웅’ 울어댄다. 특히 대소변을 가리고자 이리저리 부딪치고 찔리면서도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모습에서 추한 자신을 보이지 않으려는 충견의 지조를 보인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자신의 속내를 비치기도 하며, 그처럼 마지막 가는 날까지 자신을 지탱하려 애쓰지만 결국 이별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죽음의 긴장감이 더해져 읽는 이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꼬실이’는 죽어 화장이 되었고, 엔젤스톤으로 남았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도 애환이 있었다. 어디든 함께 갈 수 없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전철을 탈 수 없고, 마음대로 식당을 드나들 수 없고, 주인처럼 돌봐 줄 이 없으면 여행도 마음대로 못한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조차 반려견과 함께하는 데는 사람에게는 얻을 수 없는 삶의 위안과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저자는‘꼬실이’가 세상을 떠났으니 어디든 홀가분하게 다닐 수 있으련만, 그 홀가분하게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슬프게 한다.

3. 논란은 될 수 있으나 비교의 대상은 아니다
반려견을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을 저리 사랑하면’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동물을 비교하는 자체가 잘못이다. 혹자는 사람에게는 못 하면서 왜 동물에게는 그토록 지극정성을 보이느냐 하지만, 애초 인간과 반려견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사람을 양육하는 일과 반려견을 사육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며, 같은 사람으로서 쏟는 사랑과 모든 지배의 주종관계에서 쏟는 사랑이 같을 수는 없다. 또한 타고난 능력과 살아가는 범위가 다르므로 사람에게는 못해도 동물에게는 쉽게 베풀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쏟으며 살 수 없듯이 사람과 반려견의 교감이 인간과의 교감을 뛰어 넘는 듯 보여도, 이는 하나의 삶의 방식일 뿐이다. 따라서 반려견에게 쏟는 사랑을 두고 인간을 대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4. 그럼에도, 새벽달처럼 맑게 빛나는 사람과 반려견의 교감
유독 동물을 사랑하는 저자에게는 대학생 딸이 하나 있다. 이 딸이 아장아장하던 3살 무렵부터 열여덟 해를 함께 살며 가족을 충성스레 지켜준 꼬실이다. 이와 더불어 세상을 떠나기 마지막 두 해를 앞두고 시력과 소리를 잃었어도 끝끝내 숭고한 생명을 돌봐준 저자 가족의 티 없는 사랑이 눈물겹다. 시각과 청각을 잃을 채 매일 불안해하며 조금씩 조금씩 생명을 잃어가는 ‘꼬실이’의 모습도 안타깝지만 이를 지켜준 인간의 순수한 사랑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반려견은 이성이 없다. 이성이 없다는 것은 무조건적이라는 말과 통한다. 따라서 사랑 또한 이해 없이 일방적이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반려견은 사랑을 조건 반사적으로 표한다. 사람에게는 체험하기 어려운 ‘동물적 감각 같은 사랑 또는 희생’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을 나누며 18년을 살았다. 생명 없는 것들도 18년을 곁에 두다가 사라지면 그 빈자리가 커보이게 마련이다. 하물며 날마다 언어와 스킨십으로 교감하며 18년을 살았다면 ‘전혀 낯선 사람과 자신의 애완견이 함께 물에 빠졌을 때, 자신의 애완견을 먼저 구한다.’라는 사람들의 말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5. 90을 넘어 세상을 떠난 친정아버지와 꼬실이
이 책에는 90을 넘어 세상을 떠난 저자의 친정아버지가 종종 등장한다. 18년 꼬실이의 삶은 사람으로 치자면 90년 삶 정도일지 모른다. 늙은 꼬실이가 앓으면서 보이는 모습에서 저자는 친정아버지의 돌아가시기 전 힘없는 모습을 처연히 오버랩 시켜 감동을 더한다. 김은미 수필가의 손맛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자칫하면 꼬실이가 저자에게 받은 사랑이나 처지만 생각할 뿐, 꼬실이를 통해 그들이 얻은 행복 그리고 웃음, 건강, 위로, 아프고 힘든 시간들의 극복 등은 놓칠 수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는 꼬실이가 두 모녀에게 주고 간 사랑과 행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한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들 가족이 슬프고 힘들고 외로울 때 꼬실이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아픈 상처들을 핥아주고 온몸으로 비벼 위로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생명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갖는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그리하여 애완견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될 것이다.

6. 수필가 김은미는
저자는 서울 종로 충신동에서 태어나 건국대 공예학과를 졸업,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하였다. 현재 ‘수필계’와 ‘테마수필’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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